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으레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평판을 갖기 마련이다. 신비하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에 그리 휘둘리지 않는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이 영역에도 기괴한 전설은 있다. PDP-11을 고칠 수 있는 부두교 고무 치킨(voodoo-powered rubber chickens)이나 컴퓨터를 파괴할 수 있는 매직 스위치 등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 IT 업계의 독자들이 제보한 미신 또는 비합적인 믿음을 소개한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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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별'이었다
오피템(Opitem)의 서비스 관리 전문가 조지 네메쓰는 별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쓰곤 한다. 특히 수성의 역행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이 천문 현상이 나타나기 직전이면, 웹사이트 및 이메일 문제등으로 전화가 폭주하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불가사의한 현상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가 실제로 점성술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그러나 "수성 역행이 일어날 때쯤이면 내가 늘 바빠진다고 약혼녀가 알려줬었다. 확인해보니 실제로 그랬다. 별다른 이유 없이 해괴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악령의 도움
좌절스러운 상황이 지속될 때, 누구나 조금은 헛된 기대를 품을 수 있다. 다음은 마이클 로빈슨의 이야기다.
"몇 년 전 나는 작은 하드웨어 팀을 관리하고 있었다. TV 카메라의 영상 신호를 디지털화하는 보드를 개발하는 것이 임무였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 좌절하는 팀원들에게 나는 악마를 데려다 놓아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발리 섬에는 흉칙한 외관을 가졌지만, 사실은 착한 괴물에 대한 신화가 있다. 한 수입상점에서 나는 이 발리의 악령 조각상을 우연히 만났다. 어쩐지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에 이 조각상을 사서 카메라 앞에 나열해봤다. 10cm 남짓의 작은 조각상이었지만 카메라를 통해 화면에 나타난 조각상의 모습은 거대하고 위압적이었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후 우리 팀은 문제를 찾아 해결할 수 있었다. 그 이후 이 하드웨어 보드는 문제 없이 동작했다." -- flickr / chem7
피의 제물
발리의 악령 신화는 약과다. 몇몇 괴짜들은 좀더 어두운 힘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애플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피트 와든은 과거 저질렀던 사악한 행동을 소개했다.
"내 업무 중 하나는 그래픽 카드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하루종일 그래픽카드를 끼웠다 뺐다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단히 귀찮은 작업이었다. 이 직장에서 널리 받아들여진 미신 중 하나는, 최소한 한번은 스스로를 베어 피를 봐야만 그래픽카드가 올바로 동작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직원들은 모두 자신의 피를 제물로 바쳤다. -- flickr / Ollie Crafoord
성스러운 편집기
30년 가까이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근무해온 빌 제터는 그가 운영체제의 가장 신성한 곳을 다뤘던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프로그램이나 평범한 텍스트 파일을 편집할 때, 나는 이맥스(Emacs)를 이용한다. 그러나 유닉스/리눅스 상에서 시스템 구성 파일을 편집해야 할 때면, 'vi'를 사용한다. 합리적인 이유는 없다. 그저 의식과 같은 행위다. 시스템 변경이라는 신성한 업무를 수행하기 전에 성스러운 옷을 갈아입는 행위인 셈이다." -- flickr / Ollie Crafoord
못 쓸 정도가 아니라면, 그대로 쓰라
'못 쓸 정도가 아니라면, 그대로 쓰라'는 미신이 있다. 모든 걸 이해해야 직정이 풀리는 IT 전문가들일지라도, 동작하는 무언가를 선뜻 뜯어보기에는 주저하곤 한다. 새니티 솔루션의 수석 컨설팅 엔지니어 크리스 해롤드는 이러한 심적 경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이 미신이 반복되는 이유는 일단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한 순간, 실제로 문제를 해결했는지와 무관하게 같은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지 게으름으로 인해 이 미신이 지속되는 것일 수도 있다." flickr / Orin Zebest
내 사랑하는 강아지들
자신의 컴퓨터에 이름을 붙이고 인격화하는 이들이 있다. 마지 전자 애완동물처럼 대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닉스 관리자는 엔지니어링 랩에서의 일상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휴가를 다녀올 때면, 나는 모든 컴퓨터들에게 다가가 어루만지곤 했다. 이제 내가 돌아왔으니 그만 서운함을 풀어도 된다고 말이다. 그러면 그들은 진정하곤 했다." -- flickr / Erik Pi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