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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남의 畵潭 | 내가 골프를 잘 못 치는 이유

2015.12.28 박승남  |  CIO KR


‘역발산 기개세 (力拔山 氣蓋世),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뒤덮었건만...’ [사기], [항우 본기]에 나오는 항우의 말입니다. 항우도 아닌 제가 골프만 치러가면, 숲도 뚫고 넓디넓은 워터해저드도 개울처럼 건너갈 수 있을 것 같은 이런 기백으로 공을 칩니다. 그러니 점수가 잘 나올 리가 없습니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사지만, 골프는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골프는 머리, 가슴 그리고 몸. 이 세가지 요소가 반영된다고 생각합니다.
머리로는 거리가 멀거나 장애물이 있으니 두 번에 끊어서 쳐야 한다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도, 가슴의 기백은 ‘뭐… 한번에 넘기지’라고 하고, 몸은 이성과 기백을 다 배반하는 결과물을 던져줍니다.

전략적으로 치는 것이 스코어를 줄이는 길임을 잘 알면서도, 주변에 넘쳐(?)나는 싱글들 때문에 나도 잘 칠 것 같은 착시현상으로, ‘남자는 비거리!’를 외치며 호탕하게 온몸으로 열정적으로 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통쾌함 보다는 가슴 쓰린 횟수가 더 많아지고 주머니의 돈은 줄어만 갑니다. 전략적이든 호탕하게든 뭐가 되었든 결국은 몸이, 실력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고 반성하며 골프장을 나오는 결말은 매번 반복됩니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골프와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이 연말이어서 대부분 기업들이 내년도 계획을 세우고, 중장기 계획까지 보강을 했을 겁니다.
여러분 기업의 중장기 계획에 혹시 5년내 비약적인 (2배 정도?) 성장하겠다는 목표가 있지 않으십니까?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의 기업의 과한 목표는, 비 오고 바람 부는 날 ‘이번 홀에서 버디’를 하겠다는 욕심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드라이버를 230미터를 날리고, 세컨샷을 핀에 붙여서 퍼터로 넣으면 끝!’. 전략은 좋지만, 이런 환경에서 내 실력으로는 드라이버부터 OB나기 십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정확히 세면 타수가 100이하 되는 사람이 반도 안 된다고 합니다. 본인이 평균적인 골퍼라면 버디보다는 3온 2퍼트로 보기를 노려보는 것이 더 현실적 전략입니다.
 

기업도 비약적인 성장을 위해 신 성장동력 개발, 영업망 확대.. 등등 다양한 전략을 세우지만, 경제 환경과 기업역량이 고려된 것일까요? 과한 의욕은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페이스북이나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최상의 성공을 이룬 기업사례를 너무 많이 들어와서 착시에 빠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기업역량을 객관화 해서 보기플레이를 목표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열정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극기훈련과 정신력만으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는 없고, 열정페이로는 우수직원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기업에서 더 중요한 것은 냉철한 환경 분석과 올바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직원들의 능력입니다. 회사직원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보고 (세상의 50%는 평균 이하 인 것처럼, 우리회사도 뛰어난 직원들로만 구성되어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역량개발에 힘쓰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로 치는 골프처럼, 기업이 좋은 전략을 짜는 부분은 분명 중요한 일입니다.
가슴으로 치는 골프처럼, 기업의 패기 있는 성장과 열정을 강조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수행할 몸인 직원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능력개발이나 골프연습은 소홀히 하면서,
5년후 2배성장하겠다는 기업목표나, 80대에 진입하겠다는 제 욕심이나 도찐개찐 아닌가 싶습니다.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아그룹의 IT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이전에는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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