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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여전한 난제 속 움트는 새벽의 조짐 ‘2023년의 양자 컴퓨터’

2022.12.28 김국현  |  CIO KR
2022년 노벨물리학상은 양자 컴퓨터를 가능하게 하는 현상 중 하나인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을 증명한 이들에게 수여됐다. 양자 분야는 한국정부가 디지털플랫폼정부와 더불어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기도 하다. 2022년 11월 양자기술개발지원반까지 만들며 과기정통부 중점 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국책투자계획은 1조 원대 규모로 알려졌다.

양자 컴퓨터. 집객력이 있는 키워드다. 그 기대도 이해는 간다. 인증서, 전자서명, SSL 등 현대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RSA 암호. 일반적인 2,048비트 암호키의 경우 보통 컴퓨터로 풀려면 300조 년이 걸린다. 그렇기에 수많은 비밀문서가 이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4,099큐비트 정도의 양자컴퓨터로는 몇 초 만에 깨질 것이다. 이미 이 분야의 오랜 선두주자 IBM은 2022년 11월 433큐비트의 시스템 오스프리(Osprey)를 공개했다. 보통 컴퓨터의 여명기에 그랬듯이 소수의 거대한 기계를 만들고 함께 공유하는 일을 잘하는 회사다.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는 0과 1의 스위치인 비트와 달리 동시에 0과 1이 될 수 있다. 양자의 세계는 물결치듯 출렁이며 0 또는 1이 될 가능성이 어느 쪽도 제로가 아닌 상태.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죽어 있고 동시에 또 살아 있다. 복수 상태를 동시에 지닐 수 있는 이 큐비트는 양자 중첩(Quantum Superposition) 현상을 응용한 결과다. 0과 1의 두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양자의 세계에서나 벌어지는 이 도무지 직관에 어긋나는 흑마술 같은 물리학의 세계를, 인간은 부여잡고 공학의 세계로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

4비트라면 2진수 0000에서 1111로 16가지(2의 4승) 경우의 수가 있다. 재래식 컴퓨터라면 16번 체크해야 한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라면 이 모든 순열을 동시에 탐색할 수 있다. 4비트와 4큐비트정도라면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32큐비트라면 2의 32승을 동시 탐색할 수 있게 된다. 2의 32승은 약 80억(8,589,934,592)가지다.

양자비트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성능은 두 배로 뛰는 셈이니 기하급수적 성능 향상이 기대되고 이 큐비트 경쟁에 흥분되기도 한다. IBM은 이미 로드맵도 공개해 뒀는데 2025년의 예정치는 4,158큐비트다. RSA 암호 격파에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큐비트보다 많아진다. 그러면 이제 평온하고 안전하던 이 세계는 끝이 나는 것일까?

양자 컴퓨터가 넘어야 할 벽
그런 일은 2025년에도 벌어지지 않을 터다. 아직 양자 컴퓨터의 속은 상당히 엉망진창 뒤죽박죽이기 때문이다. 전자로 움직이는 컴퓨터라면 느리고 오래된 기계라도 답이 틀리는 일은 우선 없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는 보통 수백 수천에 한 번 꼴로 오류가 난다. 기술력의 부재 때문이라기보다 양자가 원래 그런 것이라서다.

현재 상태의 양자 컴퓨터를 NISQ(니스크, Noisy Intermediate-Scale Quantum)라 부른다. 큐비트의 개수가 어중간한데다가 노이즈가 낀다는 뜻인데, 기계답지 못하게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극저온에서 가동해야 하는 등 까다롭기 짝이 없다. 그래서 양자 결맞음(Quantum Coherence)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데 애를 먹는다. 양자가 얽힌 상태로 유지되어야 계산이든 뭐든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하니 계산값이달라진다.

에러 정정 기능이 충분치 않고, 에러 내성이 없는 양자컴퓨터이기에 반드시 옳은 답이 돌아오지는 않는 셈이다. 아직 어디도 정말 제대로 된 양자컴퓨터는 만들어내고 있지 못한 상태이니, 양자 컴퓨터를 위해 고안한 RSA 격파 알고리즘이 4,000여 개의 순수한 논리적 큐비트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현실에서는 오버헤드를 고려할 때 아주아주 더 많은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물리적 큐비트가 필요해진다. 2025년에도 벌어지기 힘든 일. 양자컴퓨터의 한계는 아직 명확하고 돌파구는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하드웨어가 만들어 놓은 제약을 뛰어넘는 것이 소프트웨어의 숙명이다. NISQ 시대가 준 한계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는데, 이 부분이 의외로 뜨겁다. 양자 컴퓨터의 원리와 궁합이 잘 맞는 분야는 분명히 존재하고, 알고리즘과 도구로 양자 컴퓨터의 한계에 적절한 화장을 한다면 쓸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양자 컴퓨터는 그 태생적 병렬성 덕분에 변수의 수가 늘어날수록 경우의 수가 걷잡을 수 없이 폭증하는 조합 폭발(Combinatorial Explosion)에 강하다. 그런 폭발이 일어날 만한 대규모 조합 최적화 계산에 기대가 모여 왔다.

양자 컴퓨터로는 교통이나 물류와 같은 실물 경제와 센서 네트워크가 연계되는 분야, 포트폴리오나 가격 예측과 같은 금융, 신약이나 신물질 개발 등의 시뮬레이션, 소규모로는 각종 리소스 스케줄링 등에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가장 탐나는 것은 아마도 현재의 컴퓨터로서는 영겁의 세월이 걸려 풀 수 없지만 풀면 대박인 난제일 터다(그중 하나가 RSA에서 암호화폐 및 국가 안보까지 모든 것이 다 걸려 있는 ‘아주 큰 수의 소인수분해’다. 미국과 중국 등이 기술 패권의 관점에서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지기 시작한 클라우드와 도구들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자 컴퓨터로 풀 수 있는 과제를 찾는 이들이 늘수록 양자 컴퓨터는 트렌드가 된다. 기계학습을 위해 그 동시다발적 계산력을 쓸 방법은 없을지 고민하는 이들도 늘고 있고, IBM과 경쟁하며 퀀텀 컴퓨터 구축 경쟁을 리드하고 있는 구글은 NASA와 협업하여 퀀텀 AI랩을 운영 중이다.

그들의 서큐(Cirq)라는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는 퀀텀 컴퓨팅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위한 좋은 도구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종래의 소프트웨어 개발 생태계를 위한 특수한 기능으로 포섭하려는 움직임은 구글뿐만이 아니다. 역시 독자적 양자 컴퓨터를 만들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Q#이라는 양자 컴퓨터 전용 프로그래밍 언어를 발표했다. 양자 컴퓨터 클라우드 애저 퀀텀(Azure Quantum)은 고객 기업이 잠재적 양자 컴퓨터 수요를 직접 판별해 볼 수 있는 애저 퀀텀 리소스 에스테메이터(Azure Quantum Resource Estimator)도 공개하는 등 점점 더 실무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후발주자들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재래식 반도체 업계가 두드러진다. 인텔은 인텔 퀀텀 SDK(Intel Quantum SDK)을 내놓고, 흔한 인텔 컴퓨터로 만든 양자 컴퓨터 시뮬레이터를 제공, 직접 양자 알고리즘을 짜거나 맛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QODA(Quantum-Optimized Device Architecture)는 GPU와 CPU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큐비트의 수를 늘리는 시도도 있을 터, 양자가 전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데이터베이스나 GPU처럼 특화된 하드웨어 요소로 인지되며 녹아들 듯하다.

아직은 양자 컴퓨터의 새벽
당분간은 옥석이 뒤섞이는 시기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 정말 양자 컴퓨팅만의 강점을 활용한 차별화도 있을 수 있지만, 양자와 아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어도 ‘퀀텀’이라는 뜨는 브랜드를 붙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트렌드란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

한국은 2026년까지 5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해 2030년에는 4대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다. 이미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큐비트 개발 목표를 지니고 있었지만, 아직 별다른 뉴스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낙관해도 괜찮은데 실리콘 반도체 기반의 컴퓨터와는 달리 그 소재의 선택, 물리적 구성부터 조립방식, 심지어 프로그래밍 모델까지 모든 것이 여명기라서다. 정해진 트랙이 마련되어 달리기 시작한 경주가 아니기에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게임인 셈이다. 본격 실용화를 위해 수백만 개의 큐비트를 노려야 하는 마당, 지금 당장의 큐비트의 개수는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양자 컴퓨팅에 어울리는 난제를 찾아내 양자를 향한 동기를 부여 받는 일일지도 모른다.

* 김국현 대표는 서울대, KAIST를 졸업하고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일했다. 다양한 매체와 책으로 IT 평론을 써 왔으며, IT 자문기업 에디토이로 국내·외기업에 기술, 정책적 전략을 상담 및 제공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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