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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인문학 | 성인(聖人)과 프로골퍼

2016.09.19 김민철  |  CIO KR
동양 사상에서 성인(聖人)이란 두 가지 측면에서 훌륭한 인물로 평가된다. 먼저 성인은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문명의 창조자로서 의미를 가진다. 불의 사용법을 처음 발견하여 가르친 것으로 알려진 수인씨(燧人氏) 덕에 우리는 생식에서 벗어나 익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농사와 의료 기술을 발명한 신농씨(神農氏) 덕에 원시적인 수렵과 채집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국가 조직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는 문왕(文王)과 주공(周公) 덕에 안정된 조직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서양의 속담처럼, 진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낸다는 것은 신화 속에서나 가능할지 모른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것들은 대개 역사가 아니라 신화의 영역에 속하며, 실제로는 한 개인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친 인류 집단적 지성의 성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한 개인이 창조자로서 성인의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개인이 성인의 지위에 오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역사적으로 축적된 인류 지성의 결과물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현해내는 것이다.

그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공자이다. 그는 전설 속의 성인들처럼 새로운 기술이나 문화를 창조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창조한 문화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으며, 그 틀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 사례를 제시했다. 그의 언행은 경전으로 기록되었으며, 인생에서 길을 묻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경전을 통해 그와 간접적인 대화를 나누고 그로부터 충고를 듣는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사회와 국가라는 거시적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시적으로 다양한 국면에서 우리는 성인에 비견되는 사람들로부터 그 분야에 대해 배우고, 의문을 해결한다. 골프라는 운동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 운동은 어떤 한 사람의 창조물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축적과 변화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의 세련된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골프라는 영역에서도 또한 개인이 성인과 같은 위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창조자로서가 아니라, 그 분야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수행함으로써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아놀드 파머, 그렉 노먼, 타이거 우즈와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존경받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더 훌륭한 골퍼가 되고자 하거나 혹은 골프에 관해 길을 묻고자 할 때 우리는 그들의 전례를 살펴보고, 본받고자 한다. 반드시 그런 전설의 반열에 오른 선수가 아니라 할지라도, 투어를 뛰는 선수들에게 사회적으로 많은 보수를 제공하는 것은 그들이 일반인들에게 선지자 혹은 선생으로서 모범을 보이는 데 대한 대가이다. 크든 작든, 그들은 우리의 선생이고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스포츠 분야뿐 아니라, 연기자나 개그맨 같은 연예인들, 나아가 모든 분야의 프로라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된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특정 분야에서 요구되는 기능을 가장 잘 수행하고 실현해낼 수 있는지 모범적인 롤모델의 역할을 해 준다. 연기자는 감정 이입과 공감의, 그리고 개그맨은 즐겁고 유쾌한 삶의 모범적인 사례인 것이다. 이 모든 분야에서 상위권에 들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그야말로 지덕체를 모두 겸비한 완벽한 인간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프로들은 대중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뿐 아니라 자신 스스로도 ‘공인(公人)’이라 칭하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작은 규모의 도박이나 음주운전처럼, 비록 불법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쉽게 범하는 실수를 저질러도, 프로로서의 생명 자체가 위협받거나 최소한 적지 않은 기간 자숙기간을 거친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는 모범을 보여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잘못된 선례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오히려 악영향을 끼친 데 대한 대가인 것이다.

이는 골프도 예외가 아니어서, 경기 중 좋지 않은 선례를 보인 선수에게는 엄한 징계를 가한다. 규칙을 어긴 선수에게 벌금이나 출전 금지와 같은 제재가 가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이 낸 디봇을 복구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까지 벌금을 물린다. 경기, 나아가 사회가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최소한의 규범을 지키는 것은 함께 경기하는 다른 사람들뿐 아니라,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에 대한 예의이며, 디봇을 복구하거나 벙커를 정리하는 것과 같은 행위 또한 경기 자체를 존중하고 자신 뒤에 플레이할 선수를 배려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중 프로로서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경우를 가끔 목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샷이나 퍼팅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을 경우 채를 집어던지거나 화를 내는 행동이다. 징계의 범주에 들지는 않더라도, 이런 행동은 골프의 정신 자체를 훼손하는 행위이다. 골프는 모든 결정을 플레이어 자신이 내리고, 자신이 선택한 도구를 사용하여 스스로 운동을 수행하는 경기이다. 캐디라는 동반자가 있기는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보조자일 뿐, 그의 조언을 수용할지 조차 경기자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결국 골프에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선수 자신에게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도출되었을 때, 프로골퍼라면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자신이 왜 적절치 못한 선택을 내렸는지 반성해보아야 마땅하다. 야디지북을 다시 확인하여 거리 계산이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점검하고, 퍼팅의 라이를 제대로 읽었는지 검토하며, 캐디와의 대화를 통해 스윙이나 퍼팅의 메커니즘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관객들이 자신의 의도대로 웃음을 보이거나 감동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집기를 집어 던지는 개그맨이나 가수 혹은 연기자가 있다면 대중이 그를 용납하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았다고 해서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정치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바람직한 자세 역시 왜 의도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는지 스스로 반성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야말로 롤모델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의 올바른 자세인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프로골퍼들의 그런 옳지 못한 행동은 바람직한 행위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아마추어들뿐 아니라 프로지망생들마저 채를 멋지게 집어 던지기 일쑤고 결과가 좋지 못한 것에 대해 캐디가 거리를 잘못 불러 주었다거나, 라이를 잘못 봐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모든 수준의 골퍼들에게 이런 행위가 경기력 발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저해가 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기보다, 다른 사람이나 도구 혹은 경기 여건을 탓하는 사람에게 진보가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행위는 골프라는 게임의 근본 목적인 즐거움과 건강의 증진에도 백해무익할 뿐이다.

결국 선생이자 롤모델로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 프로골퍼들에게는 더 엄격한 기준으로 자신을 다스릴 것이 요구된다. 언론은 크든 작든 매너에 어긋난 행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해야 하고, 더 엄격한 징계도 검토해야 한다. 골프야말로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하는 대표적인 경기이며 그것이야말로 프로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모범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 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세계 최고의 골프 교습가를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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