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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아이패드 판매 부진, 애플이 자초했다

2022.10.31 David Price  |  Macworld
ⓒApple

아이패드는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27일(현지 시각) 애플이 올해 4분기(7~9월) 매출을 발표했다(편집자 주: 미국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에 시작하므로 한국 기준 3분기 매출 실적이다). 4분기 매출은 901억 4,600만 달러(약 128조 975억 원)로 전년 동기 매출 833억 6,000만 달러보다 약 8% 늘었다. 그러나 아픈 손가락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아이패드다. 

아이폰과 웨어러블 제품군은 각각 10%, 맥은 25%, 서비스 부문은 5% 성장한 데 비해 아이패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하락했다. 절대적인 수치로 따지면 10억 달러에 달하는 감소 폭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심화된 경쟁이 원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태블릿 PC 시장에서 아이패드는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트래픽 분석 사이트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태블릿 PC 시장에서 아이패드의 점유율은 51.5%로 집계됐으며,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해왔다.

대신, 아이패드의 부진은 애플이 자초했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지난 몇 년간 새 아이패드 모델을 제각기 다른 시점에 출시해 혼선을 빚었으며, 각 모델의 타깃 소비자와 기능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해 혼란을 더했다. 
 

태블릿 PC, 정체성 혼란 여전

회사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겠지만, 아이패드는 맥이 아니다. 다양한 용도에 맞게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기는 부적절하다. 아이패드가 주로 쓰이는 용도는 여전히 단순한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패드 제품군은 매우 간단해야 한다. 소비자가 어떤 모델을 사야 할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현재 아이패드 제품군을 보면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대표적으로 새로운 10세대 아이패드의 타깃 시장은 불분명하다. 9세대 보급형 아이패드의 강점인 '가성비'를 그대로 살리지 못했다. 68만 원으로 가격이 올라 중고가형 제품인 아이패드 에어의 가격대(93만 원)에 근접했다. 아이패드 에어만 봐도 이미 아이패드 프로와 기능이 많이 겹친다. 

여기에 더해 애플은 각 아이패드 모델을 각기 다른 시점에 출시한다. 그 결과 가격 차이가 꼭 기능 차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예컨대, 사용자의 용도에 따라 최신 아이패드 에어 모델이 작년에 나온 아이패드 프로 모델보다 더 적합할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최신 아이패드를 사더라도 언제 또 새로운 아이패드 모델이 나와 '최신' 아이패드가 '구형'으로 전락할 지 소비자는 알 길이 없다. 

원래 애플이 아이패드에 건 기대는 매우 컸다. 2010년 초반에서 중반까지 태블릿 PC는 기존 PC의 대체재로 주목받았다. 기존 PC 매출은 정체된 지 오래였다. 더구나 팬데믹 이전부터 원격 및 혼합 근무에 태블릿 PC만큼 적합한 기기가 없다는 기대가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2010년 태블릿 PC가 일반 자가용 같은 주류가 되고 노트북 같은 일반 PC는 트럭 같은 존재로 전락하리라 예견했다. 

이 예견이 틀렸다는 사실을 이제 모두가 안다. 물론 애플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도 태블릿 PC가 미래라는 허망한 꿈을 내비쳤다. 애플을 비롯한 다른 기술 회사는 태블릿 PC가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장점만을 합친(best of both worlds)' 궁극의 기기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모두가 꿈꿨지만 아무도 꾸리지 않은 미래

되돌아보면, 태블릿 PC가 주류가 되는 미래를 만들고자 정말 진심으로 사력을 다한 회사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패드나 태블릿 PC는 애초부터 미래가 될 수 없었다. 특히 아이폰에 견줄만한 매출원이 되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생산적인 작업을 하기에는 화면이 너무 작고 소프트웨어 기능이 기존 PC에 못 미친다. 그렇다고 스마트폰만큼 가지고 다니기 편하지도 않다. 그 결과 필기용, 혹은 창작용 펜과 함께 태블릿 PC를 태블릿 PC답게 활용하는 소비자는 소수다. 여전히 소비자 대다수는 태블릿 PC를 콘텐츠 소비용 기기로 여기며 그렇게 쓴다. 태블릿 PC 시장이 PC를 대체할 정도로 큰 주요 시장이 될 가능성은 처음부터 작았다. 

물론 시장이 작다고 해서 의미가 없지는 않다. 그리고 애플은 비교적 작은 태블릿 PC 시장에서 지금까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자체 제작한 A-시리즈 칩의 성능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다른 애플 제품과 매끄럽게 연동되는 기능을 아이패드에 끊임없이 추가하고, 애플펜슬의 용도를 확장했다. 안드로이드 혹은 윈도우 태블릿 PC를 써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태블릿 PC 시장에서 아이패드에 대항할만한 적수는 없었다. 

그러나 정상에 너무 오래 안주하면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어찌 보면 제품군이 이렇게까지 난해해진 상황도 놀랄 일이 아니다. 심지어 애플조차 3분기 아이패드 매출이 감소했다고 크게 실망하지 않을지 모른다. 원래 작았던 시장이 더 작아졌을 뿐이기 때문이다.

*David Price는 2007년부터 애플에 대해 보도해온 애플 전문 기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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