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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O / 인문학|교양

골프인문학 | 전체를 보는 안목 - 힘을 빼는 스윙의 비밀

2016.08.16 김민철  |  CIO KR
오늘도 시작은 내 얘기의 단골손님이자, 영감의 커다란 원천인 우리 집사람에 관한 것이다. 

우리 집사람은 스스로 요리를 잘 못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갈비찜이나 고추잡채밥, 탕수육 등과 같이 좀 난이도가 있는 요리를 할 때는 재료만 준비해놓고 나를 부른다. 그녀는 아이들 목욕시키는 것도 힘들어해서 10년 이상 아이들 목욕은 내가 거의 도맡아서 시킨다. 그녀는 우리집 통장 잔고가 얼마인지도 잘 모르고, 혼자 장을 본 적이 없어 생필품 가격도 모르기 때문에 내가 없으면 장 보는 것도 겁을 낸다. 인터넷 카페 등지에서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듣고 내게 수다를 떨다가 핀잔을 듣는 일도 적지 않다. 

이렇게 묘사하면 참으로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이다. 그녀 스스로도 늘 자신에게 잘 해주는 남편을 만나 행복하게 산다고 말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여성들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하다. 잘 알지도 못 하는 많은 여성들이 우리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집사람을 시기하는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나는 첫 교양서의 머리말에 “앞으로 내가 무엇을 이루든 그 반 이상은 집사람의 몫이다”라고 적었으며,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내가 집사람을 만나 얻은 인생의 커다란 교훈 가운데 하나는 무엇이든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장단점이 공존하기 마련인데, 자신의 모습은 돌아보지 못한 채 다른 사람만이 완벽하기를 바라는 것이 보통의, 하지만 크게 잘못된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음식을 잘 못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해 주기를 바라지 않으며, 설거지나 청소 등은 아무리 내가 도와주려고 해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못 하게 한다. 아이들 목욕과 같은 크고 작은 일들을 내가 도와주면 진심이 넘쳐나는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언제나 남편을 얼마나 존경하고 신뢰하는지 쉽게 느껴지는 언행을 잃지 않으며, 신발장 정리와 같은 사소한 측면만 보더라도 남편을 얼마나 배려하는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녀와 아이들, 그리고 우리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우리 가족의 행복이 가장 덕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나는 그녀의 몫이 더 크다는 사실을 언제나 절감한다. 이제는 그런 일조차 없지만, 과거 사소한 일로 내가 언짢아하면, 그녀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앞으로 조심할게요”라고 말하곤 했는데, 나는 그런 모습에 실로 그녀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을 경험해가면서, 나는 집사람이 내가 가지지 못한 장점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작은 단점이나 실수에 기분이 좀 나빠지려 하면, 그녀가 전반적으로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내가 그녀의 덕을 얼마나 많이 보고 있는지를 떠올리곤 한다. 

사람이든 인생에서 경험하는 일이든 간에, 부분만 보지 않고 전체를 볼 수 있다면 나무에 홀려 숲을 보지 못 하는 실수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실수와 단점에 연연하여 소중한 사람과 다툼으로써 그들을 잃고 후회하며, 코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서 대사를 그르치는가? 전체를 보는 안목을 배운다면 인생에서 이러한 뼈저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교훈을 집사람에게 배웠다. 

이 중요한 교훈이 골프에서도 정말로 중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많은 골퍼들이 정말 즐거워야 할 골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바로 “힘을 빼고 스윙을 하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그것이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오래전 프로선발전에서 만났던 한 동반자조차 “힘을 빼라는 말 다 거짓말이에요. PGA투어 선수들 보세요. 엄청 세게 치잖아요”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그 말이 이해될 리가 없다. 하지만 이는 결국 전체를 보는 안목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이다. 

골프는 거리와 정확성 두 가지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게임이다. 모든 골퍼가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하급자일수록 비거리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들이 처한 상황은 욕심으로 인해 넋이 팔린 증권투자자, 부동산투기꾼, 도박꾼의 그것과 같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매몰되어 남들은 쉽게 보는 다른 보다 중요한 요인들을 간과하는 것이다. 그들은 흡사 불을 향해 날아가는 불나방과 같다. 

과거 박세리 선수의 전성기에 그녀의 코끼리와 같이 우람한 허벅지가 인구에 회자된 적이 있다. 그만큼 모든 골퍼들이 하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스윙에서 하체를 사용하는 골퍼는 많지 않으며, 그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거리를 내야 한다는 한 가지 욕심에 눈이 멀어 어깨와 팔에 잔뜩 힘을 주고 스윙을 하면, 하체와 상체의 균형은 무너지고 하체가 제대로 반응하기도 전에 스윙이 끝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결과는 매우 처참하다. 연습스윙을 할 때는, 그리고 마음속에서는 로리 맥킬로이나 애덤 스캇과 같은 멋진 스윙 루틴과 피니시를 상상했는데, 실제 스윙을 하고 나서는 뒤로 몇 발짝 뛰쳐나가거나 엉덩이가 쑥 빠진 채 무릎을 굽힌 어정쩡한 자세로 스윙을 끝마치곤 한다. 그리고 나서는 “아이, 연습장에서는 프로 못지않은데 왜 라운딩만 나오면 이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한탄을 해 댄다. 왜 그런지 모르니 과오를 교정할 방법이 나올 리 만무하다. 

프로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내가 독학을 고집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더라도 나는 독학을 고집했을 것이다. 레슨을 하는 프로마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그나마도 이해가 가지 않는 말들만 늘어놓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정치가와 기술자, 시인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어 본 후, “저들은 천부적인 재주를 타고났을 뿐,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전혀 못 하고 있다”라는 결론을 내렸던 소크라테스처럼, 나 역시 “대다수의 프로골퍼들은 어릴 때부터의 혹독한 훈련과 소질이 결합된 산물일 뿐, 스윙의 원리와 루틴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라는 자만스러우면서도 비극적인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던 내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한 마디는 골프여제로 군림했던 애니카 소렌스탐의 그것이다. 그녀는 “세부적인 자세보다 전체적인 균형이 훨씬 중요하다”라고 말을 했는데, 간단한 한 마디 외에 부가적인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유수 유명 레슨가들이 한 시간 이상 떠벌인 것보다 수백 배 수천 배 이상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그 말의 진가는 더욱 분명해졌다. 물론 나는 그녀 역시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우연이든 아니면 진정한 이해의 산물이든 그녀의 그 말은 집사람의 교훈과 오버랩되어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바람직한 골프의 스윙은, 개인의 인격 혹은 인생처럼, 다소간의 문제점이 있더라도 커다란 방향과 전체적인 측면에서 다른 사람의 그것보다 우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체의 자연스러운 운동과 균형이 최우선적이고, 그와 조화를 이루는 상체의 리듬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의 조화, 즉 몸 전체의 균형 잡힌 자세가 이상적인 그것에 가까운 스윙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복싱이나 격투기의 경우, 욕심에 눈이 멀어 어깨와 팔에 힘을 잔뜩 주고 휘두르면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가 뒤따른다. 정확성이 떨어지고, 운이 좋아 제대로 가격이 되더라도 체중이 실리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심각한 데미지를 안겨주지 못 한다. 그리고 자신의 체력은 빨리 저하된다. 야구나 탁구 혹은 테니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리와 허리가 동반되지 못한 채 욕심에 잔뜩 힘을 주고 치다 보면, 정확성도 떨어질 뿐 아니라 공에 힘이 실리지도 못 한다. 야구장에서 잘 맞은 것 같은 타구가 가다가 뚝 떨어지면 해설자가 “허리가 빠졌네요”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욕심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시야로 전체를 바라보고, 보다 중요한 것과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을 생각하면서 냉철하게 판단을 하는 것만이 이런 오류를 교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상체보다는 하체와 허리의 운동에 집중하고, 상체의 운동이 그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면 정확도가 배가될 뿐 아니라 체중이 실린 훌륭한 스윙을 통해 이상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세계적인 프로들은 정말 엄청 세게 스윙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리고 모든 골퍼들에게 있는 힘껏 하는 스윙이란 어디까지나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라는 전체 하에서만 의미가 있고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점을 망각한 채, 무엇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판단이나 반성 없이 근시안적인 욕심에만 매몰된 사람에게 근본적인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골프뿐 아니라 야구나 격투기와 같은 모든 운동, 나아가 인간관계와 인생 전체에도 적용되는 교훈이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 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세계 최고의 골프 교습가를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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