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아이패드 생산 업체로 유명한 대만의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폭스콘(Foxconn)이 도시바의 컴퓨터 칩 사업부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270억 달러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낸드 플래시와 메모리 칩으로 주력으로 생산해 왔으며 모든 생산 공장이 일본내에 있다. 그러나 칩 제조 사업은 한국과 중국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폭스콘이 이 사업부 인수에 270억 달러를 베팅했다는 소식은 월스트리트 저널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폭스콘은 가장 최근에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SK 하이닉스와 투자업체 실버 레이크(Silver Lake)가 도시바의 칩 사업부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폭스콘이 제시한 금액은 도시바가 메모리와 스토리지 생산공정 개선에 필요한 자금으로 충분한 수준이다. 현재 도시바의 이들 생산설비는 삼성에 뒤처진 상태이며, 특히 스토리지 부문은 제조 공정을 빠르게 개선하지 못해 왔다. 도시바는 스토리지 제품을 일반 사용자에 직접 판매하기도 하지만, 다른 하드웨어 업체를 위해서도 플래시 제품을 만들어 공급해 왔다. 이번 제조공정의 분리 매각은 도시바의 자회사인 샌디스크에 충격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도시바는 지난 2월부터 메모리 사업부 인수자를 찾고 있었다. 3월말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 핵 발전 사업부가 파산을 신청한 이후에는 매각 필요성이 더 커졌다. 도시바는 올해 회계연도에서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폭스콘은 전 세계에서 잇달아 인수합병을 하고 있다. 북미와 아시아, 유럽, 남미 등의 기업을 인수하거나 사업부를 사들이는 식이다. 지난해에는 또다른 거대 일본 업체인 샤프 인수전에 참여해 최대 지분을 확보했다.
일본은 최근 제조 자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강국이다. 지난해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는 많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 칩 설계 업체인 ARM 홀딩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