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각종 발언과 소문으로 기대를 높여왔던 폴더블 폰이 마침내 정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IFA에서 있었던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모바일 부문 고동진 사장은 올해가 가기 전 폴더블 폰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CNBC에 따르면, 고 사장은 “올해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폴더블 폰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출시가 될지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고 사장은 폴더 폰 개발이 “거의 마무리 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으로 유추해 보면 11월에는 실제 제품 공개라기보다는 미리 보기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이름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오해는 말자. 삼성은 분명 세계 최초로 완전히 접히는 휴대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단, 폴더블 폰을 공개하는 이유가 소비자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세계 최초’가 되고 싶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고동진 사장은 이미 지난달 삼성은 가능한 빨리 폴더 폰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면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한 바 있다. 어떤 제품을 공개하기엔 아주 나쁜 이유이지만, 특히 소비자들이 그다지 많이 요구하지 않은 첨단 기술일 경우 더 나쁘다.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들은 이미 상당히 크다. 삼성의 노트9도 6.4인치며, 애플이 곧 공개할 아이폰 XS도 6.5인치 크기라는 소문이 있으며, 픽셀 3 XL도 6.7인치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폰이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점점 더 커지면서, 삼성과 화웨이 및 기타 제조업체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닐 여분의 가방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화면을 키울 수 있는 접이식 화면에 눈을 돌리고 있다.
우리는 더 큰 휴대폰이 정말 필요한지를 끊임없이 논쟁할 수 있지만, 만일 필요하다면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한다. 베젤은 이미 줄어들대로 줄어들었기에 결국 새로운 형태가 필요하다. 접이식 화면은 이 문제를 해결할 최고의 방법이다. 지난해 ZTE는 힌지가 포함된 폴딩 폰인 엑손 M(Axon M)을 소개한 바 있는데, 삼성의 새로운 폴더 폰은 실제 화면이 접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목표 혹은 요구사항을 만족하는 새로운 제품을 설계하는 것은 경쟁 제품을 이기기 위한 제품을 설계하는 것과 아주 다르다. 중요한 부분이 생략되고, 결함이 생기고, 최종 결과물이 엉망이 된다. 게다가 삼성의 끈질긴 “세계 최초”에 대한 욕망은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제품으로 이어진 적이 거의 없다. 육중하고 조잡했던 갤럭시 기어(Galaxy Gear) 스마트워치가 그랬고, 앱 지원이 제한적이었던 1세대 갤럭시 노트, 그리고 가격이 너무 높고 버그가 많았던 갤럭시 S6 엣지가 그랬다. 하지만 삼성은 스스로 최초라는 데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기회가 될 때마다 이를 상기시키고 있다.
만일 삼성이 올해 말에 최초의 폴더블 폰을 공개한다면, 수많은 매체에 실리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그다음 가격이 공개될텐데 1,000달러는 충분히 넘을 것이다. 그러면 리뷰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실제로 주변인 중 최초로 폴더블 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본다.
최초는 ‘문제투성이’와 같다
‘최초’는 분명 명예롭지만 역효과가 있을 수 있다. 삼성은 프리미엄 휴대폰 기업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올해는 이런 프리미엄 제품들을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갤럭시 S9과 노트9 모두 기대만큼 화제가 되진 못했으며, 삼성이 폴더블 폰을 ‘최초’가 되기 위해서만 내놓는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폴더블 폰 기술은 최첨단 기술이지만, 잘못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현재는 의문점이 더 많은 상태인데, 초기 기술을 다루었던 삼성의 행보를 봤을 때 만족스럽게 모든 의문점을 해소할 것 같지는 않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고 사장은 폴더블 폰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접히지 않는 경험이 태블릿과 같다면 사람들은 왜 그것을 구입했을까?… 모든 디바이스, 모든 기능, 모든 혁신은 우리의 최종 소비자들에게 의미있는 메시지를 가져야 한다. 최종 소비자들의 이것을 사용할 때면 “아, 삼성이 이것을 만든 이유가 이것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삼성의 의지처럼 되길 바란다. 지금으로선 그저 삼성이 폴더블 폰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만든다고밖에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