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리더십 관련 강의를 할 때, 첫 슬라이드로 시작하는 그림입니다.
다음 중 가장 면적이 큰 도형은 어느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다양합니다.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답을 찾는 사람, 도형의 모양으로 크기를 정의하는 사람, 색으로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 단순한 질문에 다양한 답이 나옵니다. 제 답은 가운데 네 개의 도형을 둘러싸고 있는 흰 사각형입니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에 따라 답에 대하여 다르게 설명을 하는데, IT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가운데 있는 사각형들은 현업이고 사용자입니다. 우리 IT하는 사람들은 이들의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고 있는 큰 사각형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눈에 띄는 붉은 색도 아니고, 별처럼 두드러지는 형상도 아니지만, 이들이 들어날 수 있도록 하는, 회사에서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조용한 조연의 역할을 하는 여러분 모두 소중한 존재입니다.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
한때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참 괜찮은 비유라고 스스로 생각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교과서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 같아 별 감동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이런 의문이 떠오릅니다.
과연 IT인력들이 티 나지 않는 현업 지원 업무에 만족하며 회사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까? IT의 기여도만큼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는가?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우리는 왜 저 동그라미나 별 모양이 될 수 없을까?
IT리더의 새로운 역할이 이 의문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IT인력의 자긍심을 높이고 가치를 인정받는 것과 IT로 하여금 소속기업의 가치창출에 기여하는 것이 바로 그 것입니다.
첫 번째, 직원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먼저 기업 내에서 IT 위상을 높이는 것입니다. IT는 딱히 인지할 필요 없는 공기와 같아서, 그 존재 가치는 서비스에 이상이 발생하고 나서야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상시적인 IT에 대한 인식 전환과 홍보가 IT리더의 새로운 업무 중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회사에 공헌하는 지원 업무에 대하여 IT인력이 스스로 자존감을 갖도록 하는 일이 IT리더의 또 다른 역할일 것 같습니다.
둘째로, IT에 의한 가치 창출은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원하는 역할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로의 진화는 IT리더의 비즈니스 마인드 전환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잘 만든 시스템이 아니라 잘 쓰는 시스템, IT비용을 절감하는 운영효율화에서 회사의 매출과 이익에 직접 기여하는 IT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계속될 때, IT도 배경의 큰 사각형이 아니라 앞에서 빛나는 별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IT리더의 할 일은 점점 많아지고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도전할 만한 새로운 영역 아닐까요?
*박승남 상무는 현재 세아그룹의 IT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이전에는 대교 CIO를 역임했으며,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로 재직하기 전에는 한국IBM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