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진행 속도를 고려했을 때 당장 오늘 알짜 직업이라고 여겨지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도 내일이면 해고 통지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IT 기업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현재의 새로운 트랜드가 지난 몇 해 동안 봐왔던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한때는 안정적이라 여겨졌던 직종들조차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현상을 'IT 업계의 빙하기'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세태에 적응하지 못하는 전문가들은 멸종의 길을 걸었던 티라노사우르스나 트리케라톱스와 운명을 같이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IT 전문가들을 만나 수년 내로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 직종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IT인력들을 골라내 어떻게 하면 멸종을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도 함께 담았다. editor@idg.co.kr
IT 멸종 위기종 넘버 1. '안 돼'라고 밖에 말할 줄 모르는 사람
학명: 네가티비투스 인피니투스(Negativitus infinitus)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러한 비관론자들은 ‘안 돼’라는 말을 날카로운 발톱처럼 휘두르며 보안 또는 예산 상의 이유를 들어 주위의 모든 요청을 거절하는 한편 다양한 테크놀로지 분야의 의사 결정권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BYOD(Bring Your Own Device) 혁명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산으로 이들은 아기 고양이만큼이나 힘없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이들이 멸종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부터라도 '좋아'라고 말하는 연습을 시작하는 한편 새로운 테크놀로지 혁명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소셜 미디어 관련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모바일 기기 관리 전략을 세워야 한다.
IT 멸종 위기종 넘버 2. 데이터센터 공룡
학명: 티라노서버 렉스(Tyrannoserver rex)
특정 종류의 하드웨어나 언어, 개발 방법론 등에 대해서만 전문적인 지식을 꿰고 있는 이들로 한때는 자신의 전문성을 방패 삼아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진화의 과정 속에서 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유연성을 갖춘 전문가들에게 자리를 내주게 됐다.
퍼듀 대학(Perdue University) CIO 제리 맥카트니는 이런 부류의 IT 인력들을 '서버 허거(Server hugger)'라 부른다. 그는 “이들은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 하나에만 전적으로 의존해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받았지만 이는 위험한 전략"이라며 "앞으로는 특정 하드웨어에만 정통한 지식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해야 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지식 기반을 확장하고 다양화 시켜야 한다.
IT 멸종 위기종 넘버 3. 붉은배 컴퓨터 기술자
학명: 브레이크픽서스 패밀리아루스(Breakfixus familiarus)
한때는 많은 기업들이 하드 드라이브를 교환하거나 값비싼 데스크탑을 수리하는 인력을 많이 고용했었다. 그러나 급락하는 하드웨어 비용과 값싼 모바일 기기의 인기 덕에 이들 기술자들은 이제 시대착오적 존재로 취급 받게 됐다. 심플테크 솔루션(Simpletech Solutions)의 COO 데니스 마데라는 "단말기 가격이 떨어지고 점점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가상화 플랫폼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비디오 카드나 전원 공급 문제로 기술 전문가를 기다리는 것 보다 기기 자체를 교체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더 나아졌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어떻게 멸종을 피해갈 수 있을까? 마데라는 서버 유지로 수평적인 분야 전환을 시도할 것을 조언한다. 그는 "하드웨어나 서버에 생긴 문제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T 멸종 위기종 넘버 4. 작은 얼룩 시스템 관리자
학명: 네트워쿠스 리부티(Networkus rebooti)
그동안 시스템 관리자들은 IT 생태계에서 작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시스템 관리를 외부에 위탁하거나 그나마 위탁되지 않은 것들은 클라우드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시스템 관리자의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낮은 직급의 관리자직을 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 질 전망이라고 필라델피아 페어스 칼리지(Peirce College)의 IT부서 학부장이자 부교수인 브라이언 피네간은 말한다. 시스템 관리자 직이 전적으로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점차 수요가 높고 경쟁이 더 치열한 클라우드 업체로 옮겨갈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이들이 멸종 위기를 극복하려면 보안 전문가나 자료분석 전문가가 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두 분야는 현재 각광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동안은 그 추세를 이어 갈 것이라고 퍼듀 대학의 맥카트니는 말했다.
IT 멸종 위기종 넘버 5. 분홍관 자격증 만능주의자
학명: 써티피카투스 막시무스(Certificatus maximus)
마치 공작새의 꼬리처럼 긴 자격증 목록을 끌고 다니는 자격증 신봉자들은 아직도 여기저기서 발견되곤 한다. 이들은 특히 기업의 인사부에서 일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이 자격증 만능주의자들은 점차 진정한 실력과 경험을 갖춘 IT 전문가들에 의해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호크손 그룹(Hawkthorne Group)의 CEO 마이크 메이클은 지적한다.
스스로가 자격증 만능 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면 파이썬(Python)이나 루비(Ruby) 또는 PHP같은 스크립팅 언어를 익히라고 엠브레인(Embrane)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인 단테 말라그리노는 조언했다. 메이클은 "신문 기사를 쓰거나 업계 컨퍼런스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자신만의 지적 재산을 창출해내는 것도 좋다"며 "이를 통해 당신이 다른 다른 자격증 만능주의자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IT 멸종 위기종 넘버 6. 살 곳을 잃은 웹디자이너
학명 : 템플레이터 필르루푸스(Templator fillerupus)
한때 수백만 명에 달했던 웹 디자이너는 오늘날 그 일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자동 웹사이트 생성 도구와 점차 정교해져 가는 마케팅 기술은 수백만 명의 HTML 및 플래쉬 디자이너들에게서 그들의 영토인 ‘웹’을 빼앗아갔다. 심플테크의 마데라는 "마케팅의 대혼란을 겪고 있는 오늘날에는 템플릿에 진부한 산문 한 줄 끼워 넣는 것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마케팅 플랜을 중심으로 구성된 미디어와 글쓰기 그리고 디자인 요소들을 이용해서 견고한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원칙을 기반으로 한 컨텐트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웹 디자이너가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이 IT 디파트먼트(My IT Department)의 오너 레니 퓨크스는 "웹사이트 제작 툴들이 나오고 모바일 기기에 맞게 단순화 된 웹사이트를 선호하는 현재 상황에서 웹 디자이너들은 재빠르게 스스로를 SEO 전문가로 탈바꿈 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T 멸종 위기종 넘버 7. 털복숭이 유닉스 맘모스
학명 : 메인프레이무스 옵솔리트(Mainframus obsolete)
한때는 기업 생태계에서 우위를 점했던 유닉스 서버는 (그리고 유닉스 서버를 관리하던 이들까지도) 멸종의 퇴로를 걷고 있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더 빠르고 값 싼 리눅스가 이들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이지 않는 적, 블랙 폭스(The Invisible Enemy: Black Fox)'의 저자이자 포츈 50대 기업과 미국 국방부 테크놀로지 컨설턴트인 앤써니 R. 하워드는 말한다.
그럼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자신만의 리눅스 전문성을 확보하고 리눅스로의 이식이 적합한 애플리케이션과 유닉스 환경에 머무르는 편이 더 나은 애플리케이션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워드는 말한다. 이어 그는 "그렇게 하면 당신이 속한 기업이 리눅스로 전향하기로 결정했을 때 당신은 그 변화를 이끄는 주역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T 멸종 위기종 넘버 8. 붉은 죽지 프로그래머
학명 : 코두스 코볼러스(Codus cobolus)
코볼(cobol)이나 포트란(Fortran)같은 프로그램 언어에서 경험을 쌓은 개발자들은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지만 개발자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코드만 해킹하는 IT 전문가들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생존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페어스 칼리지의 피네간은 "만일 코드를 쓰는 일을 생업으로 삼으려면 적어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준으로 그 일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멸종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살아남고 싶다면 자신의 전문 분야를 확장하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스토리지IO 그룹(StorageIO Group)의 수석 고문인 그레그 슐츠는 조언한다. 이어 그는 "암호 제작자와 스크립트 제작자들은 비즈니스 로직과 클라우드 툴, 그리고 그 이상을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멸종의 길을 걷고 있는 컴퓨터 생산업체들과 운명을 같이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T 멸종 위기종 넘버 9.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테크노크라트
학명 : 뷰로크라투스 엑스트레미스(Bureacratus extremis)
이들은 지난 수 년 간 테크놀로지 사일로(technology silo)를 구축하고 비밀스런 정책들을 수립해 자신들만의 요새를 건설함으로써 안정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영역은 IT 예산 집행 과정에서 더 이상 종속되지 않고자 하는 비즈니스 매니저들에 의해 위협 받고 있다.
엔덜 그룹(Enderle Group)의 대표 컨설턴트 롭 엔덜은 “이들은 과거 자신들이 순진한 동료 직원들과 직속 상사들에게 강요했던 편협하고 낡은 정책들에 의해 자멸의 길을 걷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이 멸종을 면하기 위해서는 자신들 만의 폐쇄적인 요새에서 나와 다른 팀들과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라고 크로스빔(Crossbeam)의 상품 마케팅 디렉터 피터 로거트는 말한다. 그는 "기술 관료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 전문가들에게 더 높은 효율성과 비용 절감의 기회를 제공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그들은 미래적 모델을 포용하고 테크놀로지를 통합함으로써 기업 내 마찰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