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자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기업의 CEO는 “예전과 같은 업무 형태로 완전히 돌아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IT 기업이 원격근무를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일견 직관에 어긋나 보인다. 그러나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애플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제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애플의 상황도 달라졌다.
‘원격근무’에 대한 팀 쿡의 평가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애틀랜틱 페스티벌(The Atlantic Festival)에서 이뤄진 원격 인터뷰를 통해 애플의 원격근무 경험을 언급했다. 그는 전체 직원 가운데 약 10~15% 정도가 사무실로 복귀했으며, 나머지 85~90%는 현재 집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쿡은 원격근무로 인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잃은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창의성(creativity), 우연한 발견(serendipity)과 같은 것들은 직원들이 서로 마주치는 면대면 접촉에서 발현된다”라고 덧붙였다.
애플이 이러한 상호작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사옥을 설계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쿡은 “우연하고 즉흥적인 상호작용은 일정을 잡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팀과 그들의 회복 탄력성에 놀랄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라면서, “우리는 혁신의 길을 계속 가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결과는?
애플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비즈니스를 유지하고, 팬데믹에 맞서 싸우는 데 기여했으며, 다양한 신제품을 준비하고 공개했다. ‘애플 실리콘’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이번 발언은 팀 쿡이 이제 원격근무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원격근무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았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업무 형태로 완전히 돌아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업무 형태의 변화’가 보편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견고한 테스트 및 지원 메커니즘 없이 이전의 업무 형태로 돌아간 시도의 결과를 목격했다. 예를 들면 영국에서는 ‘사무실로 돌아가기(go back to work)’에서 ‘가능하면 재택근무하기(work from home if you can)’로 코로나19 권고사항을 빠르게 전환했다.
또한 많은 기업이 원격근무가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는 실제 사실로도 입증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직원은 계속해서 원격근무를 유지하고자 할 확률이 높다.
여러 분석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한다. IDC는 2024년까지 미국 인력의 60%가 원격근무를 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가트너는 향후 47%의 기업이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리라 전망했다.
신뢰와 자율
팀 쿡의 이번 언급은 WFH에 관한 애플의 강경했던 태도가 완화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세계 최대 기업의 CEO가 직원을 조금만 신뢰한다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왜 그러지 않겠는가?
초반에는 코로나19 위기 영향을 받긴 했지만 애플은 흔들리지 않았다. 팬데믹 여파에도 비즈니스는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거의 모든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코로나19와의 투쟁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 원격근무 경험에서 팀 쿡은 혼자가 아니었다.
아마 미래의 업무 환경은 직원들에게 더 많은 신뢰와 자율성을 부여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현재 이들은 그것을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 Jonny Evans는 1999년부터 애플과 기술에 대해 저술해온 전문 기고가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