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갤럭시 Z 플립3로 폴더블 폰 업계에 한 획을 그었다. 디자인, 실용성, 가격 측면에서 그야말로 혁명적인 제품을 만들어, 틈새시장을 넘어 주류 시장의 관심을 성공적으로 얻었다. Z 플립3가 나온 지 12개월이 지났지만 아쉽게도 삼성은 작년 같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진 못했다. 지난주 출시된 Z 플립4는 이전 세대 제품을 조금 업데이트한 수준이며, ‘혁명’보다는 ‘반복’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제품이다. 하지만 이것은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Z 플립3가 훌륭했던 만큼, Z 플립4도 우수한 제품이다. 오히려 더 낫다. 특히 이전 세대의 핵심 결함, 바로 배터리 수명과 카메라 문제를 고치는 데 집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디자인과 외관
Z 플립4는 작년에 나온 Z 플립3 디자인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유지했다. 사각형으로 접히는 구조. 두 가지 색상을 담은 외관. 접었을 때 보이는 커버 디스플레이. 한 손에 잡히는 작은 크기. 거의 모든 것이 비슷하다. 변화도 조금 있긴 하다. 스마트폰의 본체는 유광이 아니라 무광이며 가장자리가 미묘하게 다듬어졌다. 커버 디스플레이 영역은 이전과 같으나 카메라 렌즈는 본체에서 조금 더 앞으로 나왔다.
Z 플립4의 기본 색상은 4가지로 보라 퍼플, 블루, 핑크 골드, 그라파이트를 지원한다. 이번에 다시 도입된 ‘비스포크 에디션(Bespoke Edition)’을 이용하면 더 다양한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비스포크 에디션은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고, 프레임과 본체의 색상을 원하는 대로 골라서 맞춤형 Z 플립4를 주문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힌지에서 찾을 수 있다. 크기가 더 작아지면서 스마트폰을 펼쳤을 때 디스플레이의 주름이 눈에 덜 띈다. 그렇다고 힌지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또한 스마트폰을 닫았을 때 약간의 틈이 있다. 접었을 때 틈새가 없는 화웨이 P50 포켓(Huawei P50 Pocket) 같은 경쟁 제품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본체는 견고한 유리인 고릴라 글래스 빅투스+(Gorilla Glass Victus+)가 적용됐으며, 그 덕에 내구성은 조금 더 개선되었다. 방수 등급은 IPX8 (방진이 아닌 방수만 해당)이며, 프레임은 ‘아머 알루미늄(Armour Aluminium)’으로 제작됐다. 필자는 이전에 Z 플립 3를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힌지 상태를 확인한 바 있는데, 손상되지 않을 정보로 아주 견고했다.
하지만 힌지의 내구성에 관해서는 알 수 없다. 삼성은 Z 플립4의 힌지가 20만 회 접기 테스트를 문제없이 견뎠다고 밝혔다. 하루 100회 접을 경우 5년 이상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삼성이 작년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는 점이다. 작년에 일부 사용자는 힌지를 따라 디스플레이가 갈라지고 Z 플립3가 분리되는 문제를 겪었다. 화면이 완전히 망가진 경우도 있었다.
이 결함은 해결되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직접적으로 테스트할 수 없지만, 일단 필자가 Z 플립3를 1년 넘게 사용해보니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이 아무리 좋은 수치를 제시해도, 폴더블 폰 구매자는 스마트폰이 일찍 파손될 수 있다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디스플레이와 오디오
트윈 디스플레이는 앞서 언급한 힌지 개선과 커버 디스플레이를 위한 소프트웨어 말고는 바뀐 부분이 거의 없다. 메인 화면은 6.7인치, 120Hz AMOLED이다. 삼성은 기술적으로 작년과 다른 패널을 사용했다고 말했지만, 품질보다는 전력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바꾼 측면이 크다. 펼쳤을 때 기준 같은 크기의 화면이 적용된 다른 스마트폰과 비교해보면 Z 플립4는 더 얇고 가볍다. 화면은 밝고 선명하지만 사실 비슷한 가격대에서 더 좋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도 많다. 이전과 큰 변화가 없기에 펼쳤을 때 보이는 주름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사용자 대부분 만족하면서 사용할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을 접었을 때 보이는 1.9인치짜리 커버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외부 디스플레이가 마음에 든다는 쪽이다. 사용하지 않을 때 디자인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느껴지며, 단순한 조작을 하기에 충분한 크기라고 생각한다. 작은 디스플레이지만 알림, 시간 등 정보를 보여주고, 기본적인 메시지 답장도 할 수 있다. 음악도 재생할 수 있고, 타이머 등을 설정할 때도 유용하다. 올해 추가된 기능 덕에 최대 3개 연락처에 빠르게 전화를 걸 수 있으며, 삼성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 시스템을 활용해 스마트홈 기능을 조정할 수 있으며, 화면에 사용자 정의 이미지, gif, 비디오 등을 최적화해서 보여줄 수 있다.
누군가는 외부 디스플레이가 너무 작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경쟁 제품인 모토로라의 레이저 2022(Razr 2022)와 비교하면 특히 작아 보이는데, 사실 레이저 2022의 디스플레이 쓸데없이 크고 제대로 하는 역할이 없는 디스플레이다. 반면에 삼성의 외부 디스플레이는 의도적으로 작게 만들어 그 기능을 다하고 하고 있으며, Z 플립4의 깔끔한 디자인과 어울린다.
Z 플립4에는 한 쌍의 스테레오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지만 헤드폰 잭은 없다. 스피커는 견고하고 동시에 평범하다. 잠시 음악이나 게임을 즐기기에는 좋지만 블루투스 스피커를 대체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사양과 기능
삼성은 Z 플립4에 최신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8+ Gen 1을 탑재했다. 스냅드래곤 888을 사용한 Z 플립 3보다 성능이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다만 RAM이 8GB로 제한되어 조금 실망스럽고, 폼 팩터 때문에 냉각 성능이 제한됐다. 따라서 Z 플립4로 까다로운 작업을 하려고 하면 조금 뜨거워질 수 있다. 8+ Gen 1 탑재한 타사 스마트폰과 비교해 가장 빠른 성능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대부분 엄청난 성능을 Z 플립4에서 기대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일반적인 사용 범위 안에서 Z 플립4는 결함이 거의 없으며, 까다로운 게이머 정도만 성능에 불만을 가질 것이다.
스토리지 용량을 256GB와 512GB에서 선택할 수 있다. 확장형 마이크로SD 카드를 넣을 수 없기 때문에 기왕이면 더 큰 용량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통신이나 기타 사양은 예상한 수준 그대로이며, 5G, NFC, Wi-Fi 6, 블루투스 5.2 지원된다. 얼굴 잠금 해제는 셀카 카메라를 사용하여 사용하거나 측면 전원 버튼에 탑재된 지문 스캐너에서 지문을 인식해 해제할 수 있다.
배터리와 충전
배터리 사용 시간은 Z 플립3의 가장 결정적인 단점이었다. Z 플립3는 하루 종일 사용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배터리가 빨리 소모됐다. 이런 부분을 인식했는지 삼성은 Z 플립4의 배터리 성능을 크게 개선했다. 배터리가 가장 오래가는 스마트폰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지만, 현재 Z 플립4는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전력 효율적인 칩을 이용해서 배터리 성능을 매우 높였다. 적어도 이번 제품은 배터리 수명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필자가 약 2주 동안 Z 플립4를 사용해본 결과, 잠자리에 들 때 스마트폰 충전 잔량은 30~40% 남아있는 정도로 큰 불편이 없었다. 외부에 놀러 가서 몇 시간 동안 사진, 영상,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야 오후 9시쯤 배터리 잔량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다른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상황은 비슷했을 것 같다.
충전 성능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경쟁 제품과 비교해보면 아직은 부족하다. 작년에 15W를 지원하던 Z 플립은 이번 세대부터 25W를 지원한다. 충전기는 기본 제공하지 않는다. 두 개의 외부 충전기로 Z 플립4를 1시간 반 동안 충전해보니 하나는 36%까지, 다른 하나는 48%까지 충전됐다. 초고속 충전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느린 편이지만 사용자 대부분 빠르게 충전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유선 충전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Qi 무선 충전을 지원해 편의성을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