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1

칼럼 | 아날로그 단자의 운명은?

정철환 | CIO KR
소니가 1979년 세계 최초로 휴대용 스테레오 카세트 플레이어를 출시한 이후 세상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3.5파이 헤드폰 단자의 보급이다. 이전까지 오디오 컴포넌트는 물론 카세트 플레이어는 굵은 5.5파이 헤드폰 단자를 사용하고 있었다. 3.5파이는 휴대용 라디오에서 이어폰용으로 사용되고 있었으나 모노 사양으로 단순 음성을 듣기 위한 단자였을 뿐이다. 하지만 워크맨이 3.5파이 스테레오 단자를 기본으로 장착함으로써 이후 대부분 헤드폰과 이어폰은 3.5파이 아날로그 단자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호환을 위해 5.5 파이 단자용 어댑터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상의 표준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휴대전화에서 mp3 음원의 재생이 가능해지던 초기 시절, 기존 mp3 플레이어의 시장을 잠식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였는지 모르겠으나 mp3 재생 휴대전화에는 3.5파이 단자가 제공되지 않았다. 따라서 음악을 들으려면 번들로 끼워져 나온 조악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3.5파이 변환 어댑터를 별도로 구매하여야 했다. 심지어 이런 상황은 스마트폰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되던 초기까지도 그대로 이어져 삼성의 블랙잭과 옴니아 스마트폰에도 3.5파이 헤드폰 단자가 제공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 첫 출시되었던 아이폰 3GS의 경우 3.5파이 헤드폰 단자를 탑재하고 있어 다양한 고음질의 헤드폰 및 이어폰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이었는지 이후 옴니아 2에서는 3.5파이 단자가 기본으로 제공되지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스마트폰에서 3.5파이 아날로그 헤드폰 단자는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음악을 들을 때 표준 사양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공식 제품 발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애플의 아이폰 7이 3.5파이 아날로그 헤드폰 단자를 더는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사실 애플이 컴퓨터 부문에서 시장의 일반적인 상황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행보를 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가 PC의 표준 저장 매체이던 시절, 업계 처음으로 5.25인치 플로피를 제외한 (3.5인치 플로피만 제공) PC를 출시하고, 그 후에 3.5인치 플로피마저 없앤 PC를 출시하였는가 하면 다시 CD-ROM을 없앤 노트북 PC를 출시하는 등 애플은 시장의 요구보다 빠른 기술의 변화를 이끌어 온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3.5파이 아날로그 단자를 없애는 것이 이전처럼 전체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갈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에서 아날로그 단자가 삭제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수많은 유선 헤드폰 및 이어폰을 사용하기 불편하게 되는 것은 물론 아날로그 출력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스마트폰이라면 왠지 불편한 경우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애플은 왜 굳이 아날로그 단자를 없애려 할까? 어떤 분석기사에서는 스마트폰의 두께를 더 얇게 만드는 데 아날로그 단자의 크기가 제약되기 때문이라는 것과 디지털로 변경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기존 하드웨어 업체들이 막대한 이익을 새로이 얻을 수 있다는 (즉, 사용자를 위한 것이 아닌 제조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는데 상당히 공감이 간다.


그렇다면 과연 애플의 시도는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데 성공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애플의 시도와 그 결과, 그리고 IT 업계의 다른 업체들의 대응을 고려해 볼 때 만약 애플이 아이폰 7에서 3.5파이 아날로그 단자를 제외한 사양으로 신제품을 발표한다면, 이는 곧 시장의 대세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애플의 시도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필자 및 많은 사용자들에게는 슬픈 사실이다. 부디 소문이 헛소문이기를 바란다. 3.5파이 아날로그 단자마저 사라진다면 아날로그 세대들에게는 매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집에 있는 무수히 많은 3.5파이 아날로그 단자를 가진 헤드폰 및 이어폰, 그리고 오디로 시스템들 역시 새로운 짝을 찾지 못하니 안타깝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아날로그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2016.09.01

칼럼 | 아날로그 단자의 운명은?

정철환 | CIO KR
소니가 1979년 세계 최초로 휴대용 스테레오 카세트 플레이어를 출시한 이후 세상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3.5파이 헤드폰 단자의 보급이다. 이전까지 오디오 컴포넌트는 물론 카세트 플레이어는 굵은 5.5파이 헤드폰 단자를 사용하고 있었다. 3.5파이는 휴대용 라디오에서 이어폰용으로 사용되고 있었으나 모노 사양으로 단순 음성을 듣기 위한 단자였을 뿐이다. 하지만 워크맨이 3.5파이 스테레오 단자를 기본으로 장착함으로써 이후 대부분 헤드폰과 이어폰은 3.5파이 아날로그 단자를 기본으로 제공하고 호환을 위해 5.5 파이 단자용 어댑터를 제공하는 것이 사실상의 표준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휴대전화에서 mp3 음원의 재생이 가능해지던 초기 시절, 기존 mp3 플레이어의 시장을 잠식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였는지 모르겠으나 mp3 재생 휴대전화에는 3.5파이 단자가 제공되지 않았다. 따라서 음악을 들으려면 번들로 끼워져 나온 조악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3.5파이 변환 어댑터를 별도로 구매하여야 했다. 심지어 이런 상황은 스마트폰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되던 초기까지도 그대로 이어져 삼성의 블랙잭과 옴니아 스마트폰에도 3.5파이 헤드폰 단자가 제공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 첫 출시되었던 아이폰 3GS의 경우 3.5파이 헤드폰 단자를 탑재하고 있어 다양한 고음질의 헤드폰 및 이어폰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이었는지 이후 옴니아 2에서는 3.5파이 단자가 기본으로 제공되지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스마트폰에서 3.5파이 아날로그 헤드폰 단자는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음악을 들을 때 표준 사양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공식 제품 발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애플의 아이폰 7이 3.5파이 아날로그 헤드폰 단자를 더는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사실 애플이 컴퓨터 부문에서 시장의 일반적인 상황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행보를 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가 PC의 표준 저장 매체이던 시절, 업계 처음으로 5.25인치 플로피를 제외한 (3.5인치 플로피만 제공) PC를 출시하고, 그 후에 3.5인치 플로피마저 없앤 PC를 출시하였는가 하면 다시 CD-ROM을 없앤 노트북 PC를 출시하는 등 애플은 시장의 요구보다 빠른 기술의 변화를 이끌어 온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3.5파이 아날로그 단자를 없애는 것이 이전처럼 전체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 갈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필자는 개인적으로 스마트폰에서 아날로그 단자가 삭제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수많은 유선 헤드폰 및 이어폰을 사용하기 불편하게 되는 것은 물론 아날로그 출력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스마트폰이라면 왠지 불편한 경우가 생길 것 같은 느낌이다. 애플은 왜 굳이 아날로그 단자를 없애려 할까? 어떤 분석기사에서는 스마트폰의 두께를 더 얇게 만드는 데 아날로그 단자의 크기가 제약되기 때문이라는 것과 디지털로 변경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기존 하드웨어 업체들이 막대한 이익을 새로이 얻을 수 있다는 (즉, 사용자를 위한 것이 아닌 제조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는데 상당히 공감이 간다.


그렇다면 과연 애플의 시도는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데 성공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애플의 시도와 그 결과, 그리고 IT 업계의 다른 업체들의 대응을 고려해 볼 때 만약 애플이 아이폰 7에서 3.5파이 아날로그 단자를 제외한 사양으로 신제품을 발표한다면, 이는 곧 시장의 대세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애플의 시도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뜻이다. 필자 및 많은 사용자들에게는 슬픈 사실이다. 부디 소문이 헛소문이기를 바란다. 3.5파이 아날로그 단자마저 사라진다면 아날로그 세대들에게는 매우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집에 있는 무수히 많은 3.5파이 아날로그 단자를 가진 헤드폰 및 이어폰, 그리고 오디로 시스템들 역시 새로운 짝을 찾지 못하니 안타깝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아날로그의 시대는 서서히 저물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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