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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등잔 밑만 보지 마라'··· 원격근무 생산성의 등뒤

2022.09.14 Gleb Tsipursky  |  IDG Connect
리더는 자신이 혼합·원격 근무의 생산성을 평가할 때 근접 편향(proximity)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얼굴을 비친 시간(face time)'에 매몰되지 않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즉 근접성 대신 정말 다양한 근거를 기반으로 팀원의 성과를 파악하고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Depositphotos

상사들은 직원들이 원격 근무를 할 때 정말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을까? 시트릭스(Citrix)가 원격근무를 할 수 있는 1,800명의 지식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설문조사에 따르면 답은 ‘아니다’이다. 비즈니스 리더의 절반은 직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할 때 별로 열심히 일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무려 48%가 직원 컴퓨터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업무를 감시했다. 반대로도 똑같이 직원의 49%만이 고용주를 신뢰한다고 답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듯하다.

원격 근무에 대한 보수적인 리더들의 반감은 일론 머스크가 최근 직원들이 사무실 밖에서 “보여주기식”으로 일한다며 출근을 요구한 사건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직원들이 사무실에 얼굴을 비춰야만(visible)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은 곧 출근이라는 생각은 보수적인 리더들의 항상 펼치는 논리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식 산업 리더의 절반 가량이 2023년 상반기까지 모든 직원이 출근하도록 할 예정이다. 미래 포럼(Future Forum)의 조사에 따르면 원격근무 반대파는 주로 50~60대로 나타났다. 반면 50대 미만의 리더는 혼합 및 원격 업무 환경에 포용적이며 효과적인 실행 방법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사무실에 출근해야만 생산성이 유지될 수 있다는 이 리더들의 생각에는 타당한 근거가 있을까? 

이미 눈치 챘을지 모르지만, 내 답은 “없다”다.

이미 코로나 이전에 필자의 연구진은 원격 근무가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입증하는 동료 평가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나스닥에 상장된 한 회사는 콜센터 직원 중 일부를 무작위로 지정해 9개월 동안 재택근무 집단과 사무실 근무 집단으로 나눴다. 그 결과 재택근무 집단은 더 적은 병가일 수와 13% 더 나은 업무 수행 능력을 기록했다. 재택근무 집단의 업무 만족도 또한 더 높았으며 퇴사율은 50%나 더 낮았다.

프로그래머, 마케팅 및 재무 직원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원격 근무과 마찬가지로 혼합 근무 집단의 퇴사율이 35% 더 낮았으며 작성한 코드의 수는 8%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 근무의 생산성 향상에 대한 수많은 연구

코로나로 인해 원격 근무의 생산성에 대한 연구가 급증했다. 예를 들어, 2020년 8월 머서(Mercer)가 800명의 HR 리더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94%의 직원이 코로나 전에 비해 원격 근무 환경에서 똑같이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글로벌 단체 훌륭한 일터(Great Place to Work)가 무려 2년 동안 80만 명이 넘는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원격 근무로의 전환이 생산성을 6% 향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원격 근무의 생산성을 조사한 한 연구는 5% 향상을 기록했다.

시카고 대학의 한 연구에서 원격 근무가 생산성을 높인다고 답한 비율은 60%, 떨어뜨린다고 답한 비율은 14%로 밝혀졌다. 전반적으로 원격 근무는 사무실 출근 근무보다 생산성이 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다지 놀라운 결과가 아니다. 원격 근무의 큰 이점은 통근 시간의 부재다. 시카고 대학 연구에 따르면 통근으로 아낀 시간의 대략 35% 정도가 본업에 추가로 쓰인다. 평균 통근 시간이 1시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본 업무 시간은 장기적으로 많이 늘어나는 셈이다.

원격 근무의 또 다른 이점은 유연성이다. 모든 사람의 생활 리듬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해야 하는 틀에 딱 들어맞지 않으며 시간대마다 에너지 레벨이 천차만별이라는 연구가 있다. 직원 개개인이 가장 생산적인 시간대에 집중해 일한다면 생산성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더 최근 연구는 원격 근무의 생산성이 실제로 팬데믹으로 인해 더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탠포드 연구진은 서로 다른 기간의 생산성을 비교하는 종단적 연구를 통해 2020년 중순 원격으로 일했던 집단의 업무 효율성이 사무실 근무자보다 5%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이 수치는 2022년 중순에 9%로 더 늘어났다. 원격 근무의 장점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익혔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사무실 근무의 생산성은 높은가?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무실에서 일하더라도 실제로 일하는 시간은 36%에서 39% 정도다. 그 외에 시간에 직원들은 딴짓을 한다.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소셜 미디어 피드를 새로 고치는 것은 물론 몰래 채용 사이트를 뒤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상사가 출근을 강요한다면 집중력이 더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구글에서 원격 근무의 생산성에 대해 간단하게 검색만 해도 이와 비슷한 증거는 넘쳐난다. 요즘 리더는 데이터 중심의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왜 아직도 많은 리더가 계속 데이터를 무시한 채 원격 근무의 생산성에 반감을 느낄지 의문 일터다. 핵심은 리더가 업무 생산성을 측정하는 방법에 있다. 바로 직접 직원이 일하는 것을 봐야 진짜 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무실 출근 강박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지적했듯이, 리더들은 ‘얼굴을 비친 시간(face time)’으로 직원의 업무를 인지하는 데 익숙하다. 가장 일찍 오고 늦게 떠나는 직원이 가장 많은 일을 했다는 착각이다.

MIT 슬론 비즈니스 리뷰(MIT Sloan Management Review)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에도 사무실 출근에 대한 강박은 더 생산적일 수도 있는 원격 근무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슬론 리뷰가 연구한 결과 원격으로 근무한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한 직원과 똑같이 열심히 일했음에도 더 안 좋은 인사고과를 받았다고 전했다.

몇몇 보수적인 리더는 팬데믹을 겪고도 아직 이런 편견을 바꾸지 못했다. 그 이유는 기준점 편향일 가능성이 크다. 몇몇 리더는 이미 일이란 곧 사무실 근무라는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므로 원격 근무의 생산성 향상에 대한 증거를 아무리 맞닥뜨려도 생각을 바꾸기 힘들다는 것이다.

기준점 편향에 확증 편향이 더해지면 사고 전환은 더 어려워진다. 일=사무실 근무라는 기준점에 맞는 증거만 선택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그 어떤 연구 결과도 절대적인 사실을 입증할 수 없으므로 원격 근무가 생산성을 저해한다는 연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로지 이런 연구만 유효하다고 속으로 답을 내려버린 리더가 있다면 이는 합리적인 사고 방식이 아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데이터 중심 비즈니스 시대에 이런 리더는 자신의 직감, 직관, 그리고 느낌을 고수하는 역설을 범하게 된다.  
 

편견의 대가 

오직 감으로 업무 방식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리더들 때문에 직원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사무실 복귀 과정에 애를 먹고 있다. 이런 보수적인 리더는 계속 인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대퇴직 사태의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진행된 인적 자원 협의회(A Society for Human Resources) 설문 조사에 따르면 다음 직장은 ‘반드시(definitely)’ 전격 원격 근무를 지원하는 곳으로 선택할 것이라 답한 비율이 48%에 달했다. 혼합·사무실 근무 조건은 더 높은 급여를 요구했다. 만약 통근 시간이 30분 정도 걸리는 혼합 근무를 요구하려면 10%, 상시 사무실 근무는 20% 더 높은 급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침체가 예상되는 암담한 현실을 고려하면 기업은 급여를 인상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따라서 좋든 싫든 감을 버리고 데이터를 수용해 혼합·원격 근무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기업이 점점 많아질 것이다.
  

근접 편견: 근거 대신 근접에 쏠리는 타성

이 외에도 보수적인 리더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방해하는 사고 방식 중 하나는 근접 편향이다. 실제 생산성과 관련 없이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을 편애하는 것이다. 가령 몇몇 보수적인 상사는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을 더 자주 본다는 이유만으로 인사고과를 후하게 내린다. 단순 노출 효과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셈이다. 

혼합·원격 근무 시대의 리더는 이제 그만 근접 편향을 인지하고 근절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원이 단지 눈앞에서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냈다는 인상이나 느낌 대신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사고과를 작성하는 리더를 양성하는 일은 기업 전체의 몫이다.

필자의 연구진은 팬데믹 이전부터 전통적인 기업에서 매년 실시하는 대규모 인사 평가를 없애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낸 바 있다. 오늘날 혼합·원격 근무 시대에서 리더는 훨씬 더 짧은 주기로 팀원들의 업무 결과를 파악하고 평가해야 한다. 
 

근접 편견 극복하기 

필자의 연구진은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각 팀원에게 ‘SMART’ 목표를 지정하기를 권장했다. 이는 세분화되어 있고(Specific), 측정 가능함은 물론(Measurable), 달성 가능해야 하며(Achievable), 직책과 연관성이 높고(Relevant), 완수 기간이 명확한(Time-Bound) 목표를 말한다.

매주 상사와의 1:1 미팅 전에 직원은 한 두문단 정도로 지난 주 업무를 요약할 수 있다. 어떤 문제를 겪였고, 어떻게 해결했으며 무엇을 배웠는지 적는 것이다.

그리고 1:1 미팅에서 상사는 업무 요약을 직원과 같이 논의하고 다음 주 목표를 같이 설정한다. 상사는 직원의 문제 해결 방식이나 교훈에 대한 피드백을 줘 지속적인 피드백 사이클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의 방식으로 팀원을 평가하면 리더는 근접 편향을 최소화하고 팀원의 생산성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팀원들의 개인적인 상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경력 개발에 대한 두려움을 같이 해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이점은 팀원과 리더 사이의 신뢰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한 갤럽 조사에 따르면 퇴사자의 75%가 퇴사 이유로 상사와의 불화를 꼽았다. 
 

극복 사례 

예를 들어 포춘 글로벌 200대 기업에 속하는 반도체 제조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Applied Materials)는 근접 편향을 줄이고 업무 장소보다 성과에 집중하고자 ‘어디에서 일하든 최고야(Excellence from Anywhere)’라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려 시작했다.

변화의 물결에 몸을 던진 또 다른 기관은 기계 학습과 인공지능, 네트워크와 사이버 보안, 고성능 컴퓨팅,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양자 정보 시스템에 대한 기초 및 응용 연구를 수행하는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정보 과학 연구소다. 소속 연구원이 다 같이 투명하게 새로운 업무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유연하고 신뢰로 뭉친 문화를 만들고자 힘쓰고 있다.

위의 두 사례에서 리더는 자존심을 버리는 수모를 감당해야 했다. 직관이나 느낌을 최대한 누르고 혼합·원격 근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리더로 성장하고자 했다. 포스트 팬데믹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리더라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한다. 그래야만 이미 미래에 살고 있는 경쟁자를 이길 수 있으리라. 

*Gleb Tsipursky 박사는 20년 경력의 '기업 위기 대비 전문가(Disaster Avoidance Expert)'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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