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부터 100만 명에 가까운 도이치 텔레콤의 사용자가 인터넷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체는 네트워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인터넷 연결에 문제가 있는 사용자는 라우터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라고 조언하고 있다.
장애 초기에는 약 90만 라인이 이와 같은 연결 문제를 겪었으나 28일 오전 점차 피해 규모가 줄고 있다. 그러나 피해 회선의 숫자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영향을 받은 일부 라우터는 전화 서비스를 문제없이 제공하므로, 인터넷 연결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규모 장애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양한 지역과 여러 라우터 제품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구밀집 지역에서 문제가 더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은 라우터에 대한 '외부 영향(external influence)'이다. 통신사 네트워크에 로그인하는 것을 차단해주는 기능이다.
도이치 텔레콤은 '스피드포트(Speedport)'라는 브랜드로 일부 모뎀-라우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내 가입자는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표준을 만족하는 어떤 업체의 제품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독일 제조업체 AVM은 자사의 프리츠박스(Fritz!Box) 제품의 경우 이번 접속 장애 문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우터는 이미 같은 이유로 장애를 일으킨 사례가 많다. 유명 업체의 제품조차 해커에 악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결함을 가진 채 판매된다. 실제로 보안 전문가들은 올해에만 유비쿼티, 넷기어, 디링크 등 유명 업체의 제품을 포함해 원격 관리자 접속에 보안이 취약한 텔넷 연결을 사용하는 많은 기기에서 보안 취약점을 찾아냈다. 다른 공격에서는 40개 라우터 제품이 영향을 받기도 했다.
만약 이번 장애가 해커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 라우터 기본 설정을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편 도이치 텔레콤은 이번 장애에 의해 영향을 받은 가입자에게 장애 기간 동안 무제한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고 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