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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애플의 AI 챗봇? 기다릴 줄 아는 것도 실력이다

2023.02.15 THE MACALOPE  |  Macworld
애플이 AI 챗봇, 혹은 생성 AI 경주에서 뒤처져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지만, 애플은 언제나 그랬듯 때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서비스는 아직 오류투성이다. 
 
ⓒGetty Images Bank

지난주는 시끌벅적했다. 챗GPT가 지난 11월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로 ‘구글 종말론’이 떠돌아다녔고, 구글이 바드(Bard)라는 챗GPT 대항마를 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들 알다시피 챗GPT를 만든 장본인 오픈AI에 투자했고, 빙(Bing) 검색에 챗GPT 기술을 통합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거대 기업이 AI 챗봇 경주에 나섰다면 당연히 최소한 로봇공학의 3원칙을 준수하리라 기대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라는 첫 번째 원칙이라도 제대로 지킬까? 

이와 별개로 많은 사람들은 애플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할 게 뻔하다. 애플이 행사를 열어 ‘이게 바로 미래입니다’라고 외치며 영화 ‘그녀’처럼 언제든지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는, 마법 같은 대화형 AI 기술을 내놓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일단 흥분을 좀 가라앉히자. 잘 생각해보면 이건 애플의 영역도 아니지 않은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모두 검색 엔진에 대화형 AI 기술을 가미했다. 반면 애플은 검색 회사가 아니다.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다. 

잠깐, 여기서 ‘겉으로 보기에’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애플이 검색 회사가 아니더라도 사용자들은 애플 기기로 검색 서비스를 이용한다. 수많은 사용자가 시리에게 근처 레스토랑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며(편집자 주: 한국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영미권 국가에서는 시리 서비스가 많이 쓰인다), 사용자 입장에서 검색 결과가 어디서 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만약 시리가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오류 메시지를 표시한다면 사용자는 애플을 탓한다. 

그럼 정말 AI 분야에서 애플은 끝난 걸까?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이미 대화형 검색 AI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애플은 망부석이라도 된 듯 보인다. 향후 핵심 미래 기술로 각광받는 생성 AI, 대화형 AI 기술에서 애플은 이미 저 멀리 뒤로 처진 걸까? 

똑똑한 독자라면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답이 ‘아니다’라고 말하려는 의도임을 알아챌 것이다. 3년 전만 해도 애플은 수많은 AI 스타트업과 기술 회사를 인수하며 AI 경주에 앞서 있다고 평가받았다. 그 뒤로도 계속 AI 기술에 투자해왔다. 애플은 매우 조심스럽게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기 때문에 이런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뿐이다. 

뒤로 물러나서 잘 생각해보면 ‘애플은 뒤처졌다’라는 우려나 비판은 매번 반복된다. 넷북(netbook)이 그랬고, 폴더블 기기나 자율주행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말 뒤처져 있는지, 아니면 완성도가 높아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간단히 말해 하고 싶은 데 못하는 건지, 일부러 안 하는 건지 모른다. 

최근 구글 바드가 간단한 사실관계에 대한 질문에 오답을 내놓으면서 주가 7%, 약 126조가 급락했다. 미국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따르면 챗GPT 기술을 장착한 빙 검색도 종종 오답을 내놓으며, 답이 틀렸다고 달려들면 공격적으로 반박한다. 

더버지(The Verge)에 따르면 새로운 빙 검색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싫어요(Dislike)’ 버튼을 누를 수 있다. 뭐가 맞고 틀렸는지에 대해 AI와 설전을 벌이는 것 자체로도 뭔가 이상한데, 틀린 답변에 고작 할 수 있는 게 취향 표시를 하는 거라니 당최 이해하기 힘들다.

필자가 마이크로소프트 레드몬드 본사에서 빙 엔지니어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사용자의 ‘싫어요’ 표시는 엔지니어의 이메일 함으로 전달된다. 2022년 치고는 참으로 원시적인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난장판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빙 검색이 아무리 적게 쓰이더라도 빙 검색 팀은 ‘싫어요’를 받은 답변을 하나하나 살펴볼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싫어요’ 표시를 분석하는 대화형 AI를 별도로 만들어서 빙 GPT와 싸움을 붙여야 하나? 

자, 잘 생각해보자. 오픈AI, 구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렇게 빠른 시일 안에 대화형 AI를 세상에 내놓았다는 건 완성도가 낮더라도 아주 심각한 결함만 해결한 채 고삐를 풀었다는 뜻이다. 물론 실제 사용자가 베타 테스터로 참여하면 회사 입장에서 서비스를 개선하기 더 쉬울 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미완성 서비스가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콩팥 몇 개가 필요한지, 탈세하는 방법에는 뭐가 있는지에 대해 오답(혹은 정답)을 내놓는지는 이 회사들의 관심 밖이다. 쏜살같이 움직여 세상을 깨부수는 게(Move Fast and Break Things) 우선이기 때문이다. 

넷북, 폴더블, 자율자동차 모두 다른 기업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를 자처하며 사용자를 베타 테스터 취급했다. 이런 방식이 성공할지, 애플의 조심스러운 접근 방식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대화형 AI나 생성 AI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본다. 

물론 대화형 AI는 앞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룰 테다. 그러나 애플이 이 분야에서 ‘뒤처져’ 있더라도 괜찮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애플은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매칼로페는 맥월드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외부 필자다. 그가 비판하는 대상에는 맥월드도 포함된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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