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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IT가 쏘아 올린 부메랑···

2014.01.02 정철환  |  CIO KR
IDC 자료에 따르면, 2013년은 국내 IT 시장이 -3.5% 마이너스 성장한 해였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의 성장률도 작년과 비슷한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 예상하였다. 1990년대 이후 급속히 성장하던 IT 분야가 2007년 이후 성장세가 꺾였다가 스마트폰 돌풍으로 2010년 이후 다시 크게 성장하였으나 이젠 주춤거리고 있는 것이다. IT 시장 자체도 성장세가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필자는 IT가 과연 산업의 성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리고 그 결과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월드와이드 웹의 등장과 닷컴 기업의 폭발적인 성장, 그리고 디지털, 네트워크 기술이 급속한 발전을 하던 당시 많은 사람들이 신경제를 이야기하였다. 기존의 굴뚝산업은 퇴조하고 네트워크 기반의 신경제가 향후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며 이는 20세기 초반 철도산업의 발전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이야기하던 시절이었다. 20세기 초반의 철도산업은 철강, 통신, 물류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으며 광활한 지역에 수 많은 도시들을 탄생시켰고 새로운 산업과 직업을 창조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경제의 대규모 성장이 가능했으며 록펠러, 카네기, 시어즈와 같은 거대 부호가 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경제체제는 21세기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20세기 중반의 자동차 발전과 확산은 다시 수 많은 고속도로의 건설과 자동차 관련 기계, 전자 산업 및 정유산업, 주유소, 정비소, 숙박업 등의 신규 시장과 일자리는 만들었다.

1990년대 닷컴 붐이 일 때만 해도 IT는 이러한 철도와 자동차에 이어 향후 경제성장을 견인할 새로운 기술분야로 이야기 되었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등장하고 네트워크 기반의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들이 창업으로 연결되었으며 네트워크 장비, 서버 및 스토리지 등 기존 IT 하드웨어 산업도 덩달아 성장하였다. 많은 젊은 엔지니어들이 IT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IT열풍이 시작된 지 아직 채 20년이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오늘의 상황을 보면 과연 IT가 철도와 자동차산업에 비교할 수 있는 경제적인 성장을 가져왔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최근 모바일의 폭발적인 성장과 바로 이어진 성장 정체를 보면서 디지털, 네트워크 그리고 스마트폰이 가져다 준 성장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디지털의 장점이 무엇인가? 원본과 동일한 복제가 무한히 가능하며 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또한 네트워크를 통해 빛의 속도로 전달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의 주요 대상에는 음악, 영상, 소프트웨어 및 책 등 거의 모든 지적 창조물이 포함된다. 제조가 필요 없으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경 없이 넘나드는 것이 IT 기반의 신경제를 이루는 근간인 디지털의 속성이다. 효율과 글로벌 경쟁력이 궁극의 가치인 셈이다.

사진이 디지털화 되면서 필름이 사라졌다. 코닥이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에 뒤처져 파산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수 많은 동네 현상소와 카메라 판매수리점도 같이 사라졌다. 음악이 디지털화 되면서 (사실 디지털화는 CD의 등장으로 1980년대 초에 이루어졌지만...) 음반회사들이 대부분 없어졌다. 덩달아 유통대리점, 동네의 음반가게들이 사라졌다. 영화가 디지털화 되면서 동네 비디오 대여점이 사라졌다. 아울러 비디오 유통업도 당연히 사라졌다. 만화가 디지털화되면서 동네 만화가게가 사라졌다. 동네 책방도 사라졌지만 이건 원인이 디지털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아직 국내 전자책 시장은 매우 작기 때문에...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나? 하시는 분들이 있겠다. 하지만 이런 구시대적인 영세 서민 업종만 IT의 새로운 물결에 적응 못 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폭발적인 성장으로 디지털의 총아였던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션,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 휴대용 게임기, 휴대용 PMP, 캠코더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 덩달아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졌을 것이다. 스마트폰과 네트워크가 결합한 소셜분야는 (사실 소셜은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결합하여 탄생한 것이지만 진정한 성장은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다) 기존 웹 기반의 서비스를 사라지게 할 태세다. 그리고 일부 극소수의 승자만이 전체 소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폰 역시 많은 경쟁업체들이 도태되고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고 있지 않은가?

과거의 철도와 자동차가 가져온 산업 파급효과와 신규 산업의 등장, 경제규모의 확대가 IT가 주도하는 신경제체제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 것은 아닐까? 소프트웨어 역시 초기 개발 시에 많은 비용이 들어갈 지 모르지만 복제와 유통에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시장 점유율 1위가 아니면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 그래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인수합병이 되어 이젠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 몇 개로 축소, 정리되었다. 제조 기술발전에 따라 하드웨어 제조업체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나날이 용량/성능 대비 가격이 하락하니 1등 업체가 아니면 역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IT의 기술발전에 따른 효율과 경쟁력이 IT 시장의 축소와 함께 연계 산업의 축소를 가져오고 다시 그 여파가 IT에 종사하고 있는 관련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의 화두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궁극적으로 IT 산업 규모를 축소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최소한 IT 관련 일자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가상화는 어떤가? 서버 시장의 축소와는 관련이 없을까? 이 모든 것들이 IT가 발전하면서 추구한 보다 더 나은 효율과 경쟁력의 결과며 IT를 활용하는 기업의 비용 절감 및 효율화에 공헌한 성과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양극화가 화두다. 그런데 사실 양극화라는 말은 IT 분야에서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소위 양극화에서 두 극의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양극화라기보다는 소수 집중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소수 집중은 승자 독식을 의미한다.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승자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특히 효율과 경쟁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IT 분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승자독식의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하드웨어, ERP/OA 소프트웨어 분야는 물론 소셜, 모바일 분야에서도 소수 집중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IT가 발전함에 따라 여러 분야의 몰락이 진행되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어느 누구도 이러한 변화를 막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IT 산업의 발전이 오히려 성장 침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것은 아닐까?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기술은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정철환 팀장은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동부제철 IT기획팀장이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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