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드론부터 바비 인형까지' 곳곳에서 활용되는 리눅스

자동 착유 시스템 친절하고 다정한 착유기를 발명하는 일은 스웨덴인에게 맡기자. 이들이 개발한 ‘자동 착유 시스템’은 젖소에게 영양제를 투여하거나 우유를 짜기 위한 기계다. 가상 제조 시스템(VMS)의 일종인 자동 착유 시스템은 리눅스 배포판이 적용된 싱글보드 컴퓨터를 통해 가동한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데라발(DeLaval)이 올린 채용 공고를 보면, 이 기계를 관리하는 데에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비행기 전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들을 수 있도록 비행기 좌석에 설치된 스크린 또한 대체로 리눅스를 사용한다. 파나소닉은 ‘이더넷, 리눅스, MPEG처럼 든든한 표준 시스템을 지원하고자’ 항공사에 고급스럽지만 편안한 스크린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즐길 만한 이야기를 손쉽게 찾아주며 비행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바위처럼 견고한 리눅스의 명성에도 누를 끼치지 않는다. 지루한 나머지 자진해서 영화 감상을 사양하고 싶었던 어느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끄는 방법을 우연히 알아냈을 정도로 이 시스템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국제 우주 정거장(ISS) 필자가 ‘특별한 장소에서 사용되는 리눅스’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는데 좋은 소재가 없느냐고 리눅스 재단 지인에게 묻자, 그는 국제 우주 정거장에 거주 중인 우주인들이 매일같이 사용하는 노트북에 리눅스가 깔려 있다고 소개했다. 리눅스 재단은 사용법을 교육했으며, 얼마 안 되는 이들을 위해 특별히 리눅스를 개조해 주기도 했다. 리눅스 재단 직원은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리눅스가 사용되는 이유를 직접 설명하자니 민망했는지 말을 아꼈다. 필자가 대신 설명하자면 윈도우를 사용해 봤지만 악성코드에 자주 감염돼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중국의 홍기 리눅스, 북한의 붉은별 필자가 IDG 산하 리눅스월드의 편집장으로 근무했던 1999년 당시 우리 시스템 관리자는 홍기 리눅스 공부에 열을 올렸다. 홍기 리눅스는 이제 막 서방 세계에 경제를 개방하기 시작한 중국을 위해 맞춤형으로 제작된 리눅스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한판 붙는 중이었던 중국은 홍기 리눅스를 전폭적으로 지원한 한편, 북한은 ‘붉은별’이라는 운영체제를 자체적으로 개발했는데, 그 탓에 고립되고 말았다. ‘은둔의 나라’ 북한에서 쓰이는 이 운영체제의 GUI는 OS X를 살짝 손본 듯싶다.

해상 로봇 리퀴드 로보틱스는 자동화된 해상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태양열로 작동하는 이 로봇은 이제는 상공에서 보다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드론의 해상용 버전이다. 자바 개발자 제임스 고슬링 때문에 유명한 이 기업은 장기 항해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리눅스를 적용하고 있다. 이 해상용 드론이 바다에서 헤엄치는 진짜 펭귄들을 즐겁게 해주는 광경이 그려지는가?

크록 팟 위모 스마트 슬로우 쿠커 슬로우 쿠커의 분명한 특징으로 간편함을 꼽을 수 있겠다. 재료를 넣고 전원을 켠 다음 6~8시간 정도 데워지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리가 다 된 후 전원을 끌 수 없는 상황이라면? 물론 타이머 기능을 갖춘 좀더 성능이 좋은 모델을 사면 되겠지만, 130달러에 와이파이를 갖춘 크록 팟 위모 스마트 슬로우 쿠커를 사는 것도 좋겠다. 리눅스가 적용된 이 제품은 휴대폰으로 어디에서나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물론 와이파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연결이 끊기지만, 누구라도 중세 농부들이나 썼을 법한 인터넷도 안 되는 슬로우 쿠커는 사양하고 싶을 것이다.

핵 잠수함 미국 핵잠수함 부대 역시 십년 넘도록 음향표정장치 등 각종 시스템에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에 의존할 경우 특히 보안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미 해군은 악성코드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윈도우를 배제했던 것 같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해군은 핵잠수함에 사용하기에는 윈도우가 낫다고 판단했다.

나이지리아 선교 기독교 선교단체인 TEN(Transformational Eduction Network)은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윈도우와 더불어 우분투 리눅스까지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는 사명으로 서아프리카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진 속 나이지리아 소년 쾅스 도다는 “컴퓨터 사용법만 안다면 온라인으로 설교할 수 있다”면서 컴퓨터 공부에 큰 관심을 보였다.

리눅스를 사용하는 바비 인형 수년 전 인형 제조업체 메텔은 시대상에 어울리는 새로운 콘셉트의 바비 인형을 출시한 바 있다. ‘수학은 어려워’의 실패를 딛기 위해 메텔이 내놓은 콘셉트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다. IT 분위기를 풍기는 이 인형은 소품에 그려진 펭귄 ‘턱스’로 볼 때 리눅스를 사용하는 것 같다. 물론 다르게 상상할 수도 있겠다. 블로그 리버럴 머머스는 그녀가 데비안 개발자가 된다는 설정으로 포스트를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 했다.

알맹이 없는 컴퓨터 어떤 OS든 좋은 컴퓨터에서는 잘 작동하지만, 리눅스는 언제 어디에서나, 심지어 문제 있는 환경에서도 잘 작동하기로 유명하다. 8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를 탑재한 컴퓨터를 사용 중이라면 리눅스를 설치하라고 권하고 싶다. 명령어 한 줄 실행시키는 데에 2시간이나 걸리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이들에게도 같은 조언을 하고 싶다. ‘죽은 오소리에 리눅스 설치하기’라는 책을 따라해 보는 것도 좋겠다(물론 살아 있는 오소리에게는 발톱과 이빨이 있으므로 설치하면 안 된다.). 심지어 결함 있는 환경에서도 잘 작동하는 리눅스의 유연성과 호환성은 최강이라 할 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