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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인문학 | 좋은 자세의 골프와 공을 잘 치는 골프

2016.03.15 김민철   |  CIO KR
오래전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는데 뒤에서 한 프로가 레슨을 하면서, “좋은 자세로 공을 치도록 가르치는 프로가 있고, 자세는 좀 나쁘더라도 공을 잘 치도록 가르치는 프로가 있는데, 나는 후자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져서 속이 터질 지경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슨을 하고 있는 프로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으니, 그런 레슨을 받는 사람이 좋은 인연을 만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스러움을 느끼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물론 그 프로가 배우는 사람의 조급증을 감안해서 그렇게 말했다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그렇게 말을 하고 나면 당연히 좋은 자세를 갖추기보다는 무조건 공을 잘 맞히는 임기응변식의 방법, 즉 ‘비법’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런 식으로 골프를 배운 사람의 골프 인생은 그야말로 고달플 수밖에 없다. 일단 나쁜 습관이 배고 나면 그것을 고치는 것은 처음 배우는 것보다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나이다. 독학으로 골프를 연구하다 보니 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질 수 있는 나쁜 버릇을 거의 다 경험해 왔다. 그러다 보니 이론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발견하고, 또 임상을 통해 그것의 정당성을 확인해도,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몸에 이미 나쁜 버릇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무릎의 움직임을 조금 조정하거나, 스윙의 궤도를 미세하게 수정하려 하여도, 예전의 버릇들이 튀어나오곤 하여서, 여간 곤란을 겪은 것이 아니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 집사람이다. 집사람은 얼마 전부터 내게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체육과 출신에 라이프가드 자격증을 가진 전직 수영 강사임에도 불구하고 몸치에 머리도 나쁘다고 내게 엄청 구박을 받곤 했다. 그런데 그녀의 최대 장점은 처음부터 잘 배워서 나쁜 버릇 없이 아름답고 균형 잡힌 자세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부적으로 고칠 점도 많고, 실전 경험을 쌓아 나가면서 향상될 부분도 수두룩하겠지만, 큰 틀에서 균형 잡힌 아름다운 자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여건만 갖추어지면 그녀가 몇 년 내로 프로의 수준에 이르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집사람은 자세를 배우면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스윙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이 점은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대다수의 레슨가들이 이유나 방법에 대한 이해 가능한 설명 없이 단순히 그렇게 할 것을 종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유를 설명할 때에도 대개 오랫동안 학자의 길을 걸어온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할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 사람들뿐 아니라 그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아마추어 골퍼들도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 이런 경험은 처음이 아니다. 철학자의 삶을 살 때도, 그리고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유사한 경험을 하였기 때문이다. 하버드와 같은 유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강연장에서 철학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한다. 그러나 정작 깊이 있게 따져 물으면 그 사람도 “사실 그 부분은 내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어”라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박사과정 세미나 중에, 깐깐하고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지도교수님께 “그것은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라고 계속 따져 물었다가 그 교수님께서 “그래, 너 잘 났다”라고 책을 내게 집어 던지신 적도 있다.

물론 선생님께서 나중에 사과하셔서 이야기는 나름 훈훈하게 끝이 났지만, 그것보다 더 웃긴 것은 그 자리에 있던 박사과정생 누구도 그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해하는 척 고개를 끄덕이며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처음 두 권의 학술 서적을 번역한 것은 이러한 경험의 반작용이었다. 그 책들은 당시 수업의 교재였으며, 이해 못 할 일들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공개적인 토론의 장에 붙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그중 한 권은 대한민국 학술원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었으니, 목적은 일부 달성한 듯하다).


얘기가 좀 돌아왔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다는 서울대학교에서, 그것도 박사과정에서도 그런 일이 있으니, 전문가들이 비전문가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것은 어쩌면 이상하게 여길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골프로 보면, 레슨을 받는 사람이 이해 안 되는 것을 묻는다면, “이건 학문이 아니고 운동이니 너무 따지지 말고 그냥 감을 익히세요”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래도 계속 따져 묻는다면? 아마 우리 지도교수님처럼 골프채를 집어 던지지는 못하겠지만, 그에 상응하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다. 그리도 뒤에서 그 사람을 엄청 욕할 것이다. 이는 상상이 아니라 직접 목격한 내용이기도 하다.

과거 골프 레슨 방송에서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한 여성 프로 한 명을 초청하여 레슨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한 시청자가 “스윙을 할 때 왼손은 방향, 오른손은 거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맞는 이야기인가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프로의 이야기는, 최소한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글쎄요, 제가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면서 볼을 쳐 본 적은 없는데요....”라고 하면서 대답을 얼버무린 것이다. 아마 그 프로도 후에 혹은 속으로 “별 쓸데없는 것을 다 물어보고 그래.” 투덜거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 몸의 어느 부분을 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면, 정확한 스윙을 유지하거나 혹은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진단하고 교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그러한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다면, 미스샷이 나왔을 때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교정하는 자기 모니터링의 과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실 프로들이 그런 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대부분의 프로들은 1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 골프를 배우기 시작해서, 20대 초반에 프로 자격증을 따게 된다. 그 가운데 재능과 노력이 뒷받침되는 사람은 투어의 길로 접어들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레슨가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런데 10대에 골프를 배울 때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스윙의 원리에 대해 이해해가면서 차근차근 골프를 배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더더군다나 그러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골프란 그냥 자연스러운 생활이다.

자신에게 너무 쉽고 자연스러운 것을 전혀 못 해내는 사람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며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도 그 이유를 의심해 본 적이 없고, 이해하지는 더더욱 못 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못 하는 사람들이 답답해 보일 뿐이다. 무엇이 더 기초적이고 중요한지, 어떤 순서로 가르쳐야 배우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게 될지 등에 대한 고민이나 이해 수준 또한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조급증을 가진 사람들을 수강생으로 유지하자면, 앞에 말한 프로처럼 자기만의 ‘비법’을 전수하면서, “좋은 자세의 스윙이 아니더라도 골프를 잘 칠 수 있습니다. 굳이 멀고 어려운 길을 가려 하지 마세요. 제게 배우면 됩니다”와 같은 사기 아닌 사기를 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식의 행태는 비단 골프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도 하다.

어쨌든 그런 식으로 배운 골퍼는 상한선이 80대 초반 정도의 스코어이다. 동네에서 이상한 폼으로 싱글임을 자랑하는 사람들은 20~30년 동안 노력하여 자기만의 비법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평균 타수 70대의 진정한 싱글골퍼가 되고, 또 챔피언티에서 싱글골퍼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넘어서 프로골퍼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체중 이동과 밸런스로 집약되는 좋은 자세를 갖추지 못하면 거리와 방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비법으로 나름 싱글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아마 방향성과 요령을 무기로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에 만족하고 우쭐하며 살아갈지 모른다. 하지만 더 고차원적이고 행복한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 좋은 자세를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프로와 비슷한 폼을 가진 사람이 엉망으로 경기하는 모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음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앞으로 짧게는 십여 년에서 길게는 30~40년 동안 골프를 즐길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수십 년 노력을 투자하여 자기만의 ‘비법’을 발견하고 동네 싱글로 우쭐댈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노력을 투자하여 좋은 자세의 스윙을 익히고, 블랙티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넘어서 프로의 수준에 도달하는 기쁨을 누리면서 존경받는 골퍼가 될 것인가 결정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좋은 자세를 먼저 익히는 것에 달려 있는 것이다. 훌륭한 공부 방법이나 좋은 삶의 자세가 이후의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 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세계 최고의 골프 교습가를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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