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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에 '사재기' 광풍··· 기술이 공급망 구원투수 될까

2020.04.02 Sharon Goldman  |  CIO
코로나바이러스의 시대에서 기술은 기업의 위기 대응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처럼 만의 호적수를 만나기도 했다. 이는 화장지 사재기 현상으로만 끝날 문제는 아니다. 

생필품 수요가 갑작스럽게 급증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다. 화장지가 입고되기 무섭게 동나고 있다. 지속적인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루머와 여기서 비롯된 사재기 열풍이 속속 보도되면서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패닉 바잉(Panic buying)’이 더 심각해지는 형국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화장지 사재기 현상이 코로나19로 인해 소매업체가 직면한 기본적인 공급망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한 가지 사례라고 말한다. 시장조사기관 디지털 커머스 360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소매업체의 위기는 주로 공급망 문제와 관련이 있다. 
 
ⓒGetty Images

페라리 컨설팅 앤 리서치의 상무 이사 밥 페라리는 “대부분의 소매업체 공급망이 대비할 수 없었던 뜻밖의 '블랙스완(Black Swan)'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일부 제품의 경우 적게는 3개월, 많게는 12개월간의 공급 물량이 불과 며칠 사이에 증발해버렸다”라고 말했다. 

각종 제품이나 식료품을 한꺼번에 사서 저장(Pantry Loading)해두고 나면 한동안 그 제품들을 구매할 일이 없다. 그러나 AI 기반 애널리틱스를 제공하는 프랙탈의 파트너이자 전략 애널리틱스 책임자인 레이너 클라인은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조치가 장기화된다면 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는 물론이고 실제 가정 내 소비가 늘어나 사람들이 계속해서 쇼핑에 나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그는 "아이들이 집에 있고 모든 가족들이 하루 세끼를 집에서 먹다 보니 소비가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공급 측면으로 보자면 채찍 효과(bullwhip effect)도 나타난다고 페라리는 설명했다. 즉 소비자 수요의 급격한 변화는 공급망, 소매업체, 대리점, 도매업체, 제조업체가 더 많은 상품을 주문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공급 부족과 수송상의 비효율을 야기하고 있다.

고객서비스 최적화 업체 싱크로니 AI의 CMO 케빈 스터네커트는 “소매업체들이 복합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다. 여기저기서 수요가 폭증해 이를 감당하기가 매우 버거운 실정이다"라며, "오늘날 수요 및 공급 예측 시스템은 대부분 소비자 행동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수요가 어떠할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트리거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공급을 감안해 최적의 결과를 충족시키는 방법을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공급망 전문 컨설팅 회사 코그니전트의 AVP 시바 벤카타라마니는 기존에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시즌이 언제나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로 모델링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존 시나리오가 완전히 붕괴됐다”라면서, “하지만 이는 미래에 참고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를 생성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형 소매업체는 최신 기술로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투자해왔다. 최신 기술에는 클라우드 기반 다중 채널 플랫폼, AI 기반 애널리틱스, 사물인터넷 센서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예측 오류가 줄어들고, 기계 작동과 관련한 실시간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며, 공급망 전반에 걸쳐 자산을 추적하고, 주문 정확도를 향상시키게 됐다. 

2012년부터 2014년 동안 재고 관리, 수요 계획, 공급업체 관리 및 소싱, 판매 및 유통 부문에서 최신 기술 도입이 보편화됐다. 이는 거시적인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대응이었다. 이를테면 기술 활용이 능숙하며, 신속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제 당일배송,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매장서 수령하는 서비스(BOIPS, buy online, pick up in store) 등은 소매업체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요건이 되었다.  

벤카타라마니는 “대형 소매업체는 기술적으로 준비가 잘 돼 있다. 월마트, 타겟, 디지털 태생의 아마존이 특히 그렇다. 이들은 운영 효율성 관점에서 준비를 제대로 했다”라고 진단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꾸준히 추진해온 소매업체가 현재 명백히 유리한 입장이라는 데 스터네커트도 동의했다. 그러나 디지털 성숙도로 따지면 대다수 소매업체가 아직 중간 정도의 수준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어서 스터네커트는 “중간 이상의 디지털 성숙도를 갖춘 소매업체는 경쟁 우위를 점한다.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업데이트를 통해 모든 시점에서 재고 현황과 수요 및 공급을 파악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AI 기반 시스템은 갑작스러운 수요 급증 사태를 포착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사태가 끝나고 상황이 정상화됐을 때 초과 공급의 염려가 없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컨설팅 회사 나비오 그룹의 상무 이사 카를로스 캐스텔런은 픽업 서비스나 매장 배송 등 유연한 주문 옵션을 지원할 정도의 디지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 역시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밝혔다.

“재고가 있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의 매장에서 주문이 들어와도 배송할 수 있다. 공급망이 확대된다면 재고가 쌓일 일이 없어지고, 굳이 할인할 필요 없이 정가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마진에 타격이 없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는 최신 공급망 관리와 이를 지원하는 기술이 주로 적시(just-in-time) 및 린(lean) 생산방식에만 치중해왔다는 점이다. 이는 완성품을 판매 시점에 맞춰 생산하고 배송하는 것을 의미한다. 클라인은 “가장 효율적이었고, 가장 재고가 적었고, 가장 협력사 통합 수준이 높았던 회사가 현재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신 멀티티어 재고 관리 시스템은 공급망 전체에 걸쳐 높은 가시성을 제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업체 간 연결이 끊겨 있어 생산에서 소비까지 엔드 투 엔드(End to End) 가시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1차 제품 공급업체에 대해서는 가시성이 양호하지만 2차 및 3차 업체, 즉 부속품을 공급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가시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 유명한 손 세정제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손 세정제는 내용물, 유리병 또는 디스펜서인 패키지, 밀폐를 위한 알루미늄 캡 등으로 구성된다. 페라리에 따르면 해당 회사는 이례적인 수요에 대응해 물량을 늘리고자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가동됐다. 그런데 알루미늄 캡이 바닥나는 바람에 생산이 중단됐다. 그는 “알루미늄 캡을 에어로졸 타입으로 변경했지만, 공급업체를 황급히 물색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대형 소매업체와 달리 대부분의 영세업체는 최신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기술에 투자할 자금이 없다. 페라리는 “P&G, 네슬레 같은 대형 소비재 브랜드는 투자할 여력이 있다. 장비 제조업체와 같은 고마진 업종도 투자할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이 있다. 하지만 소형 소매업체는 재고가 떨어지면 공급망 문제를 공급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수요가 높은 제품을 판매 중인 소매업체라면 자사의 모델이 매우 부정확할 수 있고, 예외 검출 솔루션이 필요한 신호를 포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클라인은 “앞으로 기술의 혜택을 받는 소매업체가 늘어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는 가격 민감도 분석(PSM) 모델이 별로 효과가 없다. 정교한 AI 기반 시스템이 아니라면 수작업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스터네커트는 소매업체가 이제라도 미래를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에 투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판매가 크게 증가할 것 같은 제품의 실제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는 “일반 식료품점에서 판매가 가장 많이 증가했던 제품 목록이 있다고 하자.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 물품들을 특별히 주시하고 조달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아마존은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주문이 폭주하면서 10만 명의 직원을 추가 고용해 수요 증가에 대처하고 있다. 그는 “아마존이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AI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아마존은 또한 배송 시간도 변경했다. 따라서 당장 필요한 제품에 치중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조정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AI 기반 소매 시스템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역량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첨단 기술을 갖춘 소매업체마저도 심각한 공급망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페라리는 지적했다. 수요에 비해 제조하고 배송할 수 있는 제품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기술은 향후 비슷한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 경고를 하고, 가시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라리는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새로운 사용 사례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머신러닝 기술이 공급망 계획에 통합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성공 사례가 회자되면 기술 도입이 시작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화물 및 트럭 이동을 추적하는 센서 등 공급망 관련 기술을 활용해 봉쇄 조치에 대응한 알리바바의 사례를 언급했다. 페라리는 “중국 후베이성의 필요한 곳으로 트럭과 화물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알리바바는 기술을 이용해 이러한 문제를 우회했다”라고 설명했다. 

소매업체는 당장 매장 선반을 채우는 데 급급할 것이다. 클라인은 “애널리틱스가 지금 상황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 시간이 없다.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 200개의 재고 상품이 있다고 하자. 그 가운데 5가지 제품이 수요가 높다. 그렇다면 물류 센터를 거치지 않고 매장으로 곧장 가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시 화장지 사재기 문제로 돌아가보자. 수요가 제조 역량의 2배 이상이라면 소매업체들은 신규 공급원을 물색하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벤카타라마니는 “아마 가능성이 없을 것이다. 심지어 해외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화장지를 항공 화물로 받을 것인가? 펄프 문제도 있다. 이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회사들은 어떻게든 최선의 수단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가 공급망에 미친 영향으로부터 소매업체들은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벤카타라마니는 기업들이 최신 기술을 활용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리라 예측했다. 그는 “아무리 선진화된 국가라도 처음은 어렵기 마련이다. 결국 모두가 여전히 배우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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