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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철의 How-to-Big Data | 빅데이터 괴담

2021.03.29 김진철  |  CIO KR
 


이렇게 G사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로 G사의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한 H는 팀의 리더, 동료와 함께 그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의 승진을 거듭하고 결국 G사에 데이터 과학 본부를 만들어 초대 본부장까지 역임하게 된다.

G사에서 이렇게 성공적인 경력을 쌓던 H는 어느 날, 한국의 유명 기업인 K사에서 데이터 과학 부서를 신설하니 K사에서 데이터 과학 부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리더로서 역할을 해달라는 제안을 K사 빅데이터 본부 P본부장에게 받는다. 

K사는 인터넷 서비스사가 아닌 제조업을 하는 회사라 과연 소프트웨어 마인드로 유연하게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K사 빅데이터 본부장과 인사관리 임원의 적극적인 설득, 그리고 제안된 파격적인 처우에 결국 한국에서 한번 경력을 쌓아 보기로 하고 K사 빅데이터 본부 데이터 과학팀 리더로서 K사의 임원으로 합류하게 된다.

K사에서 데이터 과학에 보이는 놀라운 관심에 H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실 G사에서 데이터 과학을 시작한 것은 본인의 호기심과 잘 따라준 행운, 자신이 잠재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팀 리더와 뛰어난 동료들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G사에서 데이터 분석을 시작할 때에는 데이터 과학이라는 말이 실리콘밸리에서조차 매우 생소했을 때였기 때문에 회사에서 이렇게까지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업무 외 여분 시간에 스컹크워크 프로젝트로 시작한 것이 의외로 큰 성과를 내어 회사의 정식 업무가 되었던 것이라 K사에서 빅데이터 본부에 보내는 전폭적인 지지가 매우 놀랍기도 했고, 왠지 H 본인이 일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K사에 합류했을 때 데이터 과학팀이 이미 조직되어 있었고, 소속된 팀원들 대부분이 이미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하던 구성원 중에서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있는 구성원을 특별히 선발해서 재배치한 사람들이었다. K사가 유명한 대기업이었기에 이들의 역량도 뛰어났지만, 이들의 데이터 과학 역량을 가이드 해주고 지도해줄 시니어 데이터 과학자와, H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줄 능숙한 데이터 과학자들이 필요했기에 미국 G사 시절 쌓았던 인맥을 총동원해 데이터 과학자들을 영입했다. K사의 명성을 알고 있던 H의 전 동료, 지인들도 H의 설득에 팀에 합류해 H의 데이터 과학팀은 급격하게 구성원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와 환대에 데이터 과학팀이 급격하게 성장했고, H는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다. H의 열정과, 새로 영입된 팀원들의 뛰어난 역량, 이들이 H를 믿고 보내는 헌신적인 업무 수행 덕에 데이터 과학팀이 결성된 지 1년 만에 회사의 사업에 크게 도움이 될 만한 중요한 사실들이 기존 데이터에서 발견되기 시작하였다.

H와 팀원들 또한 자신들이 일하던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아닌 제조사에서 이렇게 흥미로운 데이터 분석 결과를 얻은 것에 고무되어, 이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내기 시작했다. H가 영입한 시니어 데이터 과학자들은 H가 영입되기 전에 팀에 합류했던 K사 직원들이 데이터 과학자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들 기존 K사 직원들은 이제 팀의 일원으로서 맡은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내고 있었다. 

H가 K사에 합류한 지 2년 2개월이 된 시점, H는 본인을 영입한 직속 상사인 빅데이터 본부 P본부장을 포함하여 K사의 대표 이사와 경영진에게 그간의 데이터 분석 성과와 이 결과로 얻은 통찰들이 K사 경영에 의미하는 중요한 의미들과 이 때문에 가능한 새로운 신사업 아이디어들에 대한 보고를 진행했다. 

P본부장에게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주요 사실들에 대해서는 꾸준하게 보고하고 공유해와 주요한 사실들에 대해서는 대표 이사와 경영진에게 전달이 되었을 것이지만, 그래도 통상적인 데이터 과학팀 리더들이 그러하듯이 데이터 분석 결과가 사업에 주는 의미에 대해서는 대표 이사와 경영진에게 직접 전달하는 자리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어서 회의 자리를 어렵게 만들었다.

보고회 전 P본부장에게 팀원 모두와 사전 보고를 드린 후 좋은 피드백을 받은 H는 대표 이사와 경영진 대상의 보고회도 좋은 반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다. 실제로 보고회에서 대표 이사와 주요 경영진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고, 사업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을 새로이 알게 된 것에 매우 좋은 인상을 받은 듯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이용해 새롭게 추진 가능한 신사업의 방향과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어놓은 것에 대해 보고회에 참석한 대표 이사와 주요 경영진은 매우 고무된 듯했다.

H는 보고회 때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보아 H와 팀원들의 아이디어가 조만간 새로운 사업으로 실현되어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로 인해 승진을 포함한 더 큰 보상이 주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고, 팀원들도 이런 과실을 같이 나누어 그간의 수고를 보답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렇지만 보고회 이후 별다른 피드백이 대표 이사나 경영진, 심지어는 P본부장에게서도 전달되지 않았다. P본부장과의 주간 회의 때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살피며 보고회 이후의 별도 프로젝트에 대한 피드백이나 후속 조치 사항에 대한 내용을 살피려고 노력하였으나 역시 별다른 피드백이 대표 이사나 경영진에게서 없었던 듯하였다.

H는 아마도 제조사다 보니 다른 더 급한 사안이 있어 우선 보고회 때 제안된 신사업 아이디어들을 실제로 실현하기 위한 후속 프로젝트의 우선순위가 조금 밀린 것 같아, H는 직접 신사업 아이디어들을 일부라도 프로토타이핑해서 타당성이라도 검증해볼 요량으로 후속 프로젝트를 기획해 P본부장에게 보고하였다. P본부장은 후속 프로젝트 기획안에 대해 검토한 후, 실행을 위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대표 이사와 경영진에 보고한 후에 경과를 알려주겠다며 우선 현재 업무를 지속하면서 기다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P본부장에 후속 프로젝트를 보고한 지 6개월이 지나도 프로젝트 진행 여부나 예산 확보에 대한 아무런 경과 공유가 없자, H는 P본부장에게 다시 조심스럽게 후속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여쭈었다. P본부장은 대표 이사께 한 달 전에 보고를 드렸으나 아직 다른 급한 사안들 때문에 후속 프로젝트에 대한 실행 여부는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의견만 전했다.

후속 프로젝트 실행이 언제 될지 알 수 없어 H는 우선 팀원들과 그간의 데이터 분석 성과를 사업 운영 정보 시스템으로 만들어 회사 구성원들이 데이터 분석의 내용을 모니터링 형식으로 쉽게 공유받을 수 있도록 사업 운영 대시보드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데이터 분석 업무와 사업 운영 대시보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신사업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간간히 P본부장에게 여쭈어보았으나 P본부장 또한 속 시원하게 답을 주지 않았다.

이렇게 답답한 마음으로 신사업 프로젝트 추진에 관한 의사 결정을 기다리고 있던 H는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대학 동기인 L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다. L은 H가 데이터 과학팀 리더로 K사에 합류하기 전부터 K사에서 IT 전문가로 일하고 있었는데, 최근 자신의 부서에서 맡게 된 신사업 프로젝트에 대해 도움이 필요하다며 H에게 오랜만에 같이 식사도 할 겸 만나자고 한 것이다. 

H는 L과의 식사 자리에서 L의 부서에서 추진하려는 신사업 프로젝트가 바로 자신과 자신의 팀원들이 데이터 과학을 통해 찾아낸 니치 시장의 빅데이터를 이용하는 같은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겉으로는 태연하게 얘기를 들었으나 속으로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 불쾌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H 본인에게 적절한 피드백이 없이 회사 내부에서 그 아이디어의 사업화가 벌써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H는 자신과 팀원들의 지인들을 통해서 그 뒤 사정을 수소문해서 알아보게 되었다. 수소문을 통해 자신이 제안한 신사업 프로젝트 진행의 실상을 알게 된 H는 자신이 데이터 과학팀에서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자신과 팀원들, 그리고 회사에 도움이 되고 있는 일인지 의구심이 들면서 K사에서의 경력에 대해서 강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먼저 팀원들 중 수석 데이터 과학자인 G가 H에게 전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K사내 대표 이사의 총애를 받고 있는 경영진인 M이 자신의 차기 승진을 위한 프로젝트로 데이터 과학팀을 꾸리고 빅데이터 사업을 만들려고 하였다. 이를 위해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부하 직원인 P 본부장에게 지시하여 데이터 과학팀을 만들도록 했다. M의 승진에 유리하도록 데이터 과학팀의 멤버는 외부 홍보용으로 쓰일 수 있게끔 H와 같이 유명한 실리콘밸리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 회사에서 일하던 인력들로만 영입하도록 극비리에 P 본부장이 헤드헌터들에게 의뢰하였다.

다행히도 이런 조건에 잘 맞는 H가 영입되었고, H와 그 팀원들이 조직한 데이터 과학팀은 M의 실적으로 인정되어 M은 K사의 부사장으로 승진하게 되었다. P 본부장은 H와 그 팀원들이 데이터 과학을 통해 내는 아이디어와 성과들을 M 임원의 성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수석 데이터 과학자인 G의 지인이 H와 그의 팀에 대해서 사내에서 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G에게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소문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H가 처한 상황을 너무나도 이해하기 쉽게 해주는 내용에 H는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사실을 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팀원 중 한 사람이고 H와 G사에서 같이 일하다가 H가 영입한 X는 더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X는 우연하게 P 본부장과 자주 협력하는 사업부인 S사업부의 실무진들과 함께 하는 회의에 S사업부 W팀장의 요청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W팀장이 회의에서 기술 검토를 요청한 신사업 기획안에 H와 그의 팀이 몇 개월 전 대표이사와 P 본부장에게 보고한 빅데이터 기반의 신사업 아이디어의 많은 부분이 담겨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X와 H의 팀은 데이터 과학팀이니 이런 아이디어를 관련이 있는 다른 사업부에서 사업화하는 것까지야 회사 사정에 따라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사전에 데이터 과학팀과의 협업이나 사업화 진행 상황 정도는 서로 공유하면서 성과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아무래도 데이터 과학팀의 성과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다른 부서의 성과를 위해 이용만 되고 있는 것 같다고 X는 답답한 마음을 H에서 토로하였다.

H는 팀 리더로서 X의 얘기를 듣고 착잡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전사 조직 차원에서의 역할 분담이라고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다음 기회를 노려보기로 했다. X에게 기술 실무 검토 협조 요청이 넘어올 정도이니 아마도 곧 신사업에서 H의 데이터 과학팀의 협업이나 역할 분담에 대한 얘기가 P 본부장에게서 나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H의 생각과는 다르게 X의 기술 검토 결과는 W팀장의 신사업에 반영이 되기는 했지만 데이터 과학팀과의 협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S사업부는 W팀장의 신사업 기획, 실행에 따른 회사 매출 창출의 기여를 공로로 S사업부장이 전무로 승진하게 되었고, W팀장 또한 S사업부장의 자리를 이어받아 상무로 승진하게 되었다. H를 더 힘들게 한 것은 그의 팀원이었던 X와 X가 같이 일하고 있던 동료 N이 S사업부의 데이터 엔지니어링팀으로 발령이 나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사적인 관점에서의 역할 분담과 업무 실행의 결과라고 애써 자신을 다독이려고 했지만, 애써 끓어오르는 P 본부장과 회사에 대한 실망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데이터 과학팀의 수석 데이터 과학자 G는 이번 상황에 대해서 적지 않게 실망한 듯, 최근 이직 준비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다른 팀원들도 X와 N의 발령에 대해서 왠지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H는 자신을 믿고 자신의 데이터 과학팀에 합류해준 팀원들에게 좋은 성과에 따른 보상을 적절하게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힘들었다. 이와 함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정말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일인지, 특정 이익 집단의 관계와 관련성에 대해에 맞게 이용만 되고 데이터 과학 팀원들의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아지게 되었다. 

의기소침해진 H는 요즘 업무 의욕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 것을 느끼며 팀원들에게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팀 전체적으로도 많이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 같아 걱정이다. H는 오늘도 자신과 데이터 과학팀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 고민하면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사례 2의 교훈
데이터 과학, 빅데이터 붐 때문에 데이터 과학팀을 조직하고 내부 직원을 데이터 과학팀 리더로 승진시키거나 외부에서 데이터 과학팀 리더를 영입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업의 형편과 상황에 따라 데이터 과학팀이 맡게 되는 업무 영역과 내용은 차이가 꽤 나는 듯하다. 그래도 요즘 많이 주목을 받는 트렌드를 쫓는 부서이다 보니 새로이 데이터 과학 관련 부서가 신설되고 외부에서 데이터 과학자들이 영입되면 전사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는 듯하다.

필자가 경험하거나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것을 돌이켜 보면 데이터 과학팀의 성과가 미미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는 사실 데이터 과학 그 자체의 효용이 없기 때문이기보다는 그 기업의 조직간 관계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데이터 과학팀의 역할에 맞지 않는 부수적인 업무에 매몰되어 데이터 과학 본연의 성과를 창출할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과학팀이 전사적인 데이터 자원을 조망하면서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업에 도움이 되는 사실들을 밝혀 나가고 사업 실행 조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체계가 정비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 데이터 과학팀을 일단 유지하려고 애쓰는 데이터 과학 부서 리더들이 흔히 하기 쉬운 실수 중의 하나로 데이터 과학 본연의 활동에 소홀하면서 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반을 쌓지 못하고 데이터 과학에 필요한 특정 기술이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으로 계속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을 앞서 지적한 바 있다.

기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한 사업부의 데이터 분석 필요에 맞게 작게 시작하는 데이터 과학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이런 정치적인 외풍에 덜 시달리고 자리도 잘 잡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특정 임원의 주도로 전사 데이터를 모아 분석을 하겠다거나, 전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위해 모든 부서의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겠다거나 하는 식으로 규모 있는 일로 시작되어 조직된 데이터 과학 부서의 경우가 상대적으로 이런 정치적인 외풍에 잘 시달리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렇게 시작부터 전사적인 규모의 데이터 분석을 하겠다고 시작한 데이터 과학 부서는 데이터 분석의 목적과 효용이 초기에 분명하게 정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단 데이터부터 모아보고, 이렇게 모은 데이터에서 탐색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효용이 있을 만한 문제를 찾아보겠다는 식이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 전사적인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문제를 찾는 것은 더 어렵다. 일단 데이터 소스가 많아지고 검토할 데이터가 많아지기 때문에 탐색적 데이터 분석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니 데이터의 의미를 이해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데에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게 된다.

무엇보다도, 전사적인 규모의 문제를 풀겠다고 시작한 데이터 과학팀은 조직 내 다른 부서의 부러움도 사지만, 경계와 시기심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전사적인 사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부서의 자료와 데이터의 협조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협조 요청을 모든 부서에서 좋게만 여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미묘한 부서 간 입장 차이와 감정의 골이 데이터 과학 부서의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데이터 과학 부서의 리더, 특히 외부에서 팀장이나 임원으로 영입되어 온 데이터 과학 부서 리더의 경우는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데이터 과학 부서의 연착륙을 설계하는 것을 권장한다.

필자가 현재 데이터 과학자를 꿈꾸는 데이터 과학자 지망생들과 현직에서 데이터 과학자 경력을 키워가고 있는 많은 동료에게 이번 사례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또 하나의 메시지는 이것이다. 본인이 이직하여 합류를 고려하고 있는 데이터 과학 부서의 정치적 상황과 리더의 상황에 대해 이직, 합류 전에 최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만큼 얻어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본인의 경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아마도 경력과 연륜이 꽤 쌓인 시니어 데이터 과학자,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이상의 노련한 전문가들은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서 이런 상황에 대해 할 수 있는 만큼의 최대한의 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터 과학팀 합류 후의 경력 성장의 방향을 이직 전에 설계해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경력을 시작한 데이터 과학자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전문 역량 향상과 당장 떨어진 업무 수행에 바쁘기도 하고, 좋은 경력 상승의 기회만이 먼저 눈에 띄어 이직 후에 겪을 수 있는 이런 업무 외적인 문제들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데이터 과학자의 경우 대표 이사를 포함한 임원을 직접 대하고 보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그리고 다루어야 하는 문제가 전사적인 규모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조직 내에서 데이터 과학팀의 정치적, 이해관계 측면에서의 위치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처신하는 정치적, 사회적 대인 관계 기술 역량은 데이터 과학자에게 필수적이다. 

특히, 데이터 과학팀의 리더로서 합류하게 되는 시니어, 수석 데이터 과학자들의 경우 자신이 이끌 데이터 과학 부서의 조직 내 정치적인 위치와 다른 부서와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데이터 과학 부서가 조직 내에 안전하게 연착륙할 수 있도록 초반에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것이 앞으로의 성과 창출과 부서의 성장을 위해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두길 권한다.

앞서 CPS와 디지털 전환과의 관계를 살펴본 마흔여덟 번째 글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데이터 과학과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디지털 전환이 기업 조직 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의지와 주도가 절대적이다. 

버버리와 GE의 사례에서 본 것과 같이, CEO가 데이터 과학과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중요성을 먼저 인지하고 이들을 조직의 DNA로 이식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갈 때 디지털 전환 노력이 결실을 맺었음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자. 이와 함께, 버버리와 GE의 경우 모두 이런 노력이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과 재무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음도 다시 한번 떠올려보자.

이런 버버리와 GE의 디지털 전환 사례를 비추어 보고, 데이터 과학과 빅데이터도 이런 전사적인 역량에 속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 과학자들이 이직할 때 자신이 일하게 될 부서가 이런 전사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팀인지, 아니면, 조직 내 특정한 부서나 개인의 의지로 만들어진 팀인지 사전에 알아보고 판단해 보는 것도 성공적인 경력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위 두 번째 사례는 가상의 사례로 만들어진 내용이지만, 실제로도 이와 꽤 비슷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들었다. 최근 주요 기업의 빅데이터, 데이터 과학 관련 활동을 보면 기업 조직 내 임원이나 구성원이 승진과 성과를 위한 일로써 빅데이터 사업과 데이터 과학팀을 조직하는 경우가 꽤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전사적 자원을 움직인다고 하는 빅데이터 사업과 데이터 과학팀을 조직하는 부서나 개인이 CEO의 전사적인 전략 하에 움직이는 부서나 개인인지, CEO와 주요 경영진과의 관계가 견실하고 신임을 얻고 있는 부서나 개인인지, CEO와 기업이 빅데이터, 데이터 과학을 장기적인 전략의 주요 요소로서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지, CEO와 주요 경영진이 데이터 과학, 소프트웨어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인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사전 검증하면 데이터 과학자들이 위의 사례 2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과학, 빅데이터의 성공 사례가 기존에 견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던 대기업과 중견 기업보다는,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과 IT기업을 중심으로 많이 나타나는 이유가 위와 같은 조직 내 역학 관계의 문제와 관련이 많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정치가 없는 곳은 없고, 스타트업은 스타트업 나름의 복잡한 정치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잘 자리 잡은 비즈니스 모델과 조직을 가진 중견 기업과 대기업에 비해서 스타트업은 조직 내부가 상대적으로 훨씬 유연하고 변화에 적응하기 쉽다.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스마트폰, 웹 브라우저 등 사용자와 원격으로 직접 연결되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하는 데이터 수집 채널을 가질 수 있고, 서비스 플랫폼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해 사용자들의 행동과 선호를 분석하고 이를 서비스 플랫폼의 비즈니스 로직과 플랫폼 자체의 개선에 반영하면 즉각적이고 확장성 있게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어 빅데이터와 데이터 과학의 효용을 매우 빨리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 서비스 사업의 특성상 IT 기술이 중요하게 쓰일 수밖에 없어 CEO가 컴퓨터 과학, 수학, 물리학과 같이 데이터를 깊게 다루는 분야의 석,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거나 이에 대한 깊은 소양을 갖추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빅데이터와 데이터 과학의 성공 사례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서 일반 소매업, 제조업과 전통적인 서비스업을 주 업으로 하는 대기업과 중견 기업들은 그 조직이 이미 현재 시장에서 잘 자리 잡은 사업에 맞게 짜여 바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이나 인터넷 서비스를 업으로 하는 IT 기업에 비해 조직의 경직성이 높다. 

또한 이들 분야는 데이터 과학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없이도 이미 큰 성장을 이룬 경험이 있어 CEO나 창업주가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지 않으면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바빠 데이터 과학과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깊은 소양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이와 함께 이미 매출을 잘 내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기업이 잘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생존의 위기를 걱정하고 이를 위해 전력투구해야 하는 스타트업에 비해 데이터 과학과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절실함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디지털 전환이 부각되면서 앞으로 이런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어 가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 해오던 관성이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버버리와 GE와 같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는데 10년에서 20년에 걸친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음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경직된 조직 내에 데이터 과학팀과 같이 전사 부서와 관계를 맺고, 석, 박사 수준의 전문 역량과 기술을 갖추고 일하는 전문가 조직이 새로이 만들어졌을 때, 기존 조직과 데이터 과학팀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마찰과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이미 조직된 기존 부서들과 구성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데이터 과학팀이 그 역량을 온전하게 발휘할 수 없도록 옥죄는 쇠사슬과 같을 수 있다.

CEO와 경영진이 새롭게 합류한 데이터 과학팀을 위한 지원과 조치를 눈에 띄게 하여 기존 조직의 사기를 떨어뜨리거나 반발을 사는 것도 좋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나서서 해결해주기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 데이터 과학팀이 기존 조직에 자리 잡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이다.

데이터 과학자로서 경력을 추구하는 독자들은 위와 같은 이유로 전통적인 사업 영역에서 이미 잘 알려진 기업이 데이터 과학팀을 조직하기 위해 데이터 과학자를 채용하고 이런 자리에 대한 입사 권유를 받았을 때 앞서 소개한 사례와 같은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음을 미리 염두에 두고 경력 설계를 할 것을 권한다. 

대기업과 중견 기업에서 전사적인 규모의 데이터 과학 프로젝트를 하게 되는 경우 내부 조직에서 많은 저항을 받을 수 있고, 기업 내부 구성원들 사이의 이해관계에 따라 데이터 과학팀의 성과가 빛을 보기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사전에 잘 인지하고 경력설계를 하길 바란다.

위와 같은 이유로, 데이터 과학팀과 데이터 과학자가 하게 될 직무 내용을 잘 분석해 보길 권한다. 데이터 과학팀이 조직도에 없거나 데이터 과학을 적용한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 기업이 데이터 과학자를 찾는 경우, 데이터 과학자가 수행할 데이터 과학 프로젝트의 목적과 해결하려는 문제가 전사적인 스케일로 이루어지는 큰 프로젝트인 경우보다는 특정한 사업부의 사업 현안과 관련된 문제를 위한 프로젝트인 경우가 성공 가능성이 높고 좋은 경력으로 만들기도 유리하다는 점을 고려하도록 하자.

데이터 과학 프로젝트의 자세한 정보는 기업의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사전에 잘 노출하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면접 때에 데이터 과학자와 데이터 과학팀이 수행할 프로젝트의 목적과 문제에 대해서 물어보고 조금의 정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이런 판단을 내리기 쉬울 수 있고, 면접관들에게도 좀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디지털 전환과 빅데이터 사업을 새롭게 일으켜 보기 위해 데이터 과학팀을 조직하여 꾸려보고자 하는 CEO, CIO와 경영 임원의 경우도 애써 조직한 데이터 과학팀이 위와 같은 조직 내부의 역학 관계의 희생양이 되어 그 역할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없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 과학자 수준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은 없더라도, 데이터 과학팀이 맞닥뜨릴 수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그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수만 있어도 데이터 과학의 효용을 경험하고 데이터 과학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사례 2의 교훈은 다음과 같이 정리하려고 한다.

교훈 1. 전사적인 규모의 데이터 과학 프로젝트는 조직 사이의 이해관계와 다뤄야 하는 방대한 데이터 때문에 실패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 과학으로 해결하려는 문제가 잘 정의되어 있고 사업의 필요와 잘 맞는지, 데이터 과학팀의 조직 목적이 CEO 및 주요 경영 임원의 전사 전략과 잘 맞닿아 있는지 데이터 과학자들이 새로운 데이터 과학팀에 합류하기 전에 잘 살필 필요가 있다.

교훈 2. 데이터 과학팀의 리더로 이직을 하게 될 시니어 데이터 과학자들은 팀 조직 초반에 자신이 이끌 데이터 과학팀이 조직에 잘 연착륙할 수 있도록 협력이 예상되는 주요 조직, 부서와의 협력 관계를 잘 구축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이직 전에, 또는 이직 후라도, 팀 조직 초반에는 데이터 과학팀 조직 배경에 대해서 잘 조사하고 데이터 과학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조직 관리 측면의 위험을 잘 분석하기를 권한다.

교훈 3. 빅데이터와 데이터 과학을 통해 기업의 체질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고자 데이터 과학팀을 조직하고자 하는 CEO, CIO, 경영 임원들께서는 데이터 과학팀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조직 내 역학 관계 때문에 데이터 과학팀의 역량이 온전하게 발휘될 수 없음을 인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런 조직 내 역학 관계에서 잘 살아남으면서 일할 수 있는 것도 데이터 과학팀의 역량이라고 여기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데이터 과학팀의 역량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을 수 있고, CEO, CIO 및 경영 임원의 전사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데이터 과학 프로젝트라면 그에 맞는 업무 조율과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이 합당하다.


* 김진철 박사는 1997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물리학 학사, 1999년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인공신경망에 대한 연구로 석사 학위를, 2005년 레이저-플라즈마 가속기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LHC 데이터 그리드 구축, 개발에 참여, LHC 빅데이터 인프라를 위한 미들웨어 및 데이터 분석 기술을 연구하였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포항공과대학교, 삼성SDS를 거쳐 2013년부터 SK텔레콤에서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기업 활용 방안에 대해 최근 다수의 초청 강연 및 컨설팅을 수행하였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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