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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메타의 '호라이즌 월드'가 설득력 없는 이유

2022.10.14 Mark Hachman  |  PCWorld
마크 저커버그의 영향권 밖에 있는 사람들은 2020년대의 '낙하산 바지'가 메타버스라고 확신하는 듯하다. 실패한 스타트업 무리로 들어가면서 죽여주는 패션을 뽐내는 이들을 위한 액세서리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2019년 개봉된 영화 '주먹왕 랄프 2 : 인터넷 속으로(Ralph Breaks the Internet)'와 상당히 유사했던 메타의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s)'를 체험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호라이즌 월드, 정확히는 호라이즌 월드의 하위 세계인 호라이즌 워크룸(Horizon Workrooms)은 사실상 페이스북과 흡사했다. 완전히 별로라는 의미는 아니다. '대부분' 별로였다. 



원래 메타는 호라이즌 월드를 VR 헤드셋, 특히 메타 퀘스트 2(Meta Quest 2, 이하 퀘스트 2)와 연결되는 앱으로 출시됐다. 그리고 최근 메타는 프리미엄 독립형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Meta Quest Pro, 이하 퀘스트 프로)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1~2시간의 배터리 수명을 갖추고 있으며, 1,500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을 자랑한다. 

필자가 들은 바에 의하면, 메타는 퀘스트 2의 전체 사용자를 위해 앱을 마이그레이션하기 전 메타버스 애호가 커뮤니티에서 어떤 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지 파악하고자 한다. 흥미롭게도 메타는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2(Microsoft HoloLens 2)가 생산성 개선 기기로 변신한 것처럼 퀘스트 프로를 '생산성'을 개선하는 솔루션으로 보고 있다.

필자는 메타 본사에서 퀘스트 프로를 다양한 시나리오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무엇보다 퀘스트 프로가 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생산성 증대를 위한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메타 직원들이 이미 생산성 증대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상하게도 호라이즌 월드/워크룸은 출시 1년이 지났지만, 페이스북 임직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매력적인 앱의 궁극적인 결점

퀘스트 프로 기기 자체에 관한 필자의 생각은 '직접 사용해 본 메타 퀘스트 프로 "인상적인 혼합현실 경험, 활용성은 의문"'에서 정리했다. 여기서는 체험을 통해 경험한 호라이즌 월드/워크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호라이즌 워크룸은 페이스북과 매우 유사했다. 퀘스트 프로를 사용한 가상회의 참여를 권유 받은 필자는 체험석에 착석한 후 헤드셋을 받고 호라이즌 워크룸을 실행했다. 필자 앞에 가상현실 속 상대방이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호라이즌 월드의 최대 경쟁 앱인 VR챗(VRChat)과 달리 호라이즌과 퀘스트는 상대의 상반신만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얼굴과 눈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괜찮았다. (가상현실 속 호라이즌 워크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캡처는 허락되지 않거나 여건상 할 수 없었다.)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호라이즌 워크룸에 있는 필자의 모습 ⓒ Bob Minkin/Meta

체험을 도와 준 메타 직원은 미래적인 도시 속 사무실, 혹은 그리스 섬에 있는 방에서 회의에 참석하는 설정을 포함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빠르게 실행했다. 독립 실행형 제품인 퀘스트 프로는 헤드셋에 의존하지 않고 위치 조정이 되는 독립적인 컨트롤러도 함께 제공한다. 필자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물리적으로 공간 속을 걸어 다녔고 직접 필기할 수 있는 가상 화이트보드에 접근했다. 퀘스트 프로의 대표적인 기능은 스타일러스와 같은 컨트롤러를 잡고 '끄적'이는 것이다. 

칭찬할 것은 칭찬해야 한다. 아무리 가상현실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을 앞에 두고 앉아있는 느낌은 화상 채팅보다 자연스럽고 실제 같았다. 더 많은 사람이 합류할 때는 필자가 앉아있던 가상 테이블을 확장할 수 있으며, 심지어 소회의실까지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수준으로 작동하는 공간 음향을 통해 누가 말하는지도 알 수 있다. 올 초 세간의 웃음거리가 됐던 촌스러운 아바타 그래픽도 확실히 개선됐다. 물론 여전히 인상적이지 않은 그래픽이지만 말이다. (메타는 헤드셋을 통해 보던 실제 이미지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메타의 호라이즌 워크룸 일러스트. 필자의 경험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보인다. ⓒ Meta

이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메타의 서비스는 처음에는 대학교에서, 이후에는 전 세계에서 가족과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환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퀘스트 프로는 사용자 대면 카메라 및 외부 카메라를 모두 탑재하고 있다. 퀘스트 프로의 대표적인 '셀링 포인트'는 눈의 넓이, 볼의 높이처럼 72가지 얼굴 포인트를 얼굴 인식 카메라가 추적한다는 점이다. 상당히 놀라운 기능이다. 흥미로운 것은 카메라가 통통하거나 둥근 얼굴 혹은 길거나 좁은 얼굴을 중립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들은 바에 의하면, 메타는 신체적 특징을 보존하지 않기 위해 평균값을 사용한다. 즉, 현실에서 매우 과체중인 사람은 특별히 설정하지 않은 이상 호라이즌 월드에서는 과체중이 아니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업무 환경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 신호를 읽기가 어렵다는 점 역시 곧 깨닫게 된다. 필자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집중하는지, 관심을 보이는지, 늘어지는지, 지루해하는지를 얼굴을 통해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본다. 호라이즌 월드/워크룸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상대방이 몰입하고 있는지, 경청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현실이나 줌 통화 시에는 아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라이즌 월드에서는 어려울 듯하다. 

월드/워크룸에서의 행동과 반응은 수행적이다. 그렇다. 손 추적 기능으로 손을 흔들거나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점이 현실 속 페이스북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일상에서의 진실된 감정보다는 성공, 성취, 특별한 사건에 관해 포스팅한다. 워크룸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진정성을 갈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상세계에서 그저 실제 세계를 추상화할 뿐이다.
 
필자가 퀘스트 프로의 컨트롤러를 사용하고 있다. ⓒ Bob Minkin/Meta


실제 사무실보다 결코 더 좋을 수 없다

필자가 꼭 경험하고 싶었던 체험은 단순히 업무 상황에서 퀘스트 프로를 사용해보는 것이었다. 기억하자. 메타는 빈 공간에 3개의 가상 모니터를 투사하는 가상 '홈 오피스' 개념을 내세웠다. 출장을 가야 할 때 귀가 솔깃해지는 발상이다. 바로 이것이 필자가 노트북에 클립으로 고정하는 포포(FOPO)의 '트리플 포터블 모니터(Triple Portable Monitor)'를 추천했던 이유 중 하나다.

다시 말하건데 개념 자체는 괜찮다. 필자는 헤드셋을 이용해 가상의 홈 오피스 환경(필자의 경우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사무실)을 조성한 후 이 헤드셋을 애플 맥과 연결했다. 
 
가상의 '홈 오피스'. 필자의 기억으로는 메타가 제공한 이 사진보다 화면이 훨씬 더 뒤에 있었고 더 저해상도였다. ⓒ Meta

메타의 '홈 오피스' 기능은 어느 정도 여지를 준다는 가정하에 잘 작동한다. 생성된 디스플레이는 글자를 훌륭히 구현하지만, 디스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을 정도로 글자 크기를 수동으로 늘려야 한다. 퀘스트 프로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눈 하나당 1920×1800, 리프레시율은 90Hz이며, 포비티드 랜더링(Forveated Rendering)을 통해 눈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지점에서 더 많은 픽셀을 분해한다. 문서상으로는 모든 게 참 멋져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작업은 고해상도 노트북 모니터 혹은 가상 데스트탑을 사용하거나 창을 다양한 코너에로 이동시키는 방법으로도 훨씬 잘 수행할 수 있다. 즉, 글자의 크기를 늘린다면 여느 모니터라도 글자를 표시할 수 있다. 

그래도 메타의 퀘스트 프로 헤드셋이 부리는 묘기가 한 가지 있다. 영역을 분할할 수 있는 '풀컬러 패스스루(full-color passthrough)' 기능이다. 사용자는 패스스루 카메라를 통해 주변을 실제 색상으로 보면서 실제 세계의 물체와 상호작용할 수 있다. 출력되는 이미지는 불명료하고 거칠겠지만 크게 상관없다. 단, 가상 책상에서 물리적 키보드에 타이핑하는 것과 같이 정확성을 요하는 활동을 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메타의 데모는 책상의 물리적 키보드 위에 가상 키보드를 겹쳐 놓았는데, 이것은 개념 측면에서 보아도 이상했다.  패스스루 카메라 또한 잘 맞지 않았다. 필자는 손가락이 올바른 키 위에 올려져 있는지 확신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이 때문에 익숙지 않은 키보드를 사용할 때보다 더 헤맸고, 실제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눈의 피로 때문이었는지, 혹은 다른 헤드셋 관련 문제 때문이었는지 두통과 메스꺼움을 일으키기 시작했다는 점 또한 불편 요소였다.  


가상의 사무실이 굳이 필요할까

필자는 '실제 세계가 이미 존재하는데 메타의 가상화 된 실제 세계가 진정 필요한가'라는 점을 계속해서 자문했다. 메타버스를 엔터테인먼트 및 예술을 위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업무와 생산성 개선을 위해서 과연 메타버스가 필요할까? 필자는 회의적이다. 

저커버그가 사명을 바꾸지 않았다면, 메타버스에 대해 립서비스를 하도록 경쟁사들을 위협하지 않았다면, 메타버스가 과연 진지한 대화 주제가 될 수 있었을까? 과도한 가격을 제외했을 때 퀘스트 프로가 탑재한 놀라운 기술은 물론 대단하다. 진정한 메타버스가 무엇이든 이 점을 분리해서 생각한다면, 비로소 진지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볼 때 호라이즌 월드와 워크룸은 실리콘 밸리 집단이 으스대는 또 하나의 비싼 장난감처럼 느껴질 뿐이다. 현재 필자에게는 별로 쓸모가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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