2012.06.01

칼럼 | 경기 하락기의 IT, 그 어려운 입장

정철환 | CIO KR
그리스의 유로 존 탈퇴 가능성 고조에 따른 유럽 발 불확실성이 안 그래도 취약한 경제 상황을 다시 흔들고 있다. 작년까지 진정되어가던 2008년의 금융위기 충격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어 기업들이 비상 경영을 선언하는 등 대응에 분주하다. 국내 경제 상황이야 여러 보도를 통해 알고 있는 것과 같이 부채증가, 부동산 거품, 수출 하락 등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아 향후 앞날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필자와 같이 기업 내에서 정보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혹자는 IT가 비용 부서에서 수익 부서로 거듭나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지만 필자가 속한 제조업에서는 그리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IT를 통해 기업의 원가 절감이나 매출, 이익을 증대하는 방안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현업의 노력이 중심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IT의 공헌도를 평가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꽤 오래 전부터 IT 사업의 추진 시 분명하게 눈에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ROI를 측정하거나 사업 추진의 근거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TCO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말이다. 즉, 말은 좋은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견해에 반대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공감을 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결국은 IT는 비용 부서로서 일종의 '필요악'으로 경영진에게 비친다는 것이 슬프지만 현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출퇴근을 위해 반드시 차가 있어야 만 하는 가정이 있다. 출퇴근 시 늘 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당연히 유류비와 보험료가 들어간다. 보다 편하고 빠르게 출퇴근을 하고 싶기도 하고 사고가 났을 때 안전을 더 보장 받기 위해 더 좋은 차로 바꾸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데 돈이 여유가 없다면 어떻게 할까? 가능하면 고장이 나지 않기를 바라고 운전도 살살 할 것이다. 이런 경우 자동차는 비용 요소인가 수익 요소인가? 차가 없으면 출퇴근을 못하니 수익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대부분 비용 요소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다 차가 고장이라도 나보라. 아마 자연스럽게 입에서 험담이 나오지 않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IT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는 대부분 그 해 수립했던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투자가 없으면 IT 부서는 할 일이 줄어든다. 물론 기존 시스템의 운영을 꾸준히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운영 업무는 지속되겠지만 그 업무 비중이 그리 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이 없어 편하면 좋으련만 결국 좌불안석···. 이러다 내 자리가 필요 없어지지는 않을까? IT가 회사에 공헌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필자는 이런 경우에도 몇 가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시스템 확장 시기에 개발된 업무 시스템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활용도를 점검하고 시스템 클린징을 추진하는 것이다. 개발된 지 몇 년이 지나는 동안 초기 시스템 개발 시 목표와는 달리 활용이 안되는 기능이나 효율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을 하고 다시 단단히 조이는 일을 하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 남으니까...

두 번째로 전반적인 시스템의 운영 KPI를 업무 성과 지향으로 재 조정하는 작업이다. IT 부서가 수익 모델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IT가 기업의 활동 및 경쟁력 향상에 기반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IT 운영의 평가 기준이 시스템 중심이 아닌 현업 프로세스 중심으로 잘 조정되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 개발로 정신이 없을 때가 아닌 좀 한가(?)할 때 이런 일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재 조정 하는 작업을 통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현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추가로 최신 기술동향 파악 및 향후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을 들 수 있다. 그 동안 소홀했던 IT 기술의 발전 동향과 새로운 제품 정보 등을 수집하고 현재 IT 시스템의 중장기 비전을 재 점검하여 비용 효율을 높이고 업무 프로세스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수립해 보는 것이다. 기존 인프라 운영 내역을 꼼꼼히 점검하다 보면 인프라 개선을 통해 운영 비용을 절감할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기존 인프라를 교체함으로써 중기적으로 TCO 측면에서 유리한 방안도 수립할 수 있다.

케이 재미슨의 저서 '천재들의 광기'에서 천재 예술가들 중에는 조울증 환자들이 많았다는 내용이 있었다. 조울증은 일정 시기에는 아주 긍정적이다가 일정 시기에는 반대로 아주 우울해지는 일종의 정신병이다. 조증 (긍정적) 시기에 엄청난 창작 의욕에 고취되어 많은 작품을 창작하지만 울증 (부정적) 시기에는 자신의 작품 대부분을 파괴했다고 한다. 이 과정을 거쳐 남은 것들이 불후의 명작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오늘날의 작품들이다. 경제 상황의 업 다운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또한 기업 내에서 IT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현실을 또 어떻게 하기도 쉽지 않다. 요즘과 같은 경제의 울증 시기에는 정보 시스템을 갈고 닦아 불필요한 부분을 최소화 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조용히 그러나 차근차근 IT 부서에서 할 일을 추진하여야 할 시기인 것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이 말은 진리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ciokr@idg.co.kr



2012.06.01

칼럼 | 경기 하락기의 IT, 그 어려운 입장

정철환 | CIO KR
그리스의 유로 존 탈퇴 가능성 고조에 따른 유럽 발 불확실성이 안 그래도 취약한 경제 상황을 다시 흔들고 있다. 작년까지 진정되어가던 2008년의 금융위기 충격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어 기업들이 비상 경영을 선언하는 등 대응에 분주하다. 국내 경제 상황이야 여러 보도를 통해 알고 있는 것과 같이 부채증가, 부동산 거품, 수출 하락 등 부정적인 면이 더 많아 향후 앞날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필자와 같이 기업 내에서 정보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혹자는 IT가 비용 부서에서 수익 부서로 거듭나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지만 필자가 속한 제조업에서는 그리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IT를 통해 기업의 원가 절감이나 매출, 이익을 증대하는 방안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현업의 노력이 중심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IT의 공헌도를 평가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이유로 꽤 오래 전부터 IT 사업의 추진 시 분명하게 눈에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ROI를 측정하거나 사업 추진의 근거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반면 TCO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말이다. 즉, 말은 좋은데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견해에 반대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공감을 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결국은 IT는 비용 부서로서 일종의 '필요악'으로 경영진에게 비친다는 것이 슬프지만 현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출퇴근을 위해 반드시 차가 있어야 만 하는 가정이 있다. 출퇴근 시 늘 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당연히 유류비와 보험료가 들어간다. 보다 편하고 빠르게 출퇴근을 하고 싶기도 하고 사고가 났을 때 안전을 더 보장 받기 위해 더 좋은 차로 바꾸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데 돈이 여유가 없다면 어떻게 할까? 가능하면 고장이 나지 않기를 바라고 운전도 살살 할 것이다. 이런 경우 자동차는 비용 요소인가 수익 요소인가? 차가 없으면 출퇴근을 못하니 수익 요소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대부분 비용 요소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다 차가 고장이라도 나보라. 아마 자연스럽게 입에서 험담이 나오지 않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IT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는 대부분 그 해 수립했던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진다. 투자가 없으면 IT 부서는 할 일이 줄어든다. 물론 기존 시스템의 운영을 꾸준히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운영 업무는 지속되겠지만 그 업무 비중이 그리 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이 없어 편하면 좋으련만 결국 좌불안석···. 이러다 내 자리가 필요 없어지지는 않을까? IT가 회사에 공헌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필자는 이런 경우에도 몇 가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우선적으로 시스템 확장 시기에 개발된 업무 시스템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활용도를 점검하고 시스템 클린징을 추진하는 것이다. 개발된 지 몇 년이 지나는 동안 초기 시스템 개발 시 목표와는 달리 활용이 안되는 기능이나 효율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 전반적으로 점검을 하고 다시 단단히 조이는 일을 하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이 남으니까...

두 번째로 전반적인 시스템의 운영 KPI를 업무 성과 지향으로 재 조정하는 작업이다. IT 부서가 수익 모델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IT가 기업의 활동 및 경쟁력 향상에 기반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IT 운영의 평가 기준이 시스템 중심이 아닌 현업 프로세스 중심으로 잘 조정되어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 개발로 정신이 없을 때가 아닌 좀 한가(?)할 때 이런 일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재 조정 하는 작업을 통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현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추가로 최신 기술동향 파악 및 향후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을 들 수 있다. 그 동안 소홀했던 IT 기술의 발전 동향과 새로운 제품 정보 등을 수집하고 현재 IT 시스템의 중장기 비전을 재 점검하여 비용 효율을 높이고 업무 프로세스 지원을 강화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수립해 보는 것이다. 기존 인프라 운영 내역을 꼼꼼히 점검하다 보면 인프라 개선을 통해 운영 비용을 절감할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기존 인프라를 교체함으로써 중기적으로 TCO 측면에서 유리한 방안도 수립할 수 있다.

케이 재미슨의 저서 '천재들의 광기'에서 천재 예술가들 중에는 조울증 환자들이 많았다는 내용이 있었다. 조울증은 일정 시기에는 아주 긍정적이다가 일정 시기에는 반대로 아주 우울해지는 일종의 정신병이다. 조증 (긍정적) 시기에 엄청난 창작 의욕에 고취되어 많은 작품을 창작하지만 울증 (부정적) 시기에는 자신의 작품 대부분을 파괴했다고 한다. 이 과정을 거쳐 남은 것들이 불후의 명작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오늘날의 작품들이다. 경제 상황의 업 다운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또한 기업 내에서 IT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현실을 또 어떻게 하기도 쉽지 않다. 요즘과 같은 경제의 울증 시기에는 정보 시스템을 갈고 닦아 불필요한 부분을 최소화 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조용히 그러나 차근차근 IT 부서에서 할 일을 추진하여야 할 시기인 것 같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이 말은 진리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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