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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구글 인박스 개발자가 '구글 디자인'에 도전하는 사연

2020.07.27 JR Raphael  |  Computerworld
오랫동안 필자의 횡설수설을 들어온 독자라면 인박스(Inbox)에 대한 필자의 견해가 어떤지 알 것이다. 인박스는 사용자의 이메일 경험을 새롭게 보여주려는 구글의 실험이었는데 오래가지는 못했다.

-> 글로벌 칼럼 | 구글의 인박스 서비스 종료, 열성 사용자 내치는 또 한 번의 실책

지메일(Gmail)의 기반 위에 구축된 인박스는 메시지 관리 방식이 크게 달랐다. 2014년 출시 당시 인박스는 “오랜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되었으며 진정 중요한 것에 집중하도록 설계된 완전히 다른 종류의 받은편지함”이라고 소개됐다. 구글은 인박스가 “향후 10년간 생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며 인박스 앱은 지메일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이메일 그 자체의 미래라고 홍보했다.

그런데, 그 후에 구글은 구글다운 짓을 하고 말았다. 한동안 인박스라는 개념을 밀어주면서 추가 기능 넣고 다듬기를 하다가 흥미를 잃고 방치해 버렸다. 결국에는 생긴지 약 4년만에 없애버렸다. 

인박스 자체는 사라졌어도 그 정신은 살아있다. 인박스를 만든 사람 중 한 명이 계속하고 있는 작업 덕분이다. 구글에서 일하다가 퇴사한 마이클 레게트는 인박스를 누구나 사용 가능하고 효과적이며 살아있도록 만든 미니멀리즘 원칙을 지키는 일을 자처해 왔다.

레게트는 얼마 전 심플리파이(Simplify)라는 새로운 사업의 출범을 알렸다.  레게트의 표현에 따르면 심플리파이의 목적은 최적화되어 있지 않은 웹서비스의 디자인을 개선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본인의 코딩 및 디자인 기술과 기존의 평범한 웹 익스텐션을 활용하게 된다. 

어디서 들어본 소리 같다면 제대로 본 것이다. 지난 봄 레게트는 심플리파이 지메일(Simplify Gmail)이라는 브라우저 익스텐션을 만들었다(크롬과 파이어폭스는 물론 엣지에도 사용 가능하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없으면 안될 정도로 잘 사용하고 있다. 단순해 보이는 이 소프트웨어가 필자의 지메일 사용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메일을 완전히 다른 프로그램으로 변모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페이스나 스타일이 인박스를 직접 닮지는 않았지만 생산성을 중시하는 이메일 사용자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인박스의 콘셉트가 확실히 연상된다.


심플리파이 익스텐션을 이용하는 필자의 지메일 받은편지함. 구글 인박스 시절과 거의 같다.

그 확장 프로그램은 당초 레게트의 취미로 인한 산출물이다. 2015년 구글 퇴사 이래 직접 쓰기 위해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개발해 오던 것에서 시작됐다. 이제 그는 똑같은 아이디어에 집중하면서 좀더 거창한 것으로 만들어 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필자에게 “나의 목표는 단순히 받은편지함을 더 멋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회사와 회사의 목표, 그리고 사용자와 우리들의 목표 사이에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기술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우리를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 말의 현실적인 의미는 뭘까? 먼저, 레게트가 개발한 심플리파이 지메일 확장 프로그램은 곧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있다. (크롬 웹 스토어에 따르면 현재 약 7만 명의 활발한 사용자를 끌어 모았고 보기 드문 평균 별 다섯 개의 평점을 보유하고 있다.) 

추가될 수많은 새 기능과 내부 개선 기능은 모두 일반 지메일 웹사이트 내부에 존재하게 되며, 걱정스러운 접근이 허용되거나 민감한 정보가 공유되는 일은 없다. (레게트는 완벽한 개인정보보호 유지에 단호한 입장이며 그가 만든 소프트웨어는 사용자 정보를 주고받거나 광고, 분석, 쿠키 또는 다른 추적 기능이 들어갈 일이 절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심플리파일 지메일 확장 프로그램은 앞으로 나올 구독 서비스의 작은 일부분으로도 변환될 예정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른’ 구글 앱과 웹 속성에도 똑같은 디자인 원칙이 도입된다. 레게트는 이러한 방식을 통해 그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의 확장 및 유지를 계속하고 그만의 독특한 비전을 더 많은 곳에 실현시킬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나는 보기에 어지러운 것을 싫어하고 제품이 내가 원하는 기능을 하지 않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주 좋아한다. 불평을 하고 ‘이래야 돼’라면서 재단을 하는 대신 ‘자, 여기에 도전과제가 있다. 보다 나은 절충안은 무엇인가?’라고 자문하면서 직접 파고드는 편이 좋다”라고 말했다.

레게트는 구체적인 가격을 아직 조율 중인데 매년 납부 방식으로 한달에 1~2 달러라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사용자들 중 5~10%만 유료로 전환해도 프로젝트가 실행 가능해지는 수치다.) 

그는 웹 전반에 심플리파이 브랜드를 입힌 개선점을 내놓을 예정이며, 크롬 자체는 물론 구글 문서를 위한 프로젝트를 이미 준비중이다. 그 전부를 계속해서 직접 지원하고 유지 관리해나갈 예정이다. 구글같은 회사가 자체 서비스의 근본 구조를 두고 자주 장난치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터다.

그는 “계속해서 작업을 해야 한다. 내가 아무리 잘 구축해도 내 밑에서 뭔가가 계속해서 바뀐다. 나는 실제로 그러한 변화를 실제로 감지하여 적응을 시도하기 위한 매우 정교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요즘 관심을 많이 끌고 있는 독립형 이메일 서비스와는 대비되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일례로 엄청나게 광고되고 있는 한달에 30달러짜리 수퍼휴먼 지메일(Superhuman Gmail) 앱은 완전히 별개의 지메일 사용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또한, 최근에 출시된 1년에 99달러짜리 헤이(Hey)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는 현재 쓰고 있는 받은편지함과 과거 기록을 몽땅 놔두고 완전히 새로운 이메일 환경으로 이주해야 한다.

레게트에게 있어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것과 매우 많은 사용자가 이미 사용 중인 것을 토대로 구축하기로 한 결정은 불가피했다. 

그는 “이메일은] 그렇게 비싸서는 안된다. 사방에 작은 빨간 점과 아이콘같은 것이 없고 보기에 더 좋은 지메일을 쓰기 위해 특정 기업에 그 정도 수준의 접근권을 맡길 필요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지메일 내에서의 작업은 레게트에게 익숙한 분야이기는 하다. 그는 지메일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구글 사용자 경험 디자인 책임자로서 내부로부터 지메일 디자인 개선 작업을 다년간 하다가 인박스에 관심을 돌렸고 결국은 다른 대상으로 옮겨 갔다. 

그런데, 앱을 ‘외부’로부터 개선하는 경험은 사뭇 다르다. 그는 이것을 대기업의 느린 움직임과 비교해 장점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여러 세력이 경쟁하고 우선순위가 중복되어 있기 때문에 비전이 최초로 선보일 때쯤이면 크게 희석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는 “(심플리파이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한 디자인을 내놓지 않는다. 나에게는 매우 강한 비전과 매우 강한 심미안이 있다. 한 목소리에서 나오기 때문에 더욱 일관성이 있다”라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해서 레게트는 인박스 자체가 원래 실제로 우리가 본 것보다 훨씬 더 야심적인 서비스로 구상되었다고 밝혔다. 필자가 제작한 ‘구글 인박스의 내막’이라는 특별 안드로이드 인텔리전스 플래티넘(Android Intelligence Platinum) 팟캐스트 에피소드에서 한 시간짜리 대화 전체를 들을 수 있다. 

이 팟캐스트에서 인박스의 진행과정과 종말,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지금 레게트가 이 자리에 오게 했는지에 대한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나온다. 요컨대, 인박스의 최초 모습에는 아코디언같이 생긴 탐색 부분이 있어서 수많은 구글 앱과 심지어 일부 서드파티 서비스의 중요한 부분을 받은편지함 안에서 바로 접속할 수 있었다. 레게트와 그와 함께 인박스를 만든 사람을 이를 ‘개인 정보 관리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사용자가 다른 제품을 활용하기 위해서 꼭 그 제품을 인식할 필요는 없고’ 단순히 필요한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그 모든 제품 사이를 왔다 갔다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개념은 최소한 표면적인 수준에서는 지금 매우 시의적절해 보인다. 구글이 지메일에 통합되는 자체 통신 서비스를 늘리는 중이기 때문이다.

레게트는 “우리는 좀 미친 일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절대 확장되지 않을 것이라며 비웃었다. 우리의 반응은 ‘우리는 어차피 현재의 규칙에 따르지 않고 있다. 규칙은 몇 년 안에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식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실제로 6년이라는 개발 기간을 거쳤던 인박스는 결국 범위가 좁아져 오직 이메일에만 주력하게 되었다. 바로 그 때 레게트는 불길한 조짐을 느꼈다.
그는 “마치 형장으로 가는 사형수 같았다. 결국 우리는 성공할 유일한 길은 놀 수 있는 운동장 같은 것을 갖춘 후 좀더 안전한 환경에서 어떤 것은 효과가 있고 어떤 것은 없는지 알아내는 것이며, 그 다음에 지메일에 그것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레게트는 그 후 곧 팀을 떠났다. 그와 함께 인박스를 만든 사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팀을 떠났다. 레게트가 볼 때 인박스는 여전히 ‘뭔가 될 수도 있었던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이제 그는 그 과정에서 잃었던 것을 벌충하려는 의지가 굳건하다. 그 때 당시에는 구글의 벽 안에서 사람들에게 완전하게 도달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비전을 사람들에게 완전하게 도달하게 하려는 의지 역시 굳건하다.

그는 “나는 여전히 그 비전에 대한 믿음이 있다. 다른 대기업에 가서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는 그것을 창고에서 썩히고 먼지가 쌓이게 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레게트는 심플리파이를 절대 매각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든 간에 언제나 개인적으로 관여할 작정이라고 한다. 당분간 다음 목표는 심플리파이 지메일의 새로운 버전(‘v2’)을 노동절(9월 첫 월요일)까지 출시한 후 서서히 새로운 구독 체계로 전환하고 다른 서비스를 대상으로 한 개선사항을 내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가 최종적으로 포함될 지에 대해서 레게트는 한 가지 원칙을 따를 예정이다. 그가 디자인 일을 하는 내내 큰 도움이 된 원칙이다. 

“나는 내가 제법 개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하고 싶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인터넷에 꼭 필요해 보이는 원칙인 것으로 보인다. 

* JR Raphael은 컴퓨터월드 객원 편집자다. 기술의 인간적 측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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