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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남의 畵談 | 중용의 수학적(?) 분석

2013.10.21 박승남  |  CIO KR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익숙한 사자성어죠. 그 뜻은 아래 어느 것이 맞을까요?

(1) 지나침(過)은 모자람(不及)만 못하다.
(2)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

아마 1번으로 알고 계셨겠지만, 출제자의 의도를 고려해서 2번이 답이라고 생각하시겠죠?

맞습니다. 2번이 답입니다. 치우침은 오른쪽/왼쪽, 위/아래 어느 쪽이든 똑같이 문제라는 거죠. 1번이 답이라면 적당주의가 당위성을 갖고, 부익부(富益富)가 빈익빈(貧益貧)보다 못하다는 결론도 나오게 됩니다.

‘극단(極端)’이란 단어에서 여러분은 긍정과 부정, 어떤 느낌을 더 가지고 계십니까? 현재는 경제든 정보력이든 모든분야에서 ‘극단’과 ‘양극화’의 시기이고, 우리도 이 영향을 받아 사고가 점차 편향적으로 변해가지 않나 싶습니다.

이러한 흐름의 반대편에 ‘중용(中庸)’이 있습니다.

중용의 원래 뜻은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라고 합니다. 더불어, 중(中)이 기계적으로 중간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부연 설명도 있습니다. 어려운 문구라 머리속에 쏙 들어오지는 않지만, 제게는 이과적인 단순사고로 ‘최적화’ 또는 ‘균형과 조화’정도로 이해됩니다.

그동안 제 개인적으로는 사회생활에서 극단의 경우보다 중간 어딘가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아래에 중용을 수학적(?)으로 증명(?)해 보았습니다. 딱 맞지 않더라도 전반적인 느낌정도만 공유했으면 합니다.



그래프 1.

화물차에 싣을 수 있는 무게가 100Kg인 경우를 생각해 볼까요. 이때 실어야 할 짐도 있고 연료도 필요합니다. 이때 최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짐과 연료의 분배율은? 실적은 짐의 무게와 주행거리의 곱이기 때문에 이런 수식이 나옵니다. X를 짐의 무게, Y를 연료 무게라고 하면 X+Y=100일 때 X*Y의 최대값은?

답은 X가 100일 때 혹은 Y가 100일 때가 아닌, 그 중간에 있는 X,Y가 50일 때 2,500입니다.

최대한 많은 짐을 싣고 싶은 욕심 또는 멀리가고 싶은 과욕을 버리고 균형을 이룰때 최고의 성과가 나오게 됩니다.

그래프 2

허용 위험도와 이에 대응하는 비용은 반비례합니다.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 비용이 적게 들고, Risk 제로를 만들려면 많은 비용이 들게 됩니다. 기업은 위험과 비용을 적절하게 낮추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X가 Risk Y가 비용이라 할 때 이는 X*Y=100으로 표현될 수 있고, 기업은 X+Y가 최소인 점을 찾아야 합니다.

역시 양 끝 단이 아닌, X,Y가 10에서 해답이 나옵니다.

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라는 말이 있습니다.

후한(後漢) 의 반초(班超)라는 인물이 서쪽 50여 나라를 복속시키고, 미개한 오랑캐들이지만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여 10여 년의 세월을 아무런 사고 없이 그들을 다스렸습니다.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하고 그 후임으로 임상(任尙)이 부임하였습니다. 후임자인 임상의 "서역을 다스리는데 어떤점을 유의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반초는 "자네는 성격이 너무 결백하고 조급한것 같네, '물이 너무 맑으면 큰고기가 살지 않는법(수청무대어(水淸無大魚))’이라네 정치도 너무 엄격하게 서두르면 아무도 따르지 않을 것이네 그러니 사소한 일들은 덮어두고 큰 일을 다스리도록 하게나". 그러나 임상은 오랑캐를 미개인들로 여기고 자신의 생각대로 힘으로만 다스렸기 때문에 5년이 안되어서 서역 50여 나라는 모두 한나라의 적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유래한 수청무대어가, 요즘은 약간은 덜 강직하게 세속적으로 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라는 뜻으로 해석이 됩니다만…

CIO의 역할상 최소시간 내에 무한 요청을 하는 현업과 이를 기술적으로 다 수용할 수 없는 IT부서와의 갈등을 중재하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중용의 덕이 필요할 때이죠.

예전에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겨서 중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현업은 불편해서 도저히 못쓰겠다고 하고, 솔루션업체는 자신들은 계약대로 수행했다 하고, 그룹의 IT회사는 추가비용 없이는 개선이 어렵다고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두 가지 선택밖에 없어 보였습니다. 1. 강한 변경관리를 통하여 현업이 시스템을 쓰게 한다. 2. 솔루션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솔루션과 그룹 IT회사에 책임을 물어, 프로젝트 실패를 선언하고 새로 시작한다. 책임공방에 따라 사람도 다치고, 업체와 법적 다툼도 생기게 되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프로젝트를 엎는 극단적인 조치가 최선으로 보였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결국 현업, 구축 관련 업체들과 조금씩 양보와 타협으로, 그룹 IT회사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해 추가 개발하고, 솔루션 업체는 이에 따라 패키지의 기능을 수정하며, 현업은 개선안에 따른 변경관리를 수용하는, 차선이지만 길게 보면 최선인 방안을 만들었습니다.

‘The winner takes it all’ 치열한 극단의 세상에서, 균형과 조화의 중용적 태도는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손자가 백전백승이 최선이 아니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의 병법이라 하였듯이, 저는 이러한 자세가 현명한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한가지 법칙으로만으로 잘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당연히 중용이 아닌 극단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텐데, 그 이야기는 다음 회에…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아홀딩스의 CIO로 세아그룹의 IT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이전에는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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