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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국내 SI산업의 명암을 생각해 본다...

2014.11.03 정철환   |  CIO KR
국내 1위의 SI기업인 삼성SDS가 기업공개를 조만간 앞두고 있다. 벌써부터 상장 후 기업의 시가총액에 대해 몇몇 기사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높은 시가총액을 달성할 기세다. 이와 함께 이미 상장된 SK C&C의 경우도 상장 후 지속적으로 주식 가격이 상승하여 거래소 시장에서 꽤 높은 순위에 시가 총액을 가진 기업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아직 기업공개 계획이 없는 LG CNS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IT 시장의 대표분야인 SI시장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있다. 규모 면에서는 국내 IT 분야를 선도하는 산업인 반면 인력 중심적인 성장에 그쳐 고부가가치를 가진 소프트웨어 산업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평가도 있다.

시스템 통합, 즉 SI(system integration) 분야는 국내에서 25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소위 ‘21세기 노가다’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개발자 및 IT 종사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분야가 되었다. 민간 기업 및 공공부문의 정보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하는 SI 분야는 초기 IT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인정받았지만 점차 건설업계의 사업 실행모델을 벤치마킹을 한 것인지 하청에 재 하청을 주는 구조로 변질되어 왔다. 또한 점차 짧아지는 프로젝트 납기로 인해 프로젝트에 투입된 개발자들에게는 높은 근무강도를 요구하며 야근에 주말근무가 이어지는 악명 높은 분야가 되었다. SI 분야의 이러한 환경으로 인해 IT업종은 소위 4D(dirty, difficult, dangerous, dreamless) 업종으로 불리며 한때 높던 IT분야의 인기를 떨어트려 놓은 장본인처럼 인식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SI 분야에 대해 이렇게 나쁜 측면만 봐야 할 것인가? SI 분야(시스템 운영을 위한 SM(system management) 분야를 포함)의 장점과 SI 분야가 국내 IT 산업 발전에 기여한 긍정적인 측면은 무엇일까? 본 칼럼에서는 과연 국내 SI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긍정적인 측면을 한번 되돌아 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SI분야의 장점은 인력의 수요가 많다는 점이다. 대규모 SI프로젝트에는 수백 명의 인력이 필요하기도 하고 기간도 1년 이상이 수행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IT분야에 많은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의 질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많은 IT분야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IT산업에서 SI분야를 앞설 곳은 별로 없다. 수 많은 기업 및 공공기관 프로젝트에서 지난 20여년간 만들어 온 SI분야의 일자리는 대한민국의 IT 인력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그래머에게 이상적인 일자리인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는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이 취약한 대한민국에서는 그렇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게임 분야의 일자리도 SI분야에 비하면 수적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SI프로젝트에서 경험을 쌓아 IT분야의 다른 영역으로 진출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SI분야가 가진 가장 긍정적인 측면으로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SI분야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이건 단점으로도 지적될 수 있는 요소이지만 일단 긍정적인 면에서 보고자 한다. SI분야가 큰 폭으로 성장하던 1990년대에는 컴퓨터 관련 전공자가 아니어도 몇 개월 IT학원을 수료하면 SI프로젝트에 개발자로 투입될 수 있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 중에 ‘IT분야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전공이 불문과다’라는 말이 있었다. IT분야 개발자 채용공고에 ‘전공 불문’이라는 문구가 그 만큼 흔했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전문분야에서는 필수적인 자격증 요건도 강하지 않고 다양한, 아니 거의 모든 업종에 걸쳐 SI 프로젝트가 진행된 만큼 수 많은 전공을 가진 인력들이 SI업계에 뛰어들었다. 아마도 공학분야에서 SI분야처럼 다양한 전공을 가진 인력이 활동하는 영역은 없을 것이다. 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IT분야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으며 국내 IT 인력의 저변 확대에 크게 공헌하였다. 이렇게 IT분야에 발을 디딘 분들 중에서 벤처기업을 창업한 분도 있고 IT전문가로 성장한 분들도 많이 있다. 물론 이러한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갈수록 인력에 대한 처우가 낮아지고 근무 조건이 열악해지는 단점으로도 작용을 하게 된 면이 있으니 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생각된다.

세 번째 장점으로는 SI분야는 사업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의아해 하겠지만 필자는 SI사업의 수익성이 낮다는 점이 SI분야가 국내 IT산업에 긍정적인 측면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SI분야는 기본적으로 인력 집약적인 산업이다. 게임 산업의 경우 초기 게임 개발 시에는 비용이 많이 소요될 지 모르나 게임 개발이 완료되어 서비스 될 때에는 수익에 관계없이 거의 일정한 비용이 지출된다. 물론 사용자가 많아지면 서버를 증설해야 되기에 약간의 비용 증가는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어떤 게임이 큰 히트를 쳐서 막대한 수익이 생기는 경우 회사에 생기는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반면 SI사업은 SI기업의 매출이 늘어나려면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해야 하고,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하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해지므로 인건비가 증가한다. 따라서 SI산업은 수익과 비용이 같이 증가하는 산업이다. 그래서 수익성이 낮다. 그런데 이에 왜 좋은 점일까? 필자는 이것을 국내 IT인력에게 그 만큼 사업의 성과가 돌아가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즉 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SI산업의 매출액이 대부분 수 많은 개발자 및 SI인력들에게 배분되기에 긍정적이라고 본 것이다. 이 점은 앞에서 언급한 일자리 창출과 연관성이 있는 점이긴 하다. 다만, 이렇게 수익성이 낮기에 최근의 SI프로젝트에서는 정규직 인력보다는 계약직 인력을 더 많이 투입하는 면이 강해졌지만 그 덕분에 많은 프리랜서 및 계약직 인력의 일자리도 생긴 셈이니 이 역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SI산업이 국내 IT산업 발전의 중심이 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SI프로젝트가 국내 IT산업 발전에 공헌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처럼 글로벌 소프트웨어기업도 없는 우리나라에서 오늘과 같은 정보화 사회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SI프로젝트에 참가한 수 많은 IT 전문가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기도 하다. 또한 국내 IT 하드웨어 산업, 패키지 소프트웨어, 컨설팅 등 관련 분야가 SI프로젝트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함께 성장해 왔다. 지금도 여전히 국내 IT시장에서 SI산업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다.

필자가 SI산업 분야에 첫 발을 디딘 지도 25년이 흘렀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에는 국내 SI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는 화려한 시절이었다고 생각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IT 버블의 붕괴와 금융위기 등으로 SI 프로젝트의 근무 여건과 수행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SI프로젝트는 국내 IT산업을 지탱하는 중심 기둥이다. 세상의 모든 면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나쁜 면, 마음에 안 드는 면을 찾자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산업의 긍정적인 면과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면을 생각해 보면 그 역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 IT산업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많은 SI프로젝트 전문가 분들에게 전하고 싶다. ‘우리는 대한민국 정보화의 주역이다’ 라고...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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