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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엔진 ERP 달고 운항 1년… 더 민첩해졌다" 대한항공 이상만 상무

2011.11.15 박해정  |  CIO KR

대한항공의 ERP는 다르다. 항공 산업이 겉으로는 서비스 업종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항공기 정비, 기내식, 서비스 등 서로 다른 산업이 들어있어 기존의 패키지 ERP로는 완벽한 구현이 어려웠다. 대한항공이 패키지 ERP를 선택하고 구축하는 데 3년여 시간이 소요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오라클과 기내식이나 항공기 정비 모듈을 공동으로 개발했다. 항공사 중 전 업무 프로세스에 ERP를 적용한 사례로는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대한항공의 ERP 추진본부장이자 CIO인 이상만 상무를 만났다.

“대한항공 ERP는 세 가지 측면에서 최초다. ERP의 적용 범위, ERP를 통한 목표, ERP 활용 면에서 패키지 ERP를 도입한 최초의 기업이다.”

이 상무는 최초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라고 전했다. 항공사의 목표는 비행기로 손님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제 시간에 도착하게 운항하는 것이다. 항공기가 제 시간에 이륙하기 위해서는 승무원, 정비, 항공권 판매, 기내식 서비스 등이 모두 준비를 마쳐야 한다. 게다가 이 부분들은 하나의 회사 안에서 움직이지만 각각 다른 프로세스를 거쳐 마치 별개의 사업체처럼 운영됐다.

대한항공은 ERP를 도입하면서 각각의 부문에서 공통 표준 업무를 뽑아내고 전 프로세스를 연결시켰으며 궁극적으로는 모든 비용을 산출할 수 있게 됐다. 경영진이 비용 데이터와 영업 데이터를 공유하고 매출 수익을 파악하며 영업에 바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경영 관리나 현장의 합리화 측면에서의 ERP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은 것을 추구했기 때문에 이 회사는 “ERP 그 이상의 것(Beyond ERP)”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대한항공보다 앞서 ERP를 도입한 글로벌 항공사인 퀀타스, 싱가포르항공, 델타항공의 경우, 모두 SAP의 my SAP.com을 도입했다. 이 상무에 따르면, 이들 항공사들이 도입한 ERP보다 대한항공의 ERP가 훨씬 더 방대하다고 한다. 항공사들 대부분이 패키지 ERP를 전 업무가 아닌 일부분에 사용하며, 항공산업의 특수 업무와 관련해서는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각의 시스템이 복잡하게 연결돼 이들을 모두 패키지로 바꾸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 이 항공사들이 패키지 ERP 도입에 대해 현재보다 더 나아지리라고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선뜻 ERP를 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e티켓+ERP=좌석별 원가 관리
이 상무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경우 각각의 시스템 연동에 대해 꾸준히 정리하면서 이를 간소하게 하는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 업무에 ERP를 도입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시스템 간소화 작업이 바로 e티켓이다. e티켓에는 항공권 구입 가격, 구매지, 여정 등 손님에 대한 정보가 모두 들어있다. “e티켓은 한 마디로 보물단지라고 할 수 있다. e티켓에서 뽑아 낸 데이터를 원가 요소나 서비스 요소로 결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라고 이 상무는 말했다.

항공사의 원가에는 지상 지원 및 영업마케팅 활동, 기내식 등 공통비가 포함돼야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승객이 001편을 타고 LA 공항에 도착했을 때, A승객이 대한항공에 얼마의 이익을 남겨주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A승객이 항공권을 구입한 곳이 미국 뉴욕 지부라면, 미주 본부의 전체의 매출과 이익을 알 수 있고 그 가운데 뉴욕 지점의 매출/이익까지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판매자가 누구며, 그 사람이 얼마나 항공권을 팔았는지도 알 수 있다.

항공사에서는 경영, 운영,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데이터와 직간접 비용을 모두 계산해 원가를 산정한다. 그 결과 대한항공은 비행기가 이륙해서 착륙할 때까지 좌석별 원가와 수익을 산정할 수 있게 됐다.

이 상무는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가를 계산하고 승객이나 영업직원별로 산정한다는 것은 사실 최고 경영자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최고 경영진의 스폰서십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기내식'항공 정비 모듈 공동 개발
항공기 정비와 기내식 모듈은 오라클 패키지에는 기본적인 기능만 있었다. 대한항공이 항공 산업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고 오라클이 새로 개발해 이 부분을 완성했다.

항공기 정비에는 기체 정비, 엔진 정비, 부품 관리가 이 세가지가 모두 다르게 관리된다. 또한 기체 정비에도 계획 정비와 비계획 정비가 있는데, 비계획 정비가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고장이 나서 정비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기적으로 항공기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사전 점검하는 업무도 정비에 포함돼야 한다.

“가령 LA발 001편에서 점검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김포 정비센터에서 전달되면, 이 센터는 이 비행기가 LA에 도착하기 전에 정보를 전달해 점검을 준비하게 해준다. 이렇게 하면, 001편이 다음 비행 시 출발이 지연되지 않게 되며 이는 곧 승객들에게 안전한 비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이 상무는 정비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 상무에 따르면, 이러한 정비 체계를 갖추려면 기체, 엔진, 부품에 대한 데이터뿐 아니라 공장의 데이터까지도 모두 공유돼야 한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결함, 이력, 자재, 정비사 등의 정보가 담긴 DB를 공유해 이를 중심으로 단기, 중기, 장기 정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ERP를 도입하기 전에는 정비 시스템을 공장별로 다르게 운영하고 시스템끼리 인터페이스 시켰다. 기존의 패키지 ERP에는 정비 모듈이 있었으나 MRO(소모성자재) 사업에 적합하도록 개발돼 대한항공의 사업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오라클과 대한항공이 함께 개발하게 됐다.”

조선, 공군 등이 벤치마킹
대한항공이 도입한 패키지 ERP는 향후 타 항공사에 적용될 때, 노하우 제공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이 상무는 “내년부터 대한항공과 오라클이 항공 ERP 공급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 상무에 따르면, 오라클이 항공사 고객을 많이 확보해야 앞으로 항공 ERP 개발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며 그 결과물이 대한항공에 장기적으로 득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루다, 이집트 항공사, 태국항공사, 필리핀 항공사 등이 대한항공 ERP에 관심을 보였다.

대한항공의 ERP는 항공사 이외에 조선, 군대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중동의 에이다시, 일본의 한 조선소, 미국의 에어포스 등이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해운, 운송, 크루즈, 조선 등에서 대한항공 사례를 배워갈 것”으로 이 상무는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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