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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인문학 | 자기만의 스윙과 용품에 대한 환상과 진실

2016.02.15 김민철  |  CIO KR
나는 TV에서 방영되는 골프 레슨을 거의 보지 않는다. 아니, “못 본다”라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의미 있는 레슨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시청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나 말도 안 되는 내용을 듣고 있자면 5분을 견딜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왕 초보에서 프로에 이르기까지 험난하기 그지없는 무수한 난관을 극복하면서도 독학을 고집해 온 주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골프는 여러 면에서 다른 모든 운동과 구분되는데, 그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가 합의된 FM이 없다는 사실이다. 육상이나 수영, 축구나 야구와 같은 다른 운동은 스포츠 과학을 통해 어떻게 해야 최선의 기능을 발휘할 있는지에 대해 상당 부분 합의가 이루어진 데 반해, 골프는 교습가에 따라 내용과 방법이 천차만별이다. 100명의 교습가가 있다면 100개의 이론이 난무하고 있는 셈이다.

인구에 회자되는 “누구나 자신만의 스윙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은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생겨났을 것이다. 이 말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듣기 싫은 조언을 물리치고 자신의 스윙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고, 올바른 스윙 자세를 잡아 주지 못한 레슨가들이 잘못된 결과를 합리화하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골프 용품 업체에서는 “당신의 스윙을 존중합니다”라는 문구로 스윙에는 문제가 없으며, 용품에 문제가 있으니 자기 회사의 용품을 사용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식의 홍보를 하기도 한다.

이런 식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자세를 교정하기보다는 도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한다. 연습장에 가면 “어떤 회사의 몇 백만 원짜리 드라이버를 샀더니 타구감도 좋고 슬라이스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었다”라거나 “수백 들여 피팅을 했더니 거리도 많이 나고 공도 똑 바로 가더라”라는 등등의 자랑이 난무한다. 이런 사람들 역시 ‘비법’을 찾아 헤매는 골퍼의 일종이다.

누구에게나 자기의 스윙이 있고 용품을 통해 문제가 해결된다면, 골프라는 운동은 너무나 간단할 것이며, 돈을 많이 들여 비싸고 좋은 용품을 쓴 사람은 손쉽게 로우 핸디의 상급자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이른바 ‘100돌이’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나아가 성적에 목을 매는 모든 프로골퍼들은 가장 성능이 좋은 한두 가지 용품만을 사용할 것이고, 저마다 다른 폼으로 스윙을 할 것이다. 이런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타이틀리스트 골프공’과 같이 PGA 투어 프로들이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용품이 자신들의 믿음을 증명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공은 그냥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의 생산품일 뿐이다. 점유율이 높아 홍보와 후원도 많이 할 것이니, 더 많은 선수들이 그 공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그 회사의 홍보 대로 그 공을 사용해야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다면, 그 회사의 후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모든 선수들이 그 공을 사용하려 할 것이다. 그래야 좀 더 좋은 성적을 내어서 더 많은 상금도 벌고, 더 많은 회사들의 후원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공을 생산하는 회사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러나 많은 선수들이 다른 업체의 용품을 가지고 좋은 성적을 낸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터, 볼, 의류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업체들이 다양한 선수들을 후원하는 방법으로 자기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실제로 여러 업체로부터 스폰서링을 받는 사람들이 번갈아 좋은 성적을 냄으로써 그 회사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골프를 시작하고 몇 년 동안은 가장 싼 10만 원 대 병행수입품 드라이버를 사용한 적이 있는데, 몇 백 만 원짜리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경기력을 경험하였다. 그 사람들의 믿음과는 반대 방향으로 말이다. 그 뒤로는 인증된 국내 수입사를 통해 판매되는 정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품질이 더 좋아서가 아니다. 나 같은 경우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드라이버 헤드가 깨지곤 하기 때문이다. 병행수입품을 사면 계속 새 제품 값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른바 ‘정품’을 구입하면 보증기간 동안 수리를 해 주거나 혹은 신품으로 교환 내지는 보상판매를 해 주기 때문이다.


드라이버나 우드, 퍼터와 같은 클럽을 구매할 때 가장 중시해야 할 요소는 심리적인 안정감이다. 성능이 아니라 타구음이나 모양 등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각형이나 삼각형 모양의 드라이버를 가지고 어드레스를 취했을 때 마음 속으로 불편함을 느낀 다면 그것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드라이버의 경우 타구음도 중요하다. “깡~”하고 깨 지는 듯한 타구음이 나는 드라이버가 있는가 하면, “탕~”하고 둔탁한 타구음을 내는 드라이버 도 있다. 어느 것을 선호하는가는 취향의 차이이지, 성능의 차이는 아니다. 모양이 유사한 아이언의 경우는 어떤 재질, 어느 정도 무게의 샤프트를 사용하는가만 제외하면 성능에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내가 사용하는 웨지 가운데 하나는 4만 원 정도 하는 국내 업체의 생산품인데, 품질은 20만 원이 넘는 유명 업체의 그것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만약 골프 용품 업체의 홍보대로 그 회사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면 다른 회사의 제품을 사용 할 때보다 20~30야드 이상 거리가 많이 나고, 또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잃어버린 비거리”를 또 그만큼씩 되찾을 수 있다면, 그 회사 제품으로 바꾸고 나서 신제품으로 두세 번 다시 바꾸면 드라이버 거리가 60~70야드는 늘어야 옳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안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보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유일한 도구는 공이다.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공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공이 있으며, 스핀을 많이 먹는 공이 있고, 그렇지 않은 대신 비거리가 다소 많이 나는 공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를 느끼게 된 것도 불과 1~2년 전의 일이다 처음 군소 단체의 프로 자격증을 따고 나서도 연습 라운딩 때에는 500원 내외의 공을 사용했지만, 내 경기력의 문제만을 실감했을 뿐, 공의 문제는 느끼지 못 했었다. 그런데 경기력이 점차 상승하면서 챔피언 티에서 평균 70대 초반의 로우 핸디를 기록할 수 있는 수준이 되자, 공의 차이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에는 가능하면 새 공을 사용하고, 한 공으로 18홀 이상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프로의 수준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사실이 그렇다면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마추어 골퍼들의 환상과는 반대로 용품이 아니라 스윙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그렇게 많은 프로 선수들이 엄청나게 다양한 용품을 사용하고 있는 반면, 그들의 스윙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스윙은 각양각색 천차만별이지만, “자기만의 스윙이 있다”라고 말하는 프로들조차도 지켜야 할 것은 지킨다. 예를 들면, PGA에서 가장 독특한 스윙을 구사하기로 유명한 짐 퓨릭이나 최근 많은 레슨가들을 정신적 공황 속에 빠뜨렸다는 박인비조차도 ‘스윙 시 체중을 왼발에 옮겨 싣고, 헤드가 완전히 돌아간 채 균형을 잡는 피니시’라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유지하는 것이다. 자기만의 스윙이란 그러한 대원칙이 유지된 상태에서 균형이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약간의 변형을 주는 것일 뿐이다.

골프에 사용하는 도구뿐 아니라 인간의 신체 역시 물리학적 원리의 지배 하에 있다. 신체 조건에 따라 다소간의 가감과 변용이 있을 수 있지만, 공을 타격하여 정확한 방향과 거리를 보내는 원리는 너무나 간단하다. 언제나 똑같은 동작을 유지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9번 아이언을 친다고 할 때, 아이언의 길이나 무게, 로프트 등 속성에 변화가 생길 리는 없으므로, 우리 몸만 동일한 운동을 한다면 언제나 동일한 방향과 탄도, 그리고 거리를 유지 하는 “굿 샷!”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골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정한 자세와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항상 동일한 자세를 유지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그러하듯이 스윙을 하고 뒤로 한 발쯤 물러서는 방법으로 일관성을 유지할 수도 있고, 공을 치고 난 다음에 클럽 헤드를 끝까지 돌리지 않고 휘둘렀다가 내리는 방 법으로 일관성을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식의 일관성으로 안정적이고 좋은 결과를 담 보할 수 없다는 것은 아마 자기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사실은 모든 아마추어 골퍼가 프로들처럼 완벽한 체중 이동과 피니시가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스윙을 꿈꿀 것이다. 그렇게 하 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플레이를 하는 로우 핸디의 상급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최소한 완벽한 체중 이동과 피니시라는 두 가지는 반드시 수행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레슨을 받았음에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레슨이 잘못된 것이고, 매일 열심히 노력함에도 그럴 수 없다면 훈련의 방법이 잘못된 것이다.

자기만의 스윙이나 용품에 대한 타령은 그 다음의 일인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 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 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세계 최고의 골프 교습가를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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