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문화를 바꾸기란 상당히 어렵다. 글로벌 기업이 통합되지 않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 관점에서 베어링자산운용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베어링자산운용의 CIO 앤드류 레논은 이질적인 IT 조직 5곳을 성공적으로 통합했다.
베어링자산운용은 2016년 모회사인 매스뮤추얼 생명보험 산하 4곳의 자산운용사를 통합했다. 2018년에는 트라이앵글 캐피털까지 인수해 약 3,000억 달러 규모의 대형 자산운용사로 탈바꿈했다.
레논은 이러한 상황에서 IT 조직 통합에 나섰다. 그는 “IT 조직 내부의 문화를 정비해야 했다”라고 말하면서, "이상적인 IT 조직의 모습은 파트너이자 가치 창출자였다. 현업 부서는 물론 고객 모두에게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변화를 위해서는 IT 조직이 전통적인 서비스 제공자에서 함께 가치를 창출하는 동등한 협력 파트너로 인식돼야 했다. IT 부서와 현업 부서의 가치 공동 창출(Value co-creation)은 2019년 MIT CIO 슬론 심포지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주제였다.
기꺼이 변화를 시도할 각오가 된 IT 리더들이 모인 이 심포지엄의 공개 토론회에서 맥킨지 디지털 파트너 벨키스 바스케즈 맥콜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에는 현업 부서가 문제 해결 방안을 결정한 후 IT 부서에 실행을 맡겼다. 현재는 IT 임원진들이 문제를 함께 확인하고, 해결을 위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제 CIO는 현업의 요구에 IT 전략을 정렬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CIO는 고객들을 지원하는 솔루션을 함께 만들어야 내야 한다.
레논은 IT 투자가 기술로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윤 및 매출 증대가 목표여야 한다고 전했다.
1단계: 인소싱 전략(Incourcing)
레논이 베어링자산운용의 여러 IT 조직을 살펴본 결과, 조직 대부분이 기술 서비스를 외주에 맡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법인 중 가장 규모가 큰 뱁슨 캐피탈은 매스뮤츄얼의 IT 서비스를, 다른 법인들은 외부 업체의 도구들을 뒤죽박죽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레논은 데이터센터와 광역통신망(WAN)을 처음부터 새로 구축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또한, 베어링자산운용의 커뮤니케이션 및 협업 인프라를 하나로 통합했다. 18개국 40개 사무소에 산재해 있는 2,000명 이상의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는 가트너와 협력해 해당 기업에 적합한 변화관리 전략을 개발했다. 자산운용사인 만큼 실적 발표와 분석 회의가 셀 수 없이 많았다. 레논은 각 IT 팀마다 기술 통합에 필요한 자원이 잘 갖춰져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런대로 잘 해냈다고 본다. 이를테면 중복된 인력을 조정하고, 섀도우IT를 없애려고 노력했으며, 각 기업의 독립된 IT 부서를 하나의 사업부로 통합했다”라고 말했다.
이제 베어링자산운용은 SaaS 업체들을 통해 클라우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세일즈포스닷컴은 고객 관계 구축, 워크데이는 인적자원관리,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는 데이터 과학 및 머신러닝 프로젝트에 활용하는 식이다.
캐피탈 원(Capital One)과 같은 주요 금융업체들이 퍼블릭 클라우드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레논은 계속해서 시장을 조사하면서 클라우드 워크로드를 늘릴 기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더욱 중요한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차세대 사업 전략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으로 워크로드 및 데이터를 이전하고자 하는 니즈를 감안할 때 클라우드는 베어링자산운용의 로드맵상에 중요한 요소이다.”
셀프서비스 IT를 향한 노력
기본 요소들이 대부분 도입되자 레논은 외부로 시선을 돌려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조사했다. 고객들의 요구를 요약하자면, 정보에 대한 접근성 확대였다. 이를 달성하고자 고객은 물론 직원들을 위한 셀프서비스 경험을 구축 중이라고 레논은 말했다.
레논에 따르면 목표는 API를 통해 하나의 포털에서 직원들이 고객의 투자 내역과 관련한 문서와 인사이트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고객들도 기존에 익숙했던 방식으로 본인 계정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셀프서비스 시스템을 통해 고객 서비스 처리에 드는 간접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내부 및 외부 소스에서 수집한 데이터 레이어가 매우 견고해야 한다. 그래야만 셀프서비스 포털을 통해 이를 접근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규제 및 준수 요건에 따라 데이터를 정리하고 관리하는 마스터 데이터 관리(MDM) 작업이 요구된다.
레논은 “이러한 상태에 도달하려면 기업은 물론 사회문화적 여건까지 양쪽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 일단 기업 측면에서 베어링자산운용은 고객에게 개방적인 환경을 제공해 우리 몫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재교육 및 업무 프로세스 최적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직원이 업무 시간에서 더 많은 가치를 얻게 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그는 인프라 엔지니어들에게 클라우드 솔루션을 재교육하고 있다. 다른 직원들은 로우코드 또는 노코드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헬프데스크 같은 기본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는 소프트웨어 봇 역시 계획에 포함돼 있다.
물론 최종 목표는 베어링운용자산을 위한 가치 창출이다. 레논은 “중요한 것은 IT 부서가 동등한 파트너임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서비스 제공자의 자세로 되돌아가선 안 된다.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을 이끌어 내는 데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례에서 배울 점
대규모의 IT 전환을 시도하려는 CIO들에게 주는 레논의 조언은 다음과 같다.
변화는 내부에서 와야한다. IT 부서가 ‘서비스 제공자’라는 낙인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문화 도입이 필수적임을 레논은 알고 있었다. 그는 “IT 부서가 스스로 바뀌지 않고서는 회사를 바꿀 수 없다. IT 부서가 해야만 하는 모든 일은 회사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목표만 보고 달려가야 한다. IT 부서를 단일화하면서 레논은 일상 운영 업무를 가급적 배제하고 목표를 향해 전진하도록 자신과 그의 팀을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통합 과정에 있어 직원들의 IT 업무 부담을 일부 덜어준 동시에 회사가 목표와 성과를 빠르게 달성하게 해주었다고 밝혔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