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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수갑' 무어의 법칙을 넘어··· 거침없는 혁신의 시대가 열린다

2014.01.09 Patrick Thibodeau  |  Computerworld
그동안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기술 시대의 진화를 안정적인 견인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 시대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무어의 법칙은 1960년대 이후 반도체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었지만, 이제는 이 법칙과의 작별을 고하는 것이 오히려 ‘축복’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주장을 쉽게 설명하려면 이런 비유가 가장 적당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농부들이 매년 강수량을 미리 알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대부분이 이에 맞춰 작물을 심고 가꿔 재배할 것이다. 마찬가지다. 현재 열리고 있는, 그리고 그동안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그 작물들이 공개되는 자리다. 그리고 거의 모든 업체가 이미 제시된 무어의 법칙에 맞춰 결과물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물론 이런 일기예보에서 가뭄은 제외된다).

그동안 기술 산업은 ‘미래의' 기술을 미리 정해 제품을 개발해 왔다. 즉, 제조업체들은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성능 향상을 비교적 정확히 예측해 제품 개발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했다. 이러한 관행은 결과적으로 기술 산업을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범주 내에서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그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전부였던 것이다. 어느 순간 무어의 법칙은 ‘혁신’이 아닌 '황금 수갑'에 더 가까워졌다.

실제로 미국 경제 조사국(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의 경제학자인 로버트 고든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제 성장이 끝났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10년간의 기술 혁신을 보면 엔터테인먼트와 통신 기기가 과거와 같은, 그러나 더 작아진 상태에서 간편하게 작업을 처리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 처음 언급한 '무어의 법칙'이란, 칩 하나에 들어있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예언이다. 그러나 영원한 법칙이란 없는 법이다. 현재 마이크로프로세서는 더 작아질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휴대폰 등에 도입되기 시작한 14nm 실리콘 칩은 7nm, 더 나아가 5nm까지 작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다.

그래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고성능 컴퓨팅 시장의 지형 변화와 무어의 법칙의 종말을 선언하면서, 이것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C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기존 기술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많은 컴퓨팅 기술이 급진적으로 혁신되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도 최근 예산 요청 보고서에서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거침없는 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과학적, 수학적, 공학적, 개념적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SF는 또 양자 상태, 아니 더 나아가 생물학 기반 시스템을 포함해 분자 상태에서 작동할 수 있는 신소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나노 튜브로 만들어진 탄소 디지털 회로다. 성능과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현대 기술을 10배 이상 뛰어넘는 기술이다. 나노튜브는 그래핀 판막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대체 또는 보완할 수 있는 또 다른 후보는 양자 컴퓨팅 기술이다. 미국에서는 나사(NASA)와 NSA가 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른 중요 국가들 역시 양자 컴퓨팅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 SC13 슈퍼컴퓨팅 콘퍼런스에서는 무어의 법칙이 종식될지 여부가 주요 주제였다. 전문가들은 현재 활용하고 있는 기술로는 지속적인 발전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미래가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르곤 국립 연구소(Argonne National Laboratory)의 수학 및 컴퓨터 공학 연구 책임자이자 일리노이 주립대학 어반나샴페인 분교의 컴퓨터 공학 교수인 마크 스니르는 아직 대체 기술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터섹트 360 연구소의 연구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윌러드는 상업용 제품을 구매해 고성능 시스템을 조립하는 시대가 멀지 않아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이 실험과 컴퓨터 아키텍처 혁신에 있어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는 이미 무어의 법칙이 끝나고 있다. 무어의 법칙이 적용된다면 미국에는 현재 예상하는 2020년이 아닌 2018년 이내에 엑사스케일 시스템이 등장해야 한다. 1988년 1기가플롭 시스템이 개발됐고, 9년 뒤에 1테라플롭 시스템 관련 기술 개발이 완료됐으며 이어 2008년에 페타플롭(1페타플롭은 1,000테라플롭이다) 시스템이 발명됐기 때문이다.

올해 CES에 모인 제조업체들에'무어의 법칙 종식’은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주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과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CES 2014의 가장 변화 중 하나는 더 작고, 빠르고, 강력한 장치보다 사물 인터넷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생각보다 크다. 모바일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물리적 객체와 가상 객체를 제어, 추적하는 성능이 진정한 컴퓨팅 파워라는 것인데, 사실상 무어의 법칙이 말하는 전통적인 컴퓨팅 파워의 개념을 새로 규정해 피해가려는 시도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회피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엑사스케일 시스템 개발과정 중 확인한 한계에 결국, 기기 제조업체들도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기 제조업체들에도 사실상 무어의 법칙은 종식됐다. 바야흐로 더 급진적인 혁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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