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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개과천선’한 맥북프로, 2023년형에서 고쳐야 하는 버릇 4가지

2022.09.02 문준현  |  CIO KR
 
ⓒAdobe Stock

애플 실리콘을 탑재한 2021년형 맥북프로는 큰 호응을 얻었다. 애플이 5년 만에 고집을 꺾었기 때문이다. 회사는 2016년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된 맥북프로에 무려 3개의 도박을 한꺼번에 해버렸다. USB-C 단자에 ‘올인’했으며, 얇고 유려한 외관이라는 명목 아래 그 악명 높은 버터플라이 키보드를 탑재했고, “획기적인 인터페이스”라고 칭한 터치 바(Touch)를 야심 차게 선보였다. 

하지만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USB-C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 맥북프로 사용자는 어댑터의 홍수 속에서 계속 허우적댔다. 버터플라이 키보드는 무려 4번의 시도에도 내구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며, 2019년형 맥북프로에서 기존 가위식 키보드로 진작 대체됐다. 터치 바는 2016년 출시 된 이후 단 한 번도 맥OS 업데이트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Apple

2021년형 맥북프로는 감동스러울 만큼 개과천선 됐다. USB-A 단자를 탑재하지는 않았지만, HDMI 단자와 SDXC 카드 슬롯이 되돌아왔다. 2019년에 소환된 가위식 키보드가 그대로 탑재됐고, 터치 바는 없어졌다. 최소 1.5배에서 최대 5배까지 성능이 향상된 M1 프로 및 맥스 시리즈 칩은 오히려 덤으로 느껴질 정도의 태세 전환이었다.

게다가 애플은 디자인도 노골적으로 비대하게 만들었다. 성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넉넉한 쿨링 시스템과 대용량 배터리까지 배치하기 위함이었다. 더 바랄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역시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이제 새로운 맥북프로에도 익숙해지다 보니, 애플이 아직 완전히 버리지 못한 고집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마침 2023년 2분기 이후 M2 및 M2 프로 칩이 탑재된 신형 15인치 맥북 프로가 출시될 예정이라고 애플 분석가 밍치궈가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트위터로 밝혔다. 

애플이 2023년형 맥북프로에서 고쳐야 할 고집 4가지를 소개한다. 
 

1. 단자 구두쇠  

첫 번째 고집은 HDMI 단자와 SDXC 슬롯의 미흡한 성능이다. 다른 초고가 노트북은 모두 4K/120Hz 모니터를 지원하는 HDMI 2.1 단자를 탑재하는 데 비해 애플은 HDMI 2.0에 그쳤다.

SDXC 카드 슬롯도 비슷한 상황이다. 2021년형 맥북프로의 내장 SD 카드 리더기는 최신 UHS-III(이론적 최대 속도 624MB/s) 규격이나 CFExpress Type A(이론적 최대 속도 1.97GB/s) 규격이 아닌 UHS-II(이론적 최대 속도 312MB/s)만 지원한다. 가격을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기술 업계의 마케팅이 다 그렇듯 이론적 속도와 체감 속도는 하늘과 땅 차이며, UHS-III나 CFExpress Type A SD 카드는 흔하지 않다. 하지만 2021년형 맥북프로는 일반 소비자용 노트북이라기보다는 전문가용 노트북이다. 애플 임원도 한 인터뷰에서 직접 사내 '프로 워크플로우(Pro Workflow)' 팀을 만들어 영화 편집자나 방송사 사진가 등 최고의 성능이 필요한 현직자의 작업 요건을 파악해 2021년형 맥북프로를 개발하는 데 조언을 구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최소 2배 정도는 더 빠를 수 있는 SD 카드 규격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건 무책임하다.
 
ⓒSony

“해줄 거면 제대로 해주던가”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최신 규격의 HDMI 단자와 SDXC 슬롯은 전자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사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 300만 원이 넘는 '전문가용' 노트북에서는 기본이다. 애플 제품은 원래 하드웨어 스펙을 보고 사는 게 아니라는 통념이 있었지만 M1 칩이 나온 뒤부터 깨진 지 오래다. 즉, 애플은 아직 구두쇠 버릇을 완전히 고치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다음 2023년형 맥북프로에서 아마 고쳐질 가능성이 큰 버릇이기도 하다.  
 

2. 알루미늄에 대한 집착 

개과천선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못한 동시에, 대가가 따랐다. 바로 무게였다. 특히 16인치 맥북프로는 2019년형부터 99Whr(항공 규정상 비행기에 별도 허가 없이 들일 수 있는 최대 배터리 용량) 대용량 배터리와 더 커진 쿨링 시스템을 갖추며 무게가 전작인 2018년형 15인치 맥북프로보다 170g 더 늘어났다. 그리고 2021년형 모델에서는 2.0kg가 됐다. 14인치 맥북프로 또한 그 무게가 1.6kg이다. 성능에 만족하더라도 들고 다니기 편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무게다. 
 
ⓒiFixit

물론 무게는 상대적이다. 또한 모든 전자기기에서 무게와 성능은 대부분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아무리 전력 대비 성능이 늘어난다고 해도 물리의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다. 성능을 높이려면 온도 상승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더 뛰어난 쿨링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원해지고 싶을 때 더 빠른 많은 바람을 쐬고 싶지 않은가? 똑같이 노트북에서 바람을 인위적으로 많이 일으키려면 쿨링 팬이 더 커져야 하고, 더 큰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맥북프로의 성능이나 기능에 만족하는 동시에 더 가벼워지길 바라는 건 모순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2021년형 맥북프로는 이전 맥북프로나 동급 윈도우 노트북에 비해 확실히 더 무겁다. 벤치마크 기반의 프로세서 성능으로 따지자면 애플의 칩이 너무 압도적임으로 여기서 말하는 동급의 기준은 성능이 아니다. 제조사 입장에서 비슷한 타깃 고객층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 윈도우 진영에서 게임용 노트북을 제외한 고성능 프리미엄 노트북에는 대표적으로 델 XPS 라인업이 있다. 2022년형 델 XPS 15(9520) 모델 중 미터치 디스플레이와 56Whr의 배터리(86Whr 배터리를 탑재한 고급 모델은 1.92kg)를 탑재해 가장 가벼운 버전의 무게는 1.84kg다. 2022년형 델 XPS 13의 무게는 1.2kg(배터리 용량 55Whr) 대다.

반면 앞서 언급한 대로 2021년형 16인치, 13인치 맥북프로의 무게는 각각 2.0kg, 1.6kg다. 끈질긴 배터리 지속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들고 다니기 버겁다.

그럼 맥북프로는 성능이 너무 좋아서 무거운 걸까?  
 
2022년형 Dell XPS 13. ⓒDell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2년형 맥북프로 라인업의 성능은 대부분 애플이 자체 제작한 프로세서의 높은 전력 대비 성능에서 비롯된다. 맥북프로가 무거운 이유는 큰 용량의 배터리와(15인치, 13인치 각각 99Whr, 70Whr) 알루미늄 소재다. 이에 비해 델 XPS의 외관 디자인은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소재가 섞여 있으며, 가볍기로 유명한 LG 그램의 비결은 포스코가 개발한 마그네슘 합금이다.

안타깝게도 애플에게 알루미늄이란 여러 소재 중 하나가 아니다. 정체성의 일부다. 이 골치 아픈 사실을 고려하면 애플이 다음 2023년형, 혹은 2024년형 맥북프로에 다른 소재를 쓸 가능성은 작다. 그래도 상상은 자유다. 현재 맥북프로는 너무 무겁고, 어떤 식으로든 소재를 바꾸면 더 가벼워질 수 있다. 
 

3. 페이스ID vs 노치, 할 거면 둘 중 하나만 

2022년형 맥북프로에서 애플은 여러 고집을 꺾었지만, 새로운 고집을 부렸다. 바로 노치다. 드디어 베젤리스 화면이라는 늦은 선물을 주나 싶더니, 포장 속에 노치라는 함정이 숨어 있던 셈이다.
 
ⓒApple

애플의 맥(Mac) 제품군 프로덕트 매니저 슈루티 할데아는 한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노치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베젤을 줄이고 화면을 최대한 크게 만들고 싶었다며, 디스플레이 맨 윗부분을 맥OS의 메뉴바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웹캠은 들어가야 했으므로 중간에 노치를 만들어 페이스타임 카메라 (FaceTime camera), 맥북의 웹캠을 지칭하는 애플의 마케팅 용어)를 위한 자리를 만든 것이라는 식의 주장을 했다.

설명이 아니라 변명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다른 윈도우 PC 제조사는 애플보다 훨씬 전부터 베젤리스 노트북을 판매해왔지만, 웹캠의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했다. 화면 상단이 아닌 하단에 웹캠을 배치해 화상 통화를 꺼리게 만들거나, 디스플레이 밑에 웹캠을 숨기는 대신 (이것 자체가 엄청난 기술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안 그래도 안 좋을 수밖에 없는 화질을 포기했다.

맥북프로의 노치는 화질과 웹캠 위치 사이의 중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웹캠을 위한 공간이 왜 이렇게 길어야 하는지는 납득하기 힘들다. 아이폰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노치는 최소한 페이스ID(Face ID)라는 얼굴인식 기능으로 위안 삼을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맥북프로의 노치는 웹캠용 카메라, 조도 센서 및 트루톤 센서만 탑재하면서도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혹자는 페이스ID를 아이폰보다 얇은 맥북의 디스플레이에 넣기에는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대략 0.2인치 정도 되는, 맥OS 메뉴바 전용 화면 공간을 얻는 대가로 노치의 괴상함을 인정하거나 상관없어하는 소비자가 얼마일지는 미지수다. 애플 루머에 통달한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 기자는 2021년 7월 "몇 년 안에" 페이스ID가 맥 제품군에 탑재되리라 전망한 바 있지만 아직 더 구체적인 루머는 나오지 않았다. 
 

4. 페이스타임 카메라에 대한 무관심 

페이스ID는 고사하더라도, 페이스타임 카메라의 화질은 더 좋아질 수 있다.
 
ⓒApple

하지만 불평을 하기 전에 한 가지는 확실히 해두자. 애플 노트북의 웹캠은 다른 노트북에 비해 좋은 편이다. 예전에는 720p(0.9MP)이라는 화소 수가 다른 동 가격대의 윈도우 노트북(보통 2MP~5MP)에 비해 화질이 낮다는 오해를 샀다. 게다가 애플은 2021년형 맥북프로에서 페이스타임 카메라의 하드웨어(720p에서 1080p로) 및 ISP를 모두 개선했다.

그러나 스마트폰보다 얇은 노트북 디스플레이에 끼워 넣어야 하는 웹캠의 카메라 센서는 콩알만 하다. 이런 센서를 두고 화소 수로 화질을 논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즉, 노트북 디스플레이의 내장되는 웹캠의 하드웨어 성능은 안 좋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나마 웹캠을 쓸 만한 정도로 만드는 데 중요한 건 모든 디지털카메라의 필수 부품인 ISP(이미지 처리 프로세서)다.
 

간단히 말하자면 ISP는 카메라 센서가 읽은 광학 데이터를 디지털 데이터로 바꿔준다. 즉, 애플이 광고에서 자주 과장하는 이미지 처리는 이미 있는 사진에 조미료를 첨가하는 ‘포토샵’이 아니다. 애초부터 카메라 센서가 읽어 들이는 빛을 사용자가 볼 수 있는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려면 이미지 처리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광학 데이터를 보강해 R, G, B 값을 정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디지털 사진 파일이 생성된다. 색상 재현, 화이트 밸런스, 화질의 선명함이 이 과정에서 더 향상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카메라 하드웨어의 성능이 부족하더라도 이미지 프로세싱이 뛰어나면 화질은 그나마 나아진다.

아이폰 카메라의 하드웨어 스펙이 경쟁사에 뒤처짐에도 카메라 화질이 강점으로 인식되는 이유가 바로 애플의 ISP 덕분이다. 애플 실리콘의 ISP 덕분(그리고 2021년형 맥북프로의 페이스타임 카메라는 해상도와 조리개가 개선됐다)에 맥북 페이스타임 카메라의 화질이 나아지긴 했지만, 매우 비싼 미니LED 디스플레이의 화려한 화질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Apple

안타깝게도 애플이 맥OS 벤투라에서 아이폰을 맥의 웹캠으로 사용하도록 해주는 연속성 카메라(Continuity Camera) 기능을 선보이면서 2023년형 맥북프로에서 페이스타임 카메라가 개선될 여지는 더 적어졌다 .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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