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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과연 완성형 소프트웨어 산업이 정답일까?

2015.10.01 정철환  |  CIO KR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SAP, 구글, 애플…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세계 최고의 IT 기업임과 동시에 SW 중심 기업이다. 애플은 하드웨어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지만 하드웨어 경쟁력의 기반에는 소프트웨어가 자리잡고 있다. 제품 군이 비슷한 국내 기업과의 경쟁력 차이가 바로 소프트웨어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IT 서비스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완성형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IBM처럼 SI 사업이나 시스템 운영 사업들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막대한 이익을 거두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태동 초기부터 SI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SI 사업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정보시스템을 개별적으로 맞춤 구축해 주는 사업이다. 옷으로 치면 완성형 소프트웨어 사업이 기성복 산업이라면 SI사업은 맞춤복 산업이다. 그러다 보니 이익률이 낮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우며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힘들기에 고부가 사업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소프트웨어 관련 업계 분들이 국내도 이제는 완성형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앞서 비유한 의류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 기억 속에는 오래 전 동내마다 양복점이나 양장점이 많이 있었다. 양복은 으레 맞춰 입는 것으로 생각했고 여성들도 양장점을 자주 이용하였다. 하지만 오늘날 양복점과 양장점을 찾아 보기는 정말 어렵게 되었다. 기성복이 백화점, 마트, 길거리 할인 판매점을 모두 점령하고 난 뒤 사라져버렸다. 더구나 그 기성복 자체도 중국이나 베트남 등 대부분 외국에서 만들어 온 옷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양복 기술자들은 이미 찾아보기 힘든 것은 당연하게 되었다.

다시 소프트웨어로 돌아가보자. 국내 기업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SI사업 중심의 IT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지 않고 완성형 패키지 소프트웨어 사업에 올인한다고 생각해보자. 만들어진 완성형 소프트웨어는 누구와 경쟁하여야 하는가? 이미 전세계적으로 지명도와 안정성을 가지고 있는 세계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경쟁하여야 한다. 물론 이 경쟁에서 이기게 되면 전세계를 시장으로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 사업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그렇게 뛰어난 기업이 국내에서 하나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그 기업은 제품을 전세계에 수출해서 막대한 매출과 이윤을 높일 수 있겠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많이 필요로 할까? 소프트웨어 제품은 개발 시 많은 노력 (많은 노력이지 많은 인력은 아닐 수 있다.)이 필요하지만 일단 개발되고 나면 제품으로 생산하는 것은 제로 코스트에 가깝다. 그리고 유통 역시 제로 코스트로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엄청난 매출 대비 생산비가 현격히 적다. 이 점이 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이 고부가가치화 될 수 있는 이유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국내에서 세계 초일류 전자회사가 등장했다고 해서 국내 전자산업분야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전자공학 엔지니어를 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던가? 그나마 전자산업은 생산라인의 일자리는 증가하게 만들지만 이마저도 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게 되면 그만이다. 더구나 소프트웨어 산업은 그런 생산라인 자체가 없다. 그리고 정작 개발을 위한 핵심 소프트웨어 인력조차도 자국민을 쓴다는 보장도 없다. IT 서비스 분야와는 달리 언어적인 장벽이 별로 없는 이유로 인도계나 중국계 개발자를 대규모로 쓰게 될 가능성도 높다. 물론 이 역시도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패키지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가정했을 때이다.


만약 국내 소프트웨어의 미래를 완성형 소프트웨어 육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렵지만 어찌어찌 해서 세계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나온다고 해도 국가 전체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활성화를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과 일부 몇몇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 및 발전의 중심이 완성형 소프트웨어 산업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이다. 오히려 IT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

거의 대부분의 완성형 소프트웨어가 기업이나 공공분야에서 사용되려면 환경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IT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안정적인 기술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IT 서비스 분야의 소프트웨어 인력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제공되고 선진국과 같이 나이에 구애 받지 않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완성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막대한 이익률이 부러울지라도 그런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세계적으로 극히 일부이다. 대다수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전세계의 IT 서비스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몇몇 기업이 언론에서 화제의 중심이 되고 모두의 부러움이 된다고 해도 정작 세상을 움직이는 그 뒤에는 무수히 많은 IT서비스 분야의 이름 모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없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도,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도, SAP의 ERP도, 구글이나 애플의 스마트폰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IT서비스 분야를 21세기 막노동 판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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