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누출에 대한 분노는 납득할 수 있다. 그렇지만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것이 해답일까?
케임브리지 애널리틱스 스캔들 이후 많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계정을 삭제하고 있다. 이 스캔들의 골자는 데이터 마이닝 기업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가 수천 만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정보를 우회적으로 획득했으며, 이 정보를 사용해 미 대선을 비롯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한 성격 퀴즈에 참여한 이의 정보와 함께 참여자의 친구들 정보까지 이 데이터 마이닝 기업에게 전달됐다. 즉 개인 정보를 앱과 공유하기로 동의하지 않은 사용자들조차도 정보 누출의 대상이 됐다.
이러한 분노는 사실 당연하다. 프라이버시나 권리가 침해 당하면 들고 일어나는 것이 건강한 자세다. 그러나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것이 진짜 해답일까? 내가 보기엔 전형적인 누워서 침뱉기(cutting off your nose to spite your face)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throwing the baby out with the bathwater) 사례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사실 이번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은 사용자 관점에서 아주 바람직한 사건이다. 전세계 정부들이 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현미경을 들이대기 시작했으며, 페이스북이 또다른 침해적 관행을 빠르게 해결해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헐리우드 프로듀어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이 폭로된 이후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한 의식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저커버그 CEO는 개인 정보를 보호할 책임이 페이스북에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미 이런 종류의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의심스러운 활동을 시연하는 모든 앱에 대해 감사를 수행하고 개인 식별 정보를 잘못 사용하는 개발자는 금지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이 궁극적으로 사용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사용자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서드파티 개발자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다. 그간 존재했던 애매모호함이 명백해질 수 있는 계기인 셈이다.
페이스북 플랫폼에 있는 22억 명의 사용자는 이번 주 자신의 피드에서 '귀하의 정보 보호하기'라는 알림을 받기 시작한다. 이 링크에는 페이스북 계정에 연결된 모든 앱과 해당 앱과 공유되는 개인 정보, 앱을 개별적으로 취소하거나 제 3자 접근을 차단하는 행위를 간단히 수행할 수 있다.
#deletefacebook 캠페인에 합류하는 대신 개인 정보를 공유하는 위험과 보상의 가치를 신중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 삭제는 되돌리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이 잘못하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을 지켜나가는 실용적인 태도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페이스북 계정을 유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 Michael Jankie는 파워드로컬(PoweredLocal)의 CEO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