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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인문학 | 골프는 72파의 게임이 아니다!

2015.12.16 김민철  |  CIO KR
독자 여러분께서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하실 것이다. 골프가 파 72의 게임임은 골프에 문외한이 아니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또 대다수의 골프장 스코어 카드에도 그 구장의 파가 72임을 명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골프가 72파의 게임이라는 생각이야말로, 무수히 많은 골퍼들이 골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동시에 실력이 늘지 않는 가장 커다란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골퍼들은 흔히 골프야말로 “신이 만든 놀이 가운데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골퍼들이 골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내가 이 짓을 왜 시작해서 돈 잃고 맘 상하나?”라고 말하면서도 그것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 한다. 이제 그 해결책은 골프가 72파의 게임이라는 망상을 버리는 데에서 시작한다.

프로나 싱글골퍼에게 골프는 당연히 그리고 분명히 72파의 게임이다. 버디를 하면 기분이 매우 좋고, 이글을 하면 하늘의 별이라도 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파를 하면 기분이 크게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보기를 하면 기분이 매우 나쁘고, 더블 보기 이상을 하면 죽고 싶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매 홀마다 파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물론 프로와 싱글골퍼에게 동일한 파가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프로는 챔피언 티를 기준으로 파 72의 게임을 하지만 아마추어 싱글골퍼들은 화이트 티를 기준으로 한다 아무리 싱글골퍼라 하더라도 프로와 같은 티에서 경기를 한다면 이른바 ‘100돌이’나 ‘100순이’ 신세를 면하기가 쉽지 않다.

싱글 골퍼라면 상위 1%의 훌륭한 경기력을 가진 사람들인데, 왜 그런 결과가 나올까? 짧게는 20~30m에서 길게는 50~60m 뒤에서 친다고 해서 그렇게 현격한 점수의 차이가 나오는 것이 사실일까? 이론상으로 생각해 보면 차이가 10타 이내에 그칠 듯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통 15~20타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유는 동일한 파를 기록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다.

아무리 싱글골퍼라 하더라도 프로와 아마추어는 드라이버 비거리가 20~40m 가량은 나기 마련이며, 아이언 또한 한 클럽에서 길게는 세 클럽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면 동일하게 챔피언 티에서 플레이를 할 경우, 실제 세컨샷에서 사용하는 클럽은 너댓 클럽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프로가 9번 아이언을 잡을 경우 아마추어 싱글골퍼는 5번이나 4번 아이언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프로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무리 싱글골퍼라 하더라도 그 정도 거리에서 무난하게 파를 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무리한 샷이 나오고, 실수는 실수를 부르게 되어, 결국 앞서 말한 것과 같은 처참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여기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 보자 챔피언 티로 옮겼으니 아무리 싱글골퍼라 할지라도 자신은 아마추어이므로 파 4를 파 5라고 생각하고 플레이를 한다면 어떨까? 누가 생각해도 너무나 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욕심을 내어 무리한 샷을 할 필요도 없고, 실수는 줄어들 것이며, 정상적인 자신의 루틴을 이어가면서 경기를 할 수 있다. 경기는 오히려 더 쉬워진다. 상상 속의 파 5(챔피언 티의 파 4)는 실제 화이트 티의 파보다 훨씬 짧다. 그것은 모든 홀에 적용된다. 이를 감안해 본다면 평소 화이트 티에서 9개 정도의 핸디를 가진 싱글골퍼라면, 파 90짜리 챔피언 티에서 핸디 0의 경기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는 챔피언 티와 화이트 티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모든 골퍼가 자기만의 파를 가짐으로써 무리 없이 즐거운 경기를 즐기면서, 실력 향상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돌아가도록 하자.

몇 년 전만 해도 장모님께 “요즘 몇 타나 치세요?”라고 물으면 “그냥 80대 중후반 정도 치지 뭐” 라고 대답하곤 했다. 물론 나는 믿지 않았지만, 뭐라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나와 라운딩을 할 기회가 생겨 100타를 넘나드는 타수를 기록할 때마다, “오늘은 재수가 없어서 그래. 다음에 다시 한 번 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런데 이후 한동안 장모님과 라운딩을 자주 할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매 번 100타 내외를 치게 되자 그제야 “그래 나는 백순이야“라고 인정하시게 되었다.

그리고는 골프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 자칭 싱글을 친다는 친구분이 있는데, 그 분이 자기보다 잘 치는 것 같지가 않아서 자신은 80대를 친다고 말해야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그 분도 ‘100순’이 일 뿐이었다고 한다. 골프를 치러 가면 캐디에게 “나는 싱글이야. 오늘은 ~타 쳐야지”라고 미리 엄포를 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짜증을 내니, 캐디가 알아서 점수를 잘 적어준다는 것이다. 이제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고 나니 “첫 홀하고 마지막 홀은 당연히 파로 적어야지”라거나 웬만하면 주변 사람들이나 혹은 자기 스스로가 OK를 주어 버리는 모습이 보기 싫어졌다고 하신다. 그리고 이후에는 “한 뼘 이상은 절대로 OK를 주지 말자”라고 제안을 하신다고 한다.

자신이 80대 중후반을 친다고 주장했을 때에는 보기만 해도 언짢아하던 분이, ‘100순이’임을 인정하고 나서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너무 좋아”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나는 이제야 장모님께 “어머님 골프에서 80대 후반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줄 아세요? 선수처럼 치면서 종종 실수를 하면 그 정도 점수가 나온답니다. 100개를 친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실제로는 100타도 넘게 치면서 80대인 척 하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것이지요. 어머니께는 ‘보기-더블-보기-더블’로 이어지는 플레이가 프로들의 노보기 플레이와 같습니다. 그런 식으로 경기를 해 나가면 99타를 기록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어머니께 파는 100이고, 트리플 보기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시면 좋은 경기를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곤 한다.

스스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파를 지키고자 하는 경기를 하면서, 장모님은 전보다 훨씬 골프를 즐기게 되었다. 이전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파를 하려 하다가 실수를 남발하고 기분을 망치는 플레이가 이어졌다면, 이제는 ‘나만의 파’를 지키려다 보니 ‘나만의 버디’, 혹은 ‘나만의 이글’이 나올 때면 뛸 듯이 기뻐하고, ‘나만의 파’가 이어져도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는 플레이를 하다 보니 자연히 스윙에 일관성과 안정감이 더해져 실력도 크게 향상되어, 이제는 90대 초반은 무난히 기록할 정도가 되었다. 물론 나와 플레이를 하면 OK도 없을 뿐 아니라 점수도 ‘짤 없이’ 정확히 적는다.


파(par)라는 것은 골프 경기에서 매 홀마다 기준 타수로 정해 놓은 것이다. 하지만 10살 어린아이부터 80대 노인까지 함께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각각의 수준에 맞는 티 박스를 정해 놓고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신을 살린다면 자신의 수준에 맞는 파를 정해 놓고 플레이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골프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덜고 실력 향상을 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반자들에게도 더욱 함께 하고 싶은 골퍼가 되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그러한 모든 과정의 첫 걸음은 거품을 걷어내고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필자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강의와 글쓰기를 해 왔다 몇 권의 전문 서적과 교양서적을 저술하여 학술원과 문광부 등에서 우수 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40세에 우연히 골프를 시작하여 독학으로 8개월 여 만에 싱글 타수를 기록하고 11개월 만에 군소 단체 티칭 프로 시험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후 USGTF 티칭 프로 자격을 획득한 뒤 세계 최고의 골프 교습가를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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