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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ㅣ“제과제빵도 디지털 변혁 중” 겐츠베이커리 정호연 대표가 전하는 ‘스마트팩토리’ 지침서

2023.02.28 강옥주  |  CIO KR
“‘적당히, 대충, 어림잡아 한 주먹’이라는 표현이 허다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부산 빵지순례에서 꼭 가봐야 할 빵집으로 꼽히는 겐츠베이커리 정호연 대표가 불과 몇 년 전 직면했던 현실의 민낯이었다. 

“제과제빵 배합표가 있긴 했지만 사실상 모든 공정이 정확한 데이터로 기록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제과제빵 기술자가 ‘오랫동안 하면 잘 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즉, 숙련된 사람만 할 수 있는 공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정호연 대표 ⓒ겐츠베이커리
지난 2014년 가업을 이어 제과제빵 업계에 뛰어든 정호연 대표는 2019년부터 ‘익숙한 새로움’이라는 모토 아래 리브랜딩을 하고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확장해 나가면서 이러한 노하우 기반의 주먹구구식 운영을 탈피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밝혔다. 

부산 남구 용호동의 작은 빵집에서 시작해, 현재는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 대전, 대구, 창원 등 전국 직영점 10곳 그리고 제조공장 2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겐츠베이커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출발점으로 삼아 2016년 해썹(HACCP) 인증을 받고, 최근에는 부산 제과제빵 업계 최초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했다. 

일견 스마트 팩토리와는 관련 없어 보이는 제과제빵 회사가 디지털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어떻게 성공적으로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을까? 겐츠베이커리의 정호연 대표를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즈니스 확장에 따른 운영 안정화의 필요성
“기존 방식에서는 현장 직원들이 수기로 재고 현황, 사용량, 생산 수량 등을 작성하면 사무실 직원 2명이 이를 컴퓨터로 옮겼습니다. 이 데이터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수기로 적다 보니 직원 개인의 주관, 임의적인 판단 등이 개입돼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재고 현황, 사용량, 생산 수량 파악 및 관리의 어려움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뿐만 아니다. 운영 데이터가 모두 종이 문서 기반으로 관리되다 보니 식약처나 구청에서 식품 안전 점검을 나오는 날에는 책장 하나를 다 가져가야 할 만큼 엄청난 양의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비즈니스는 점차 확장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방식으로는 성장을 뒷받침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운영 안정화, 생산성 및 효율성 향상의 측면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봤고, 이에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하려면 우선 모든 공정이 ‘데이터화’돼 있어야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과제빵 생산 과정의 복잡성이나 시스템 구성의 난이도로 인해 스마트 팩토리를 도전조차 하지 못하거나 도전하더라도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정호연 대표의 진단이다. 

“제과제빵 공정 자체가 까다롭기 때문에 데이터화하기 힘듭니다. 이를테면 원재료를 가공해서 다른 원재료를 만들고, 이렇게 각각 만들어진 원재료를 합쳐서 완제품을 만듭니다. 또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일정 시간 중단되는 단계(예: 숙성 등)가 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모든 원재료의 단위가 같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달걀은 발주 및 입고 시 개수로 수량을 파악하지만 배합 공정에서는 무게로 측정되기 때문에 단위를 변환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스마트 팩토리 사업 1단계: 공정 데이터화
표준 데이터 없이 숙련된 직원들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운영됐던 방식에서 탈피하고자 겐츠베이커리는 스마트 팩토리 사업의 1단계로 데이터화부터 시작했다. 정호연 대표는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회상했다. 스마트 팩토리를 추진하는 직원과 현장 직원이 사용하는 언어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잘하고 있는데 굳이 해야 하느냐?’, ‘한다고 뭐가 달라지냐?’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처음 목표는 간단했습니다. 수기로 작성되는 문서를 없애고 정확한 정보를 기록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기록해야 생산 제품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1공장부터 모든 공정의 BOM(Bill of Materials)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시작해보니 서로가 공정을 이해하는 기준이 너무 달랐습니다. 서로가 다른 언어로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시럽을 바르거나 분사하는 공정에서 직원 개개인의 편차가 심했습니다. 적절한 기준점 없이 누구는 소량으로, 누구는 대량으로 분사하면서 ‘그냥 적당히’라는 수준의 언어만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럽도 원재료(설탕) 재고량과 관련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정 대표에 따르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준을 맞추는 데 가장 긴 시간이 걸렸다. BOM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원점으로 돌아가길 3번이나 반복한 끝에 1공장의 1단계 사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 

스마트 팩토리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이에 직원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 또한 구축 과정의 또 다른 장애물이었다. 이 일을 오랫동안 해온 직원 입장에서는 현 상태로도 불편함이 전혀 없는데 오히려 프로젝트 진행 자체가 불편함을 가중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BOM을 구성하는 것부터 무의미하다고 보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후 디지털 방식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무엇보다 빵 만들기도 바쁜 데 왜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 현장 직원들을 이해시키는 데 가장 오래 걸렸습니다. 아무래도 현장 직원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기 때문에 기계 작동 자체를 어려워하거나 잘못된 입력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정호연 대표는 문화적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그는 경영진 차원에서의 강력한 의지와 실행 그리고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자연스러운 변화를 유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실 처음에는 갈등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부터 아래로 포기하지 않고 추진한 결과, 이제는 다시 예전처럼 수기로 써야 한다고 하면 직원들이 손사래를 칠 정도입니다.”
 
원재료를 쓰는 공정마다 바코드를 스캔해서 기록할 뿐만 아니라 공장 내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어떤 작업과 어떤 생산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인한다. ⓒ겐츠베이커리

“현재 프론트엔드에서는 다음과 같이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처음에 원재료가 입고될 때 각 원재료에 바코드를 부착합니다. 이 바코드에는 유통기한, 보관 방법, 사용 방법 등의 데이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원재료를 쓰는 공정마다 사용자가 바코드를 스캔해서 기록할 뿐만 아니라, 공장 내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어떤 작업과 어떤 생산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가시적인 성과는 즉각 나타났다. 이렇게 구축 완료된 스마트 팩토리 사업 1단계를 통해 겐츠베이커리는 원격에서 어떤 공정을 진행하고 있는지, 어떤 원재료가 어디에 사용됐고 얼마나 남았는지, 완제품이 어떤 매장에 출고됐는지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스마트 팩토리 도입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제품 폐기율이 크게 줄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어떤 제품이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날 생산한 제품 전체를 폐기해야 했습니다. 어디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Lot 번호 추적을 통해 문제라고 판단되는 원재료가 들어간 제품만 골라서 폐기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생산량 및 판매량이 기록되다 보니 생산량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돼 예전에는 공장을 주6일 운영했다면 지금은 주5일 운영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이 밖에도 겐츠베이커리가 안전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증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호연 대표에 의하면 1공장의 스마트 팩토리 1단계 사업에는 1년가량이 소요됐다. 현재는 2공장의 1단계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이점은 2공장은 현업 직원끼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2공장은 품질팀 직원, 현장 관리자 등이 참여해 자체적으로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공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쌓은 노하우를 가지고 실제 사용자에게 더욱더 최적화된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겐츠베이커리는 스마트 팩토리 1단계 사업을 통해 원격에서 어떤 공정을 진행하고 있는지, 어떤 원재료가 어디에 사용됐고 얼마나 남았는지, 완제품이 어떤 매장에 출고됐는지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겐츠베이커리

스마트 팩토리 사업 2단계: 자동화
정호연 대표가 그리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의 다음 단계는 ‘자동화’다. 그는 자동화라고 말은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제과제빵 장비의 현실을 지적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많은 제과제빵 장비가 ‘자동화돼 있다’, ‘자동화 시스템 구축할 수 있다’라고 광고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구매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버튼도 사람이 클릭해줘야 하고, 재료도 사람이 넣어줘야 하며, 빵이 만들어지면 또 사람이 옮겨줘야 하는 데 이걸 자동화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표준화된 FA 언어나 기기간 통신을 위한 프로토콜 개방도 전혀 지원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진짜 자동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로봇이나 인공지능 관련 박람회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겐츠베이커리가 주목한 기업이 바로 어노테이션에이아이였다. 정호연 대표는 바리스타 로봇 ‘바이리(VAIRI)’에 탑재돼 있기도 한, 어노테이션에이아이의 ML옵스 솔루션을 활용해 여러 제과제빵 공정을 자동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어노테이션에이아이의 솔루션을 기반으로 협동 로봇을 도입해 쿠키 생산을 70~80% 자동화할 계획입니다. 또 사람 대신 영하 18도의 냉동창고에서 작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검토 중입니다. 비전 AI를 활용한 매장 자동 계산 시스템도 중·장기적 목표 중 하나입니다. 영국 런던에서 아마존 프레쉬(Amazon Fresh)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사과 하나를 집어 들고 매장 밖으로 나왔을 뿐인데 결제가 완료돼 있었습니다. 불특정한 형태와 중량의 베이커리 제품도 정확하게 포착해서 무인으로 계산할 수 있는 매장을 향후 구축할 예정입니다.”

“가야 할 길이라면 빨리 가야 한다”
정호연 대표는 제과제빵 업계 혹은 식품 제조 업계가 스마트 팩토리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선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제조 산업의 인력난을 언급하면서, 스마트 팩토리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이고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제과제빵 업계도 인력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생산 가능한 인구까지 줄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이런 상황에서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없다면 안정적인 운영 그리고 더 나아가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껏 사람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운영돼 온 전통적인 운영 방식을 손대기란 결코 쉬울 수 없다. 어떻게 보면 기반을 뒤흔드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어간다는 레퍼토리가 여기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정 대표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뺏는 경쟁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스마트 팩토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이 명확하게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제과제빵은 섬세한 작업이나 최종 검수 작업 등에서 숙련된 기술자가 꼭 필요합니다. 오히려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인해 생산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사람이 해야 할 일도 많아집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만 사라질 뿐입니다.”

겐츠베이커리 정호연 대표와의 인터뷰는 꽤나 흥미로웠다. 빵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스마트 팩토리부터 인공지능, 협동 로봇, 자동화, 협업 도구까지 IT 이야기가 더 많이 오갔기 때문이다. 스마트 팩토리 사업을 하려는 제조 기업에 전하는 정호연 대표의 조언이 더욱더 설득력 있게 들렸던 이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성공적인 스마트 팩토리 도입에 있어 경영진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필수적입니다. 처음에 스마트 팩토리를 한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 마련입니다. 직원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의사결정권자의 강력한 의지와 추진이 있어야 직원들도 적극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비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사실 예산을 적지 않게 투입해야 하는 일입니다. 당장 눈앞의 비용을 아끼려고 하다 보면 재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확장성을 검토해서 계획을 세운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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