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업무 압박감 높기로 정평이 났다는 IT 마케팅 세계에서 벌어진 대참사를 생각할 때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잘 해내려는 과욕이 도리어 화를 부른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실수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IT 역사상 최악의 마케팅 사례를 소개한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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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꾸러기 토마스 에디슨, 코끼리를 감전시키다!
케케묵은 사건부터 소개할까 한다. 교류가 직류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자 했던 토마스 에디슨은 1903년 미국 뉴욕시 코니아일랜드에서 코끼리를 감전시키는 실험을 했다. 정말 말썽꾸러기다. 게다가 성과도 없었다. 이른바 '전류 논쟁'에서 ‘교류 옹호파’에 지고 말았으니까!
가짜 폭탄 보낸 콘바르 도이칠란드!
2012년 독일의 콘바르 도이칠란드는 '곧 폭발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가짜 시한폭탄을 단순히 홍보 목적으로 약 40곳의 기업, 대사관, 언론사에 보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콘바르 도이칠란드는 싹싹 빌며 용서를 구했다.
U2 새 앨범 제공으로 낭패 본 아이폰 6 홍보
애플은 지난 2014년 아이폰 6 홍보 차원에서 록밴드 U2의 앨범 ‘순수의 노래(Songs of Innocence)’를 모든 사용자의 아이튠즈 라이브러리에 강제로 제공했다. 왜 U2는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앨범을 나눠주는 것이 매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또 애플은 사용자들이 원치 않는 음악을 받아줄 것이라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만만했던 라이프록 CEO, 망신살 뻗치다!
라이프록의 CEO인 토드 데이비스는 2007년 개인정보 보호 서비스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자기의 소셜 보안 번호(Social Security number)를 공개하며, 해킹에도 끄떡없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데이비드의 개인정보는 곧바로 13차례나 해킹당했다(게다가 라이프록은 허위·과장 광고 등의 이유로 미국 연방통상위원회(FTC)의 조치까지 받았다.).
‘레이디 퍼스트’를 내세웠던 원플러스
지난 2014년 소형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원플러스는 ‘레이디 퍼스트’ 문구를 앞세우며 여성들에게 제품 구입권을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홍보를 펼쳤다. 제품 로고가 보이도록 셀카를 찍어 행사 진행 요원에게 제출한 여성들에 한해 제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한다는 홍보 행사인데, 최악의 홍보로 꼽을 수 있겠다(원플러스는 불과 몇 시간 만에 행사를 종료하며 공식 사과했다.).
해시태그 하나에 회사명까지 바꾼 리서치 인 모션(Research In Motion)
IT업계에서 벌어지는 차마 믿기지 않는 실수들이 대개 그렇듯 리서치 인 모션의 실수도 황당무계하다. 지난 2012년 리서치 인 모션은 채용 공고를 게시하는 과정에서 회사명의 약자를 딴 ‘#RIMjobs’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영어 단어 ‘rim job’은 음경을 항문에 넣는 행위를 뜻한다. 리서치 인 모션 직원들 중 어째서 그 누구도 떠올리지 못 했는지 불가사의하다. 결국 이 회사는 이듬해 회사명을 바꿨다.
컴캐스트, 서비스 중단 사태 일으킨 구글 파이버에 쓴 소리
최근 컴캐스트는 미국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주 월드시리즈 첫 경기 당시 발생한 생방송 중단 사태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기 때문이다. 더욱이 구글 파이버 측의 실수로 발생한 사건이어서 컴캐스트 입장에서는 꽤나 억울했을 터. 컴캐스트는 결국 자사 페이스북에 구글 파이버에 항의하는 글을 올렸다.
터치스크린 홍보에만 급급했던 파나소닉
파나소닉은 1918년에 설립돼 전구 소켓을 제조했던 역사적인 기업이지만 가정용 컴퓨터 부문 주류 시장인 미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 했다. 그 원인은 마케팅이었다. 1990년대 파나소닉은 딱따구리 캐릭터 ‘우디 우드페커’를 본 딴 ‘더 우디’라는 명칭의 컴퓨터를 출시하며 미국 시장 진입을 시도했다. 터치스크린 기능을 앞세웠던 탓에 ‘터치 우디(touch Woody)’라는 우스꽝스러운 별명을 얻었다(그 후 터치스크린이 아닌 시스템 기능을 강조하며 제품명을 ‘인터넷 페커’로 바꿨다.). 어찌 됐든 현재 파나소닉은 터치북을 제조하고 있다.
네온사인 잘못 설치했다가 벌금만 22억 물은 터너 브로드캐스팅
지난 2007년 터너 브로드캐스팅은 미국 보스톤에 폭발 가능성이 있는 홍보용 네온사인을 설치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200만 달러(약 22억 7,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 또 이 캠페인을 직접 추진했던 카툰 네트워크(터너 브로드캐스팅이 운영하는 케이블 채널)의 사장도 사임해야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지역 사회의 과민 대응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사측 과실이 크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복면강도 앞세운 델의 마케팅
두 명의 복면강도가 들이닥쳤는데, 곧 체포되고 다행히 다친 사람 없이 사건이 마무리됐다면 쉽게 믿겠는가? 지난 2011년 델은 태블릿 델 스트릭을 홍보하기 위해 가짜 복면강도가 회사 로비에 침입한다는 설정의 이벤트를 벌였다. 경찰이 출동하고 직원들까지 대피하는 사태로 이어지는, 웃지 못 할 촌극이었다.
언론사에 가짜 시한폭탄 보낸 워치 독스
마케팅 유형에 따라 ‘이런 건 괜찮아’라는 믿음이 결정된다. 지난 2014년 신형 비디오게임 워치 독스를 출시한 우비소프트(Ubisoft)는 호주 온라인 미디어인 나인MSN에 가짜 시한폭탄을 보내며 제품을 홍보했다. 그러나 나인MSN은 워치 독스 기사를 끝내 써주지 않았다.
삼성의 거창한 갤럭시 S4 공개 행사
스마트폰 공개 행사는 로코코 시대에서 펼쳐지는 것인 양 거창해 지고 있다. 그 중 으뜸은 2013년 삼성 갤럭시 S4 공개 행사다. 와인 제공은 물론 어린이 탭댄스 공연단과 브로드웨이 뮤지컬까지 동원하며 거창하게 꾸렸으나 필자는 민망한 행사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소니의 가짜 바이럴 마케팅
당연한 말이지만 소니의 PR 실패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해변에서 모래 알갱이를 일일이 세는 것과 같다. 소니는 지난 2006년 신제품 플레이스테이션과 관련해 마케팅업체 지패토니(Zipatoni)에 바이럴 마케팅 조작을 의뢰했다가 탄로나 망신을 당했다.
보다폰, 럭비 경기장에 ‘나체 홍보맨’ 투입 이벤트 펼쳐
‘럭비 경기 중 일어나길 바라는 이벤트 응모’에 특정 회사 로고만 그린 채 나체 상태로 경기장에 난입하는 사람을 보고 싶다고 적어 낸 럭비 팬이 있었다. 장난스럽게 적어 낸 이벤트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보다폰 오스트레일리아는 실제로 이러한 이벤트를 펼쳤다가 망신만 당했다. 보다폰 오스트레일리아의 사장인 그레이엄 마허는 대대적으로 사과하며 추후 스포츠 후원 기관에 기부까지 하며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나섰다.
윈도우 98 시연 중 에러 발생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998년 윈도우 98 공개 행사에서 시연 도중 에러가 발생해 곤혹을 치렀다. 당시 시연 진행자였던 크리스 카포실라가 플러그 앤 플레이 기능을 소개하기 위해 스캐너에 연결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파란색의 에러 화면이 나타났던 것이다. 서로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무마하기는 했지만, 요즘처럼 SNS가 있었다면 두고두고 회자됐을 만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