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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10세대 아이패드의 진짜 전략: '펜슬 차별' 아닌 '교육 우대'?

2022.10.19 문준현  |  CIO KR
가성비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일반 아이패드 모델이 드디어 각진 디자인과 베젤리스 디스플레이로 업그레이드 됐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애플펜슬 2세대를 지원하지 않아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이패드 사상 처음으로 탑재된 가로형 카메라라는 기술적 요소와, 교육 시장 겨냥이라는 사업적 요소를 고려하면 원가절감만을 애플의 의도로 단정 짓기 어렵다. 
 
ⓒApple

애플이 2022년형 아이패드 프로와 10세대 아이패드 모델을 공개했다. 새 아이패드 프로는 개선폭이 미미하지만, 가성비 태블릿 PC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해왔던 10세대 아이패드는 사상 처음으로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됐다. 가격이 오르긴 했으나(67만 9,000원) 중급 모델인 아이패드 에어와 비슷하게 베젤이 줄어들고, 잠금 버튼 터치ID를 탑재했으며, A14 칩으로 업그레이드돼 여전히 가성비는 훌륭해 보인다. 게다가 9세대 아이패드는 여전히 그대로 판매된다(다만 환율 때문에 가격이 44만 9,000원에서 49만 9,00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허점이 하나 있어 논란을 사고 있다. 바로 새로운 10세대 아이패드가 아이패드 에어, 아이패드 프로와 비슷한 각진 디자인으로 바뀌었음에도 애플펜슬 2세대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68만원이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더 이상 '저가형'으로 분류하기도 힘든 데 7년 전 애플펜슬을 그대로 써야 한다는 것은 다분히 납득하기 힘든 요소로 보인다.
 

애플펜슬 2세대는 돼야 쓸만한데...

즉, 2022년에 출시된 10세대 아이패드를 구매하면 여전히 2015년에 출시된 애플펜슬 1세대를 써야 한다. 애플펜슬 1세대는 라이트닝 단자로 충전해야 해 매우 불편하며, 휴대하기 어렵다.

애플펜슬은 2018년 2세대에 들어서야 아이패드 프로가 각진 디자인으로 바뀌며 충전하고 가지고 다니기 편해졌다. 아이패드와 애플펜슬 각각 자석이 탑재돼 아이패드 상단에 부착되는 동시에 충전된다. 
 
ⓒApple

이번 아이패드 10세대의 문제는 라이트닝 단자 대신 USB-C 단자를 탑재한다는 점이다. 애플펜슬 2세대용 자석 부착 기능이 없으므로 애플펜슬 1세대만 지원하는데, 애플펜슬 1세대는 라이트닝 단자를 쓴다. USB-C 단자 자체는 바람직한 변화지만, 이전 아이패드처럼 애플펜슬 1세대를 충전할 수 없게 돼 호환성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애플은 애플펜슬 1세대의 구성 품목에 10세대 아이패드를 위한 어댑터를 포함했다. 애플펜슬 하나를 충전하기 위해 어댑터까지 써야 하는 사용자 경험은 아무리 '저가형' 아이패드라고 해도 너무 번거롭다. 게다가 위에 말했듯이 이제 중저가형의 가격대로 올라왔다.
 
ⓒApple


애플펜슬 1세대의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으로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편 애플펜슬 1세대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10세대 아이패드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새로운 어댑터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새 어댑터는 한국 애플스토어에서 1만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정말 '급 나누기'일까?

왜 애플은 10세대 아이패드에 애플펜슬 2세대를 지원하지 않는 무리수를 둔 것일까? 원가절감과 급 나누기라는 직관적인 이유도 사실일 수 있지만, 가로형 전면카메라와 교육 시장 겨냥이라는 기술적, 사업적 요소도 고려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일단 가장 명백한 용의자인 '급 나누기'에 대해 얘기해보자. 아이패드 라인업이 워낙 복잡해져 각 모델을 차별화하기 매우 까다로워졌다. 따라서 애플은 과도하게 급을 나누기로 택했을 수 있다.
 
ⓒApple

만약 10세대 아이패드가 애플펜슬 2세대를 지원한다면, 아이패드 에어와 기능적 차이가 매우 적어진다. 차이를 꼽자면 라미네이션과 반사 방지 코팅 등 디스플레이 화질이 떨어지는 점과, 아이패드 에어의 M1 칩에 비해 A14 칩의 성능이 낮다는 점일 것이다. 그 외에도 소소한 기능 차이가 있지만 그닥 크지 않다. 

디스플레이는 눈에 띄는 차이라고 해도 성능은 미미한 차이다. A14 칩의 성능마저도 이미 대다수 아이패드 앱을 구동하는 데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패드 에어는 2배 더 많은 RAM을 탑재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그 정도로 많은 앱을 돌릴 사용자라면 25만 원을 더 내고 아이패드 에어를 살 것이다. 10세대 아이패드의 입지가 매우 좁아진다.

그래서 애플은 아이패드 에어와 아이패드 10세대의 급을 확실히 나누고자 애플펜슬 지원을 일부러 차별했을 수 있다. 
 

가로형 전면카메라 때문?

 
다른 아이패드에 탑재된 애플펜슬 2세대용 자석 보드. ⓒiFixit

애플을 변호하는 주장도 있다. 기술적인 이유다. 10세대 아이패드에는 아이패드 사상 처음으로 가로형 카메라를 탑재됐다. 즉, 전면카메라가 세로 상단이 아니라 가로 상단에 위치해 영상통화를 하기에 더 적합한 위치로 이전됐다. 이 위치는 다른 아이패드에 애플펜슬용 자석 보드가 있는 곳이다.

따라서 자석부착 방식으로 아이패드에 연결하고 충전하는 애플펜슬 2세대를 지원할 수 없었다는 추론도 일리가 있다. 이 추론을 따르자면 10세대 아이패드 제품 기획팀은 애플펜슬 2세대 지원보다 가로형 전면 카메라를 우선시한 셈이다. 

다만 애플이 전면 카메라를 가로 상단으로 이전하면서도 여전히 애플펜슬용 자석 보드를 유지할 기술적 방법이 정말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Apple
 

교육용이기 때문?

가로형 전면 카메라가 기술적인 요소라면 사업적 측면에서도 고려해볼 만한 점이 있다. 바로 일반 아이패드 모델의 가장 큰 고객층이 교육 기관이라는 점이다. 교육기관은 과연 애플펜슬 2세대를 원할까?
 

ⓒApple


가령 애플펜슬 1세대만 지원하는 이전 아이패드를 쓰던 교육기관이 10세대 아이패드로 업그레이드 한다면, 오히려 1세대 애플펜슬 지원은 반길만한 사항이다. 애플펜슬 2세대를 구매하는 데 추가로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존 애플펜슬 1세대를 계속 쓰면 된다. 물론 단자 호환성이 안 맞아 우스꽝스러운 어댑터를 써야 하지만, 어댑터의 가격은 12,000원으로 애플펜슬 2세대보다 10배 더 싸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청소년들이 아이패드와 애플펜슬로 웹툰을 그리고 있다. ⓒ서울신문

이 주장대로라면 애플은 오히려 10세대 아이패드에 USB-C 대신 라이트닝 단자를 탑재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교실에서도 USB-C가 라이트닝보다 훨씬 더 유용하다. USB-C to HDMI 케이블로 TV나 모니터에 연결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능을 떠나 애플에겐 선택권이 없다. 유럽연합의 법에 따라 2023년까지 유럽 지역에 판매되는 모든 모바일 기기는 USB-C 단자를 탑재해야 한다. 일반 아이패드 모델은 자주 업그레이드 되지 않으며, 디자인도 수년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2022년에 라이트닝 단자를 탑재한 아이패드를 출시하고 2023년에 USB-C 단자를 탑재한 모델을 또 내놓는다면 오히려 손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오직 10세대 아이패드를 위해 애플이 라이트닝 대신 USB-C 단자를 탑재한 애플펜슬 1세대를 다시 만들었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충분히 일리 있지만 이는 애플로서도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는 역설적인 선택이 됐을 것이다. 


'보급형'은 어떻게 진화해야 할까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패드 에어 라인업이 개설된 이래 일반 아이패드는 ‘보급형 아이패드’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2013년에 나온 아이패드 에어와 똑같지만 더 두꺼운 디자인을 기반으로 A-시리즈 칩만 업그레이드돼 2017년에 나왔다. 
 
이때부터 애플은 원가절감을 위해 라미네이션 처리와 반사 코팅이 되지 않은 디스플레이를 썼다. 라미네이션 처리란 앞면 유리와 디스플레이 패널을 부착하는 기술로 이 기술이 적용되지 않으면 화면의 몰입도가 크게 떨어지며, 반사 코팅이 없으면 주변광이 밝을 때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저가형 아이패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은 어차피 같은 A-시리즈 칩을 연간 몇억 대에 이르는 다른 애플 제품에 탑재하니 규모의 경제에 힘입어 말 그대로 가격 대비 프로세서 성능만 매우 좋은 아이패드를 제공할 수 있었던 셈이다. 2018년부터 4번이나 프로세서만 업그레이드했다. 

그러나 프로세서 업그레이드도 한계에 다다랐다. 애플이 저가형 태블릿 PC 시장, 특히 교육 시장에 계속 참전하려면 보급형 아이패드도 진화해야 했다. 그래서 10세대 아이패드를 내놓은 것이다. 애플펜슬 2세대를 지원할 수 있는 디자인을 갖추고도 더 불편한 애플펜슬 1세대를 강요하게 된 애플의 제품 전략이 자충수가 될지, 얄밉게도 뛰어난 장사 수완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듯싶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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