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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MS의 코타나 스피커, 되살아나는 '준'의 악몽

2018.03.06 Preston Gralla  |  Computerworld
마이크로소프트 준(Zune)을 기억하는가? 어렴풋이 기억하는 이들은 일부 있을 것이다.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휴대용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로, 당시 애플의 아이팟(iPod)과 경쟁했다. 아이튠즈에 대응하는 존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뮤직 서비스였다.

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여러 실패작 중 하나다. 아이팟과 비교해 사용성이 떨어졌으며 더 큰데다 비쌌다. 거의 모든 면에서 열등했다고 평가해도 무방할 정도다. 필자가 직접 소유했던 기기이기에 단언할 수 있다.

열등했던 준은 심지어 점점 더 나빠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2008년 12월 31일, 1세대 준의 내부 시계는 윤년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작동을 멈추는 일이 벌어졌다.(하루가 지나자 다시 동작을 개시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2011년 이 사랑받지 못한 장치를 단종시켰다.



준의 역사는 윈도우폰을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 실패의 역사에 포함된다. 이들 기기의 슬픈 역사, 마이크로소프트가 날려버린 수십 억 달러의 이야기를 굳이 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준과 윈도우 폰은 공통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두 제품 모두 성공적인 경쟁 업체의 경쟁품을 따라잡기 위해 등장한 하드웨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쟁탈하려는 제품이 오히려 열등했다는 공통점도 지닌다.

그리고 어쩌면 데자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스마트 스피커를 떠올려보자. 아마존의 알렉사 기반 스마트 스피커 제품군, 구글의 구글 홈 스마트 스피커 라인업, 애플의 홈팟(HomePod) 등을 따라잡으려는 존재 말이다.

시장의 승자가 과연 누구일지 현재로서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코타나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다른 '미투'(me-too) 제품과 동일한 운명을 맞이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하만 카돈이 제작한 인보크
(Invoke)라는 이름의 첫 코타나 적용 스마트 스피커에 대한 여러 리뷰들을 살펴보면 기껏해야 미지근한 수준의 평가를 제시한다. 리뷰어들은 여럿이 공유해 사용하기 어려우며, 전화를 걸기 힘들고 새로운 '스킬'을 설정하거나 추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쟁사들과 달리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를 사용해야 할 호소력 있는 이유를 제시해내지 않는다"라는 평가도 있다.

리뷰어들이 공통적으로 호평한 부분도 하나 있었다. 스피커의 음질이었다. 코타나와는 관계 없는 부분이다. 200달러로 처음 등장한 이 스피커의 가격은 현재 10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일시적인 가격 하락은 아닌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더 심각한 위험을 예견할 수도 있다. 오늘날 스마트 스피커 분야는 외부 개발자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스킬'을 개발자들이 개발해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운동 앱, 아동용 게임, 여러 스마트 홈 기기를 위한 제어 기능 등이다. 작년 12월 15일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는 230종의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 알렉사의 경우 2만 5,000종이었다.

사실 외부 개발자의 참여 문제는 윈도우 폰이 붕괴된 원인 중 하나였다. iOS 및 안드로이드와 달리 윈도우폰용 앱을 개발한 이들이 드물었던 것이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엣지 브라우저에서도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개발자가 사용자 층이 두텁지 않은 스마트 스피커 시장을 공략할 이유는 희박하다. 그리고 외부 개발자들이 만든 매력적인 스킬이 없다면 스마트 스피커가 제대로 '스마트'해지기는 어렵다.

암울한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1 월에 아마존은 오피스 365, G 스윗, 세일즈포스, SAP 및 기타 여러 중요한 비즈니스 컴퓨팅 플랫폼과 통합될 수 있는 '알렉사 포 비즈니스'를 출시했다. 회의를 예약하고, 전화 회의에 참여하고, 할 일 목록 및 알림을 관리하고, 조명을 제어한다. 또 회의실에서 블라인드를 열고 닫고, 재고 수준을 제공하고, 소모품을 주문할 수도 있다. 기업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보유한 존재감을 감안할 때, 이는 코타나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알렉사가 먼저 도착했으며 코타나는 아직 이러한 잡무를 해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코타나 스피커의 미래는 어떨까? 준과 윈도우폰의 궤적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낙관적인 미래를 강조할 것이다. 그리고 몇 년 정도 비틀거리며 걷겠지만 결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조용히 개발을 중단하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다른 마이크로소프트의 몇몇 하드웨어처럼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자신의 실패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한 듯 보인다. 더 나은 것을 제공할 수 없다면 강력한 경쟁자들이 존재하는 시장에 진입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코타나 스마트 스피커는 현재 '더 낫다'라는 평가를 부여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Preston Gralla는 컴퓨터월드 기고 편집자이자 전문 저술가다. 'Windows 8 Hacks'(O'Reilly, 2012), 'How the Internet Works'(Que, 2006)를 비롯해 45권의 서적을 저술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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