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생성 AI 민주화에 나섰다. 새 AI 파운데이션(AI Foundation) 서비스는 기업이 맞춤형 머신러닝 모델을 직접 구축해 생성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이미지 생성 AI의 저작권 문제를 줄이고자 학습 데이터의 라이센스를 확보했다. 그러나 서비스형 제품의 고질적인 문제인 락인(lock-in)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Nvidia
생성 AI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 받으면서 엔비디아가 기업의 생성 AI 기술 도입을 가속할 수 있는 일련의 도구를 공개했다.
3월 21일,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GTC 2023 컨퍼런스에서 기업 고객이 자체적으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련의 새로운 서비스를 공개했다.
이런 서비스가 시장에 나타나면 AI 학습 관련 프로젝트를 주도해야 하는 CIO는 ‘자체 개발이냐 외주 개발이냐’라는 갈림길에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지게 되는 셈이다.
다만 IDC의 데이터 처리 전용 반도체(data processing chips) 담당 연구 부사장인 셰인 라우는 "CIO는 만능 AI의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라며 “AI 솔루션 스택은 사용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각 AI 사용 사례의 요구를 실리콘, 소프트웨어, 시스템 하드웨어 및 서비스에 매핑하는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이에 맞게 엔비디아는 여러 사용 사례에 특화된 서비스형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엔비디아 AI 파운데이션은 기업이 엔비디아 API를 통해 생성 AI 시스템의 핵심인 거대언어모델(LLM)을 자체 구축하고, 필요한 규모에 맞게 구현하도록 돕는 서비스형 클라우드 제품군이다.
출시 시점에는 3개의 파운데이션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며, 아직 비공개 베타로 공식 출시되지는 않은 상태다. 텍스트 생성 서비스 네모(NeMo), 이미지 생성 서비스 피카소(Picasso), 그리고 분자 구조 연구용 서비스 바이오네모(BioNeMo)가 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서비스마다 사전 훈련된 모델, 데이터 처리 프레임워크, 개인화 데이터베이스, 추론 엔진, 브라우저에서 액세스할 수 있는 API를 제공한다.
시범, 연동, 저작권 위해 협력
엔비디아에 따르면 금융 데이터 공급업체인 모닝스타(Morningstar)는 이미 테스트용 네모 서비스를 사용해 로우 데이터에서 시장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피카소 서비스는 기업들이 클라우드에서 커스텀 이미지, 비디오, 심지어 3D 모델을 생성할 수 있도록 모델 학습을 돕는다. 또한 엔비디아는 어도비와 협력해 포토샵, 애프터 이펙트 같은 어도비 앱에서 생성 AI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엔비디아는 이미지 생성 AI의 저작권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예술가와 사진작가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해 생성 AI로 파생물을 만든다면, 이런 이미지를 만들거나 사용한 기업은 자칫 저작권 침해 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는 게티이미지와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게티이미지는 자사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학습한 AI 모델이 생성한 창작물이 수익을 창출하면, 수익 중 일부를 원작자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또 다른 스톡이미지 업체 셔터스톡(Shutterstock)과 협력해 피카소 모델을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이미지의 라이센스를 부여받았다. 텍스트를 입력해 3D 이미지를 만들기 위함이다. 3D 모델은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에서 실행되는 산업용 디지털 트윈에서 활용된다.
세 번째 AI 파운데이션 서비스인 바이오네모는 단어나 이미지가 아닌 분자 구조를 생성한다. 생화학 연구진은 새로운 분자를 설계하고, 분자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바이오네모를 사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새 약물 개발 및 테스트를 목표로 하는 제약 회사를 잠재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독점 데이터로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첫 기업 고객 중에는 세계 최대 바이오테크 기업인 암젠이 있다.
서비스형 생성 AI의 유혹
엔비디아의 AI 파운데이션 소프트웨어 서비스는 새로운 서비스형 인프라(IaaS) 서비스인 DGX 클라우드에서 실행된다.
DGX는 엔비디아 슈퍼컴퓨터의 이름으로, 2016년 첫 기업 고객 중 하나가 바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였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 중 절반이 현재 자체 DGX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은 DGX가 구축된 H100 프로세서를 클라우드에 호스팅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AWS도 이에 곧 합류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DGX 클라우드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다. DGX 슈퍼컴퓨터를 직접 구매해 소유하고 싶지 않은 기업이 한 달 동안 H100 프로세스 클러스터를 대여할 수 있다.
하지만 IDC 연구 부사장 라우는 CIO가 엔비디아 락인(lock-in)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많은 기업이 엔비디아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쓰고 있지만 서비스형(as-a-service) 제품은 또 다른 이야기다. 서비스형 제공자가 노리는 가장 큰 이점이 바로 락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엔비디아의 서비스형 제품을 사용하면 AI 솔루션을 구축하는 데 있어 한 서비스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므로 매우 편리한 건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발을 너무 깊이 담그면, 나중에 만일 더 나은 서비스나 솔루션이 나왔을 때 발을 빼기 위해서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