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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우리의 미래는 '터미네이터'인가 '바이센테니얼맨'인가?

2016.01.29 정철환  |  CIO KR
유발 하라리의 영감 넘치는 책 '사피엔스'에 보면 '럭셔리 트랩'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인류는 수렵채집 생활에서 농경사회로 발전하고 그 후 산업화, 정보화 등 기술의 발전을 통해 수 많은 물건을 만들었다. 초기에는 이런 물건을 사용해 더 편리한 생활과 시간의 여유를 얻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그 편리함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젠 더 이상 그러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수 많은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결국 이전보다 더 여유가 없는 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인류 역사에서 농업혁명은 수렵채집사회보다 구성원 개개인의 삶의 질을 오히려 저하시켰다고 주장한다. 기록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추측이지만 고고학 증거에 비추어 본다면 제법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농업혁명으로 생산성이 높아지자 잉여 생산물이 생겨나고 이를 바탕으로 지배계층이 등장해 고대 국가 탄생하게 되었다. 19세기의 산업혁명은 수공업의 형태에 머물던 2차산업을 기계를 이용한 대량생산 체계로 발전시켰다. 동시에 가내 수공업자의 몰락과 수 많은 빈민 노동계층을 만들어 냈고 거대 기업과 자본가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오늘날의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오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정보화, 디지털화는 다시 한번 인류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다. 21세기의 변화는 IT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모바일, 인공지능, 로보틱스와 연계된 기술 발전의 물결이다. 이미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 되었다. 이는 불과 20년전까지만 해도 필요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하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가져다 준 변화는 결코 작지 않다. 이미 우리 주변에 수 많은 것들이 20년 사이에 없어졌다. 비디오가게, 음반가게, 사진관, 만화방, 오락실, 책방 등… 그리고 그 이면에 이러한 업종들을 위한 상품 제작, 유통, 판매와 연과된 더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O2O의 등장으로 향후 더 많은 소규모 자영업의 설자리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직업이었던 거래와 유통, 중계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기업 관점에서도 IT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사무, 생산분야 일자리가 없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IT 기술을 활용한 효율화, 융합화, 자동화는 극소수 선두 기업이 유래없이 거대해 질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젠 국가간의 경계도 별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우버가 전세계 택시 운전자들의 경쟁자가 되고 아마존이 소매상의 경쟁자가 되는 세상에서 개인은 무력하고 약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은 여러 육체노동자를 대체할 것이며 자율 주행차는 직업 운전자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의 발전은 많은 사무 전문직을 몰아낼 것이다. 소수의 인류가 기술과 자본을 이용해 거의 대부분의 일을 무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오게 될 것이다. 인더스트리 4.0이 추구하는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상위 1%가 나머지 인류 99%의 재산보다 더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 화제가 된 것처럼 세계의 부는 이미 극소수의 상위 자본가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과연 기술의 발전이 보다 나은 인류의 삶을 이루어주는가? IT 기술이 인류의 행복에 도움을 주는가? 농경 문화가 수렵채집인들의 애초 기대와는 달리 그들 개개인의 삶을 더 힘들고 고되게 만들었다는 유발 하라리의 주장처럼, 그리고 산업혁명 초기 비참한 생활을 했던 수 많은 도시 빈민 노동자 계급의 탄생과 같이 21세기 IT 기반의 기술혁명이 효율성만 중요시 한다면 많은 사람들을 실업자로 내몰고 자본가에게 부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우리 대다수를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농업사회의 등장으로 국가가 만들어지고 인류가 발전했으며 산업혁명의 결과 오늘날 풍요로운 세계가 확산되었듯 기술발전이 미래를 우리가 염려하는 어두운 세상이 아닌 오히려 더 나은 세상을 만들도록 할 수 있다. 인류 역사가 지금까지 그러했듯 IT 기술의 발전으로 삶이 더 힘들어질 계층에 대한 현명한 대책을 찾는다면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술의 발전에 노력하는 모습만 보일 뿐 다른 고민은 없는 듯 보여 우울하게 한다. 우리의 미래가 영화 터미네이터가 될지, 바이센테니얼맨이 될지 궁금하다. IT 기술 발전이 추구하는 목적이 우리를 더 불행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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