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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컴퓨터 게임의 발전사와 그 의미

2022.01.28 정철환  |  CIO KR
컴퓨터가 세상에 등장한 후 소프트웨어 산업은 오늘날 IT의 중심축을 이루는 분야다. 이런 소프트웨어 산업 초기부터 함께 했던 오래된 분야 중 하나가 컴퓨터 게임 소프트웨어이다. 본 칼럼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과 함께 한 게임 분야의 발전사를 정리해보고 메타버스가 화두인 시대에 게임 발전의 역사가 가지는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텍스트 기반의 어드벤처 게임과 가상 세계의 등장 (1970년대 ~ 80년대 중반까지)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어드벤처 게임은1976년 윌리엄 크로우더(William Crowther)가 PDP-10 컴퓨터에서 개발한 ‘콜로설 동굴 모험(Colossal Cave Adventure)’ 이다. 순수한 텍스트 화면으로 진행되는 이 게임은 개발자인 크로우더가 어린 시절 많은 시간을 보낸 켄터키의 맘모스 동굴(Mammoth Caves)의 추억을 기반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텍스트 기반 어드벤처 게임은 게임 캐릭터가 있는 방이나 위치에 대한 설명을 텍스트로 표시하고 명령도 텍스트로 입력한다. 명령은 이동 명령(남쪽으로 이동, 북쪽으로 이동)과 행동 관련 명령(칼 가져오기, 금 떨어뜨리기 등) 이다. 

입력을 받은 후 프로그램은 행동의 결과로 발생한 일을 역시 텍스트로 플레이어에게 알려준다. 오늘날의 3D 그래픽 게임에서도 기본 골격으로 유지되고 있는 이 기본 게임 루프(Game Loop)는 다음과 단계로 진행된다.

1) 컴퓨터는 게임 세계와 캐릭터의 기존 상태를 표시한다.
2) 플레이어가 명령을 내린다.
3) 프로그램은 이 명령 및 기타 요소를 기반으로 게임 상태를 변경한다.
4) 위 단계를 반복한다.

여러 면에서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은 ‘던젼스 앤 드래곤스(Dungeons & Dragons)’와 같은 탁상용 게임을 포함하여 이후 등장한 많은 모험 및 판타지 게임에 영향을 주었다. 당시의 컴퓨터는 그래픽을 표현하기 어려운 하드웨어 성능을 지니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텍스트만으로 구성되었지만 사실은 오늘날의 최신 3D 그래픽 게임보다 더 광활한 가상 세계를 그려낼 수 있었다. 인간의 상상력을 그래픽 엔진 대신 사용했기 때문이다.

초기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은 한 화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세계를 창조하고 탐험한다는 매우 중요한 게임 요소를 도입했다. 비슷한 시기에 함께 발전하던 초기 아케이드 게임이 모든 게임을 한 화면만 진행하는 것과 상반되는 개념이었다. 

또한 게임의 메타데이터(경험치 또는 레벨, 캐릭터 정보)와 게임상의 아이템(금, 무기 등) 그리고 게임 세계 내 플레이어의 위치를 포함하는 플레이어 게임 상태 데이터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또한 이 게임 상태 데이터는 저장될 수 있고 플레이어는 언제라도 저장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같은 지점에서 새롭게 계속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게임의 주요 구성 요소 중 하나가 된 ‘논 플레이어 캐릭터(NPC)’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NPC란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 이외에 게임상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을 말한다. 플레이어는 이들 NPC 캐릭터와 대화하고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대화형 게임 엔진은 오늘날 매우 큰 산업이 된 챗봇(Chatbot) 기술의 시작이자 인공지능을 꿈꾸게 한 동기가 되었다.

초기 그래픽 아케이드 및 콘솔 게임(1970년대-1980년대)
최초의 게임이 1976년에 출시된 텍스트 기반의 게임인 ‘콜로설 동굴 모험’일 것 같지만 사실 최초의 그래픽 기반의 게임은 1962년 미국 MIT 학생이었던 스티브 러셀이PDP-1 컴퓨터에서 개발한 ‘스페이스워!(Spacewar!)’ 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하는 최초의 아케이드 게임은 1972년 아타리(Atari)에서 출시된 퐁(Pong)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탁구게임으로 알려졌으며 1970년대 후반에 가정용 게임기로 판매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초기 그래픽 아케이드 게임은 컴퓨터 그래픽 분야를 개척하는 선구자가 되었다. 하드웨어가 향상됨에 따라 렌더링 기술과 그래픽 품질도 향상됐다. 이러한 게임을 프로그래밍하려면 텍스트가 아닌 그래픽 픽셀의 구현 및 처리를 해야 했으며 당시 컴퓨터의 제한된 리소스를 감안할 때 최적화가 필요했다. 이러한 최적화 기술이 없었다면 컴퓨터 그래픽 (비디오 게임과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초기의 아케이드 게임은 오늘날 소위 물리 엔진이라고 부르는 기능을 가진 최초의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게임에서 뉴턴의 고전 역학 법칙의 일부 축소된 버전을 따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임에서 물리 엔진은 우주선, 경주용 자동차, 비행 물체 또는 총과 탄약과 같은 화면의 그래픽 객체가 따라야 하는 일련의 규칙을 현실세계의 물리적인 법칙과 유사하게 따르도록 하여 플레이어가 실감을 더욱 느끼게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이러한 물리 엔진의 발전으로 오늘날 가상 세계는 현실감 있게 구현할 수 있는 게임 엔진 기술의 토대가 되었다.
 
그래픽 어드벤처/롤 플레잉 게임(RPG) 게임(1980년대-1990년대)
1980년대에 등장한 닌텐도(Nintendo), 세가 제네시스(Sega Genesis)와 같은 16비트 시스템은 이전 8비트 시스템보다 훨씬 더 나은 그래픽을 렌더링할 수 있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이러한 새로운 콘솔 게임 시스템 덕분에 단순한 아케이드 게임 구조에서 발전하여 게임 디자인 및 철학이 다른 새로운 세대의 게임이 출시됐다. 

이러한 어드벤처 또는 롤플레잉 게임(RPG)으로는 지금까지도 잘 알려져 있는 ‘젤다의 전설’, ‘킹스 퀘스트’, ‘울티마’ 등이 포함된다. 이들 게임은 아케이드 게임의 그래픽 기능과 확장된 모험 세계를 가진 텍스트 게임을 결합하여 플레이어가 탐색하는 ‘게임 세계’를 픽셀을 사용하여 그래픽으로 시각화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게임 세계의 스토리라인은 수년에 걸쳐 여러차례 업그레이드 되며 발전했다.

RPG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광대한 세계를 제공했으며 탐색을 돕거나 방해할 수 있는 캐릭터와 사물들로 가득한 세상을 표현했다. 게임 상태에 대한 표현에서 플레이어의 모습과 느낌은 물론 다른 의상, 무기 및 기타 아이템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포함됐으며, 이 모든 것을 화면에 3D그래픽으로 렌더링했다. 또한 게임 내의 다양한 물건들을 인벤토리라는 마법의 장소에 저장하여 보관하거나 가져올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게임은 주인공 캐릭터의 상태 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변화화는 가상 세계라는 개념을 게임 세계에 도입했다. 오늘날에는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 기능인 게임 도중에 게임의 상황을 ‘저장’하고 ‘재개’하는 기능을 제공하면서 MMORPG와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최초의 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플레이어와 게임 상의 전체 가상 세계의 상태를 저장하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 사용자가 게임을 중단한 후에도 다른 게임 플레이어들에 의해 계속 운영되고 변화하는 가상 게임 세계를 구현했다는 의미도 있다.

텍스트 기반의 어드벤처 게임에서 제한된 상호 작용이 가능한 가상 캐릭터가 등장했고, 아케이드 게임에는 게임을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기술이 도입되었다면, 그래픽 RPG에서는 오늘날 메타버스 또는 가상 세계의 구성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주인공 캐릭터와 동일한 수준의 그래픽 충실도를 갖는 본격적인 NPC의 형태로 발전했다. 

또한 이 단계의 RPG 게임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버전의 게임 출시를 통해 발전되는 다양한 퀘스트와 진화하는 스토리라인을 가진 게임 아이디어를 도입했다.

게임의 퀘스트는 플레이어가 레벨을 올리기 위해 달성해야 하는 여러 작은 도전 과제들로 구성된다. 그래픽 RPG의 개발과 게임에 존재하는 스토리 라인은 메타버스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이다. 

이러한 게임 중 일부는 멀티플레이어 버전으로 발전했으며 ‘젤다의 전설’ 또는 ‘파이널 판타지(Final Fantasy)’ 등의 게임 시리즈는 오늘날까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대규모 게임 세계를 그래픽으로 표현하고 한 번에 게임 세계의 일부(플레이어의 캐릭터가 관찰하는 부분)만 렌더링하는 방식은 오늘날의 메타버스 세상의 구현에도 깊은 관련이 있다.
 
3D 렌더링 MMORPG 및 가상 세계(1990년대-현재)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컴퓨터 그래픽의 해상도와 렌더링 기술이 향상되면서 주요 게임 개발자들은 초기 그래픽 RPG 개념을 바탕으로 보다 사실적인 세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캐릭터 충실도의 급속한 발전 근간에는 1인칭 시점의 구현과 3D 모델링 기술의 발전이 배경이 되었다. 

이전까지 캐릭터와 세계는 단순한 2D 그래픽 형식으로 표현됐다. 그러나 가상 세계가 더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우리가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3D 모델 좀 더 크고 다양한 가상 세계를 설계하고 현실감 나는 등장 인물과 객체를 설계하고 게임에 투입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3D 게임 세상을 렌더링하는 것은 당시에는 매우 어려웠다. 필요한 그래픽 픽셀 수가 2D 그래픽 구현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많았으나 당시 컴퓨터 프로세서의 그래픽 렌더링 성능이 뒤따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 프로그래머는 캐릭터가 보는 세계를 현실감 있게 렌더링하는 최적화 기술을 고안해야 했다. 플레이어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화면이 실시간으로 플레이어가 보는 가상 세계의 모습을 즉시 그래픽으로 구현할 수 이어야 하지만 당시 컴퓨터 기술 수준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작업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아이디 소프트웨어(ID Software)의 ‘둠(Doom)’ 게임은 게임 역사의 이정표와 같은 성과다.

둠의 성공 이후 게임 속의 가상 세계를 3D로 모델링하고 게이머의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렌더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는 게임 뿐만 아니라 영화의 특수 효과나 엔지니어링 분야의 컴퓨터 그래픽 기술 측면에서도 중요한 발전이었다. 

또한 둠은 RPG 게임은 아니었지만 ‘데스매치 모드’를 통해 두 명의 플레이어가 서로를 싸울 수 있는 최초의 진정한 멀티플레이어 게임 중 하나였다. 이후 플레이어는 인터넷을 통해 서로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둠은 게임 자체 때문이 아니라 렌더링 기술과 멀티플레이어 모드 등 오늘날 메타버스의 구현을 위해 필요한 기술 구현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개발된 RPG 게임에서도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3D 그래픽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상 세계를 돌아다니며 검으로 괴물과 싸우고 3D 렌더링 세계에서 다른 캐릭터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많은 게임이 새롭게 출시됐다. 2D 그래픽에서 3D그래픽으로 캐릭터 표현 방식의 전환은 1990년대 인터넷과 월드 와이드 웹의 등장 및 확산과 함께하며 게임 플레이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RPG 게임에 인터넷이 도입되면서 비로서 진정한 다중 사용자 게임이 가능하게 됐다. 이는 ‘울티마 온라인(Ultima Online)’, ‘에버 퀘스트(Ever Quest)’, 그리고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이었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의 출시와 함께 대규모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의 물결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리니지(Lineage)’ 게임이 대표적이다.

또한 당시 게임은 화면 상의 캐릭터의 표현에 사용되는 용어인 ‘아바타(Avatar)’ 개념을 탄생시켰다. 플레이어는 아바타가 어떻게 생겼는지, 즉 피부색, 성별, 옷을 임의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플레이어가 서로 상호 작용하고 전투를 벌이는 동안 이러한 상호 작용은 캐릭터가 진화함에 따라 플레이어의 게임 상태에 영향을 미쳤다. 이 참신한 개념은 단일 게임 플레이 세션 또는 독자적인 컴퓨터를 넘어 존재하는 ‘영구적인 가상 세계’라는 아이디어를 게임에 도입했다.

이러한 특정 게임 플레이 세션을 넘어 지속되는 가상 세계에 대한 아이디어는 2003년 린든 랩(Linden Lab)에서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에서 실현됐으며 오늘날 상상하고 있는 메타버스로 가는 길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었다. 

세컨드 라이프에서 플레이어의 목적은 전 세계의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상의 3D 세계에서 사용자가 무엇을 하는가를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 아바타는 사교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며 댄스 클럽에 가거나, 다른 캐릭터와 함께 집을 짓거나, 결혼을 결정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교류할 수 있었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가상 세계에서 사용되는 자체 화폐인 ‘린든(Lindens)’으로 급여를 받는 직업을 가질 수도 있었다. 이를 통해 가상 화폐와 가상 경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가상 세계가 지속적이었다는 점이다. 토지를 소유 할 수 있기 때문에 집이든 빌딩이든 원하는 대로 가상 토지에 지을 수 있으며 건물과 물건을 거래할 수도 있었다.

메타버스와 게임 기술
이처럼 초기에는 단순한 오락이나 놀이를 위해 시작된 컴퓨터 게임이 이제는 사회의 근간을 변화시킬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지닌 가상 세계를 설계하고 구현하기 위한 기반 기술로 활용되는 상황이 됐다. 게임 엔진 전문 업체인 ‘유니티(Unity)’의 기업가치가 30조원으로 평가받는가 하면,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게임 회사 블리자드(Blizzard Entertainment)를 82조원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사상 최대 금액으로 인수한다고 발표한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

오늘날 메타버스의 구현 사례로 알려져 있는 대부분의 플랫폼들은 3차원 게임 엔진을 기반으로 구현된 것들이다. 그리고 메타버스 상의 가상 공간과 캐릭터들의 활동, 가상 경제, 협업 등도 온라인 게임의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운영체제와 데이터베이스, 웹 서버와 브라우저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으로 운영되는 IT 환경이 멀지 않은 미래에 게임 엔진이 구현하는 가상 세계와 융합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 정철환 이사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 이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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