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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글로벌 팬데믹 시대의 끝에서 공급망 이슈에 대한 소고(小考)

2022.05.02 정철환  |  CIO KR
지금 대한민국은 2019년 시작된 글로벌 팬데믹 상황을 세계 최초로 벗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었으며 조만간 외부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산업계는 다방면에서 팬데믹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의 공급 부족으로 시작된 공급망 불안정 상황은 지금 다른 여러 자원 및 농산물로까지 확대될 조짐이다. 이로 인해 자동차는 물론 IT 관련 주요 제조업체의 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고객의 수요가 있음에도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려야 납품이 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본격적인 경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데 공급망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역이 또 있다. 바로 IT 분야 개발자의 수요와 공급이다. 최근 대부분의 IT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이로 인해 개발자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한동안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가 4D업종으로 인식되며 젊은 인력이 진입을 꺼려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현재의 상황은 긍정적이고 좋은 신호라고 생각할 수 있다. 드디어 개발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처우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
 
Image Credit : Getty Images Bank

현재의 개발자 부족은 왜 발생한 것일까? 가장 먼저 1990년대 말 닷컴 붐 이후 IT 분야는 침체를 거듭하며 근무조건은 열악해지고 40대만 되어도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직종으로 인식되면서 젊은 인력의 신규 진입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 이유다. 그래서인지 최근 IT 업계에 허리에 해당하는 30대후반~40대 중반 인력이 가장 부족하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 인력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 그러니까 닷컴 붐 무렵에 IT 분야에 뛰어든 인력들이다. 또한 출산율의 저하에 따른 자연적인 인구의 감소에 따른 젊은 층의 부족도 신규 인력의 공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 소위 ‘네카라쿠배당토’로 일컬어지는 플랫폼 기업의 무서운 성장과 이로 인한 대규모 개발자 모집에 따른 인력 블랙홀 효과 및 이러한 기업을 선호하는 젊은 개발자들로 인한 쏠림 현상도 지적할 수 있다. 엄청나게 불어난 기업규모를 바탕으로 대규모의 개발자 모집을 통해 많은 개발자들을 흡수하였을 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 메타버스, 바이오, 빅데이터 등 미래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벤처기업의 창업 열풍과 장기간의 과잉 유동성 공급에 따른 넘쳐나는 자본의 투자 열기가 1990년대의 닷컴 붐에 비견될 만큼 높아지면서 투자를 유치한 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개발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이슈는 과연 언제쯤 개발인력에 대한 부족 상황이 개선이 될 것인가이다. 그런데 가까운 시일 내에는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팬데믹으로 인한 봉쇄와 경기침체 그리고 기업의 투자 보류 등이 향후 봇물 터지듯 신규 사업 추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인력의 부족을 우려한 선두 IT 기업의 사재기식 인력 확보가 당분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제2의 닷컴 붐에 비견될 만한 최근의 첨단 IT 기술 벤처에 대한 투자 열기는 유능한 개발자의 몸값을 한없이 올리며 시장에서 인력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를 받은 벤처 기업 입장에서는 가까운 시일내에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야 하기에 몸값에 상관없이 개발인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은 가까운 시일내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개발자의 선호도가 낮은 분야에서 IT 관련 사업의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한 분야로는 공공 및 민간 SI 영역에서의 신규 프로젝트 수행 영역과 공공 및 민간의 IT 운영 아웃소싱 분야다. 그리고 좀 더 상황이 악화되면 기업 및 공공기관의 설비 자동화 관련 영역도 개발자 부족의 여파가 클 것이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한 프로젝트 기간의 지연은 물론 결과물인 개발된 시스템의 품질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분야의 IT는 우리나라 기업 및 공공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은 감안할 때 우려가 크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어떤 대응책이 있을까? 필자는 그 동안 여러 칼럼을 통해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관련된 내용을 공유하였으며 작년 12월 칼럼 ‘소프트웨어 개발자 대란(大亂)을 바라보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며 대안을 제시한 바 있으나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의 상황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쉽게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아마도 올해를 지나 1~2년 후까지 개발자 부족 사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한 인력 품귀 및 인건비의 상승은 다른 분야로 확산될 것이다.

결국 IT 기술의 발전에 따른 개발 생산성의 향상과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로 인한 개발 영역의 축소, 그리고 경기 순환 사이클에 따른 개발자 수요의 축소 상황이 오기 전까지는 기업은 물론 정부에서도 개발자 및 관련 인력에 대한 부족을 기정 사실로 하고 IT 관련 사업의 추진 계획을 수립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IT 업계로 신규 인력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재교육 및 지원 방안을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미래 국가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축 중 하나가 IT 및 소프트웨어 분야인 것은 분명하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를 경험했던 관점에서 대한민국에서만 지금까지 1,700만명에 달하는 코로나 확진자들의 자가격리 경험이 초래할 수 있는 영향을 언급해본다. 자가격리 경험이 가져다준 삶에 대한 통찰과 인식 변화도 향후 사회, 문화적 변화의 중대 변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주일간 작은 방에 홀로 격리되어 많은 사색과 명상을 할 기회가 있었던가? 이러한 원치 않았던 통찰 기회를 통해 삶에 대한 우선순위와 가치의 변화를 가져오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2년 가까이 이어졌던 재택근무 경험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인공지능 및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를 우려하는 시각에서 이젠 일하는 사람의 감소에 따른 인력 부족 역시 진지하게 고민하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 정철환 이사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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