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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아웃소싱 대가 산정의 어려움

2013.03.04 정철환  |  CIO KR
오랜 세월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의 산정 기준은 투입 인력의 규모로 결정되어 왔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man/month 단위로 환산하고 투입인력을 기술 능력의 수준에 따라 구분하여 각기 다른 월 단가를 정한 뒤 이를 기준으로 전체 개발 비용을 산정해왔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필요한 자원, 즉 원가구조가 대부분 인건비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와 같은 산정 방법은 오랜 기간 동안 합리적인 방안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원가구조가 비슷한 정보시스템의 운영 및 유지보수를 위한 아웃소싱 비용 규모 산정을 위한 방안으로도 자연스럽게 채택되어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투입된 인력의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에 대한 노력의 중요성을 저하시키는 문제점이 있다. 투입된 인력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전체 인력의 규모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 받아야 할 대가 자체가 줄어드는 모순을 낳기 때문이다. 인력 투입기준에 따르면 10인을 투입해야 하던 업무를 생산성 향상 노력을 통해 9인으로도 할 수 있도록 만들게 되면 오히려 받아야 할 대가가 줄어들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력 운영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은 중요한 요인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또한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이익률을 높이고 싶어도 투입된 인건비를 기준으로 대가를 받아야 하므로, 매출이 늘어나도 원가 역시 증가하는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또한 고객의 입장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매년 받는데 구성 인력의 승진 또는 경력 상승으로 인해 매년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제안되고 있는 방법이 투입 인력 기준이 아닌 서비스의 내용을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하는 방안이다. 이미 공공 SI개발 프로젝트에는 개발비 산정을 인건비 기준이 아닌 기능점수 기준으로 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아웃소싱 대가 산정에도 유사한 방식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아웃소싱에서 인력투입 기준이 아닌 방식으로 대가를 산정하는 방법은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와는 달리 아웃소싱은 기존에 있는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다. 업무 내역 중 소프트웨어의 수정 또는 개발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비중이 아주 큰 것은 아니다. 아웃소싱 비용 중에서 하드웨어 인프라 운영 및 유지보수에 대한 내역은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비용 산출이 용이한 부문이므로 인력구조방식에서 서비스 내용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큰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유지보수는 좀 복잡하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시스템의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의 유지보수 비용을 책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전체 비용을 산정하는 방법이다. 시스템의 규모는 화면 수, 기능 구성 내역, 난이도, 서비스에 필요한 기술분야 등을 고려하여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간단하지 않다.

예를 들어 화면수의 경우 화면이 많으면 기능이 많다고 추정하고 서비스 비용을 더 많이 할당하는 방식인데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정보시스템의 사용 현황을 상세히 분석해 보면 사용되지 않는 화면수가 꽤 된다. 이런 경우 사용되지 않는 화면을 어느 시점에서 일괄 정리했다고 해보자. 그러면 당연히 해당 시스템에 대한 비용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운영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어차피 이들 화면은 사용되지 않는 화면들이었으므로 기존의 유지보수 업무에 전혀 부하를 주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부분을 삭제했다고 해서 비용을 줄이면 기존 서비스를 운영하던 인력을 줄여야 한다. 결국 업무 부담이 증가하는 것이다. 또한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시스템과 일부 인원만이 사용하는 시스템도 차이가 있다.

다른 방안으로는 서비스 요청을 항상 시스템을 통하도록 프로세스를 제도화하고 년간 아웃소싱 서비스 요청 내역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이를 근거로 각 서비스 요청 유형 및 항목별로 비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안도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서비스 요청 한 건당 얼마라는 계산이 공식화되면 향후 비용 절감을 위해 현업들에게 아웃소싱 서비스 요청을 자제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다음 년도의 아웃소싱 비용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서비스를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매우 힘들다. 그리고 해당 업무에 대한 숙련된 업무 지식을 보유한 인력을 쉽게 다른 부서로 보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인력을 풀(pool)제로 운영하는 방안도 있으나 이 역시 고객과의 서비스 지원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결국 아웃소싱 서비스의 대가를 어떻게 산정을 하던지 관계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천이 인력의 투입이고 원가구조가 인건비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계약 금액을 산정하기 위해 아무리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것으로 보이는 방안을 선택해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원가 구조가 인건비이므로 결국 내부적으로 모든 손익을 인건비로 환산해서 산정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복잡한 산정과정을 거치느니 차라리 원시적(?)인 방법인 투입인력 기준의 Man/Month 산정방식으로 협의하는 것이 보다 더 단순하면서 직관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결국 효율화의 필요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필자의 생각은 인력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분야에서는 눈에 보이는 비용 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필자 역시 SI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해 본 경험이 있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수 많은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 하드웨어 인프라는 도입할 때 10억원짜리를 5억 원에 깎아서 도입했다고 하드웨어가 제대로 동작을 하지 않거나 10억 원을 주고 도입했을 때 보다 성능이 안 나오는 경우는 없다. 일단 저렴하게 계약을 하면 최고인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대가를 제대로 인정받고 또 좋은 환경이 갖추어졌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업무 퍼포먼스가 같지 않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친절성에도 영향을 주며 성실도, 친밀감, 책임감 등 많은 요인에 영향을 준다. 그렇다. 사람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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