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암호화폐 사용 가능성··· 차단 방책은? 유효성은?

미국과 유럽이 내린 제재 여파로 러시아 정부와 집권층은 다른 방식으로 국경간 현금 이동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디지털 자산 투자 관리 업체 발키리 펀드(Valkyrie Funds)의 조사 책임자 조시 올체비츠는 “러시아 회사와 국민들이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비트코인(Bitcoin)이나 미국 달러와 연동되는 테더(Tether))와 같은 스테이블코인 등 암호 자산을 사용 시도 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주장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명목 화폐에 연동되거나 중앙 은행의 현금 지원을 받는다. 반면, 비트코인 등의 암호 화폐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 속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대체불가토큰(NFT)은 현금 이외의 자산에 연동된 디지털 토큰이다. 단, 그 ‘자산’은 미술 작품과 부동산처럼 가치가 있을 수도 있고 아무 사진이나 동물 인형처럼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일부 러시아 집권층의 자산을 동결하는 것과 함께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는 러시아 은행의 스위프트(SWIFT) 이용 금치 조치를 단행했다. 세계 최대의 금융 메시징 네크워크인 스위프트에서 퇴출된 러시아 은행은 수십 억 달러의 자금 통로가 갑자기 막혔다. 이 제제 조치는 장,단기적인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국경간 결제용 AI 트랜잭션 모니터링 솔루션 제공업체 테타레이(ThetaRay)의 CEO 마크 가지트에 따르면, 스위트프의 금융 메시징 네트워크에서도 제재 대상의 현금 이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은폐될 수 있다.

가지트는 스위프트가 그 자체로는 비교적 안전한 네트워크이기는 하지만, 유령 회사를 설립해 자금을 이동시키면 스위프트로도 국경간 트랜잭션을 실행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1973년에 개발된 스위프트는 최신 시스템과 달리 일체의 보안 수단이 부족하다. 따라서 현 상황이 발생하기 전부터 문제가 많았다”면서 “특히 트랜잭션 인증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가지트는 금융 트랜잭션을 검토해 송금자의 신원은 물론 범죄성 여부까지 파악할 수 있는 AI 기반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에 동조하는 국가들이 여전히 스위프트에 연결되어 있어 루블화 이동책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와 집권층이 자산의 국내외 이동에 대체 수단을 확보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정치권은 재무부 장관 재닛 옐렌에게 보낸 질의 서한에서 러시아가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의 “다크 웹 시장”을 이용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이러한 움직임을 저지할 추가 수단이 각국 정부에게 필요한지 여부를 물었다. 

아울러, “암호화폐 업계가 미국의 제재 조치에 따라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분석 내용 때문에 더욱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앞선 금융 제재에 이어 미국 재무부는 미국인이 러시아 제제를 우회하기 위한 방책으로 암호화폐 사용을 금지하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코인베이스(Coinbass), 바이낸스(Binance), FTX 등 암호화폐 거래소에게 제재 대상 개인과 그들의 주소를 차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코인데스크 발표에 따르면, 미국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러시아 고객에게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할 계획은 없으나 제재 대상 개인이나 단체가 연루된 거래 행위는 차단하겠다고 답변했다. 이 밖에 여러 거래소는 모든 러시아 사용자나 IP 주소를 차단하지는 않겠지만 제재 대상 단체는 차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바이낸스 CEO 창펑 자오는 지난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바이낸스는 제재 규칙을 매우 엄격히 따르겠지만” 제재 대상 개인들을 넘어 제한을 확대한다면 “비윤리적인 행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핵심 이더리움(Ethereum) 디지털 코인 생태계 제공업체 두 곳은 ‘특정 관할권’ 내 사용자가 국제 러시아 제재를 피할 수 없도록 접근 제한 조치를 도입했다. 이더리움 암호화폐 거래소의 온/오프 연결통로인 메타마스크(MetaMask)와 인퓨라(Infura)는 사용자들에게 해당 지역에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접근하려고 하면 오류 메시지가 뜰 것이라고 고지했다.

그러나 가트너 VP이자 저명한 애널리스트 애비바 리탄은 “규제를 받지 않거나 국제적으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거래소의 온/오프 연결 통로를 중단시키는 일은 그 어떤 입법 또는 규제 당국이라도 불가능하다”라고 단언했다. 단 암호화 네트워크 조직이라면 가능하다. 그녀는 메타마스크와 인퓨라의 조치를 두고 일부 탈중앙 암호 네트워크의 제재 준수 노력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라고 평가했다.

리탄은 “[러시아는] 향후 자신의 위치를 은폐하여 위치를 기준으로 한 제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라면서도, “그러나 이 경우에도 제재 대상자는 탈중앙 암호 네트워크 안에서만 돈을 쓸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명목 화폐는 암호화폐로 변환한 후에 제재에 협조하지 않는 거래소를 이용해서만 입출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러시아의 제재 대상자는 이를테면 그들의 거래를 금지한 블록체인 금융 시스템으로부터는 자금을 인출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동결된 은행 계좌에서 암호화폐를 구입할 목적의 자금을 인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리탄은 설명했다.

암호화폐는 암호화를 통해 익명성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 장부 상에서 운영된다. 따라서, 제재 대상자의 거래소 온/오프 연결 통로를 통한 암호화폐 매매만 차단할 수 있다. 거래소 온/오프 연결 통로로는 비트코인 등 암호 자산 저장용 디지털 지갑과 암호 거래소와의 API 또는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등이 있다.

그러나, 제재 대상자가 블록체인/암호 네트워크 외부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제재 대상자를 식별해야 한다. 제제 대상자는 가짜ID를 이용해 중앙집중식 거래소에서 계좌를 얻을 수 있다고 리탄은 설명했다. 

리탄은 “즉 암호화폐 네트워크에서 제재 대상자와 범죄자의 은닉은 가능하지만 입출금은 매우 어렵다”면서 “단, 러시아 제재 대상자가 암호 네트워크 내에서 암호화폐 및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거래하는 행위는 막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발키리 펀즈의 올체비츠도 리탄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러시아인(특히 집권층)의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세탁을 교묘히 돕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체비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제재 회피자는 곤경에 처할 것이다. 제재 위반의 불이익은 워낙 커서 대부분은 제제를 위반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또한, 과학 수사 회계 툴, 규제 당국 등 수사 당국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제재 대상자 방조자를 적발해 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제재 여파로 암호화폐 가치 급등
국경간 금융 네트워크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 결과, 지난주 암호화폐 시장의 가치가 급등했다.

지난주 월요일, 비트코인은 4만 1,807.16달러로 10.4%, 이더는 2,826.54달러로 7.6% 각각 상승했다. 미국 주가는 오전 폭락 후 반등했다.

올체비츠는 비단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든 일반인이 본인 통제권 밖에 있는 세력으로부터의 도피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것은 암호화폐의 “대표적인 특징이며 버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암호화폐, 스테이블코인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내 많은 이들에게 필수적인 경제 생명줄 역할을 하곤 했다. 디지털 화폐는 스위프트와 같은 써드파티 중개자가 필요 없는 뱅킹 및 결제 레일 역할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CNBC에 따르면, 발키리 펀즈 CEO 리 월드는 암호 네트워크가 많은 이들이 기다려 온, “비트코인 등의 코인이 주류에 편입되는” 전환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암호화폐 거래 자료 제공업체 카이코(Kaiko)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이 진행되면서 러시아 루블과 우크라이나 흐리브냐 거래를 위한 암호화폐 거래량이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몇 달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카이코의 2월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강력한 자산 피난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제재 회피도 가능하게 한다.

카이코 보고서에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유례없는 압박에 놓인 암호화폐 업계는 제재를 실행해야 하지만 탈중앙 네트워크 상의 트랜잭션을 제한할 힘은 없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리탄은 “현지 화폐 가치가 하락 중인 국가에 거주 중이라면 특히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이 피난처”라면서 “정부나 특정 회사 대신 프로토콜을 신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특정 정부보다 프로토콜이 훨씬 더 신뢰할 만하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