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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무산?··· 엔비디아가 ARM 인수 합병을 포기한 배경과 이후 시장 변화

2022.02.10 Lucas Mearian   |  Computerworld
엔비디아가 결국 400억 달러에 소프트뱅크 그룹 소유 칩 설계 업체 ARM을 인수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포기했다. 규제 기관이 독점 행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이후다.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는 현지 시간 8일에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2020년 9월부터 진행하던 인수 계획이 명확한 규제 장벽에 부딪혀 종료된다는 입장을 전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성사되었다면 칩 산업 최대의 ‘빅 딜’이 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성사 직후 업계에는 경고를 알리는 빨간 깃발도 올라갔을 것이다.
 
ⓒ Getty Images Bank

사실 IDC 수석 부사장 마리오 모랄레스도 ARM의 칩 기술을 라이선스 형태로 빌려쓰는 대형 업체들이 인수 매각에 반대하는 로비 활동을 벌인다고 말한 바 있다. 모랄레스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삼성은 모두 ARM 기술을 라이선스하는 업체이며, 이들은 모두 엔비디아의 인수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가 협상에 나서면서 이 점을 경시한 경향이 없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기반의 다국적 지주 회사이자 투자 회사인 소프트뱅크는 ARM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모는 2023년 3월 31일로 끝나는 회계연도를 예상했을 뿐 세부 사항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ARM이 스마트폰 혁명 외에도 클라우드 컴퓨팅, 자동차, 사물인터넷, 메타버스 등 기술 혁신의 중심에 있고 이제 제2의 성장 국면을 마주하고 있다며, 인수 합병 무산을 기회로 상장을 준비해 더욱 도약하겠다고 발표했다.

엔비디아를 인수 파트너로 고려하기 전에도 ARM은 상장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간 업계에도 두 가지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2020년 엔비디아는 인텔을 제치고 미국에서 시장 가치가 가장 큰 반도체 업체 자리에 올랐다. 최근 엔비디아는 인공지능과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같은 해 애플은 인텔 칩 대신 ARM의 지적 재산권을 활용한 자체 칩 설계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의 애널리스트는 인수합병 협상이 무산된 것이 오히려 ARM에는 호재라고 분석한다.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했다면 컴퓨터, 스마트폰, 서버용 칩을 자체 설계하는 방식인 RISC-V 등 다른 대안으로 옮겨갈 기존 ARM 라이선스 업체가 많았을 것이라는 이유다. 

애널리스트 잭 골드는 “RISC-V는 ARM만큼 풍부한 환경은 아니지만, 엔비디아가 IP 라이선스 사용 기업의 비즈니스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을 것이고, RISC-V의 시장 경쟁력 제고에도 상당히 유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ARM이 여전히 시장지배적 위치에 남을 것이고 앞으로도 RISC-V의 점유율은 한참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모랄레스는 IPO가 진행되고 ARM이 단독으로 상장에 나서면서 RISC-V가 대안으로 성장할 기회가 더 늘어났다고 바라봤다.

RISC-V의 비즈니스 모델은 ARM과 유사하고, 모든 칩과 제조업체에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ARM의 설계는 라이선스 사용자가 명령어 세트를 바꿀 수 없고 늘릴 수만 있어 더욱 독점적이다. RISC-V의 명령어 세트는 오픈소스 기반이므로 컨소시엄 구성원과 기여자가 아키텍처 자체를 변경할 수 있고 활용도도 다양하다.

모랄레스는 RISC-V는 안드로이드 초기 스마트폰 사업처럼 다양성이 더 많이 허용되는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ARM이 단독 상장을 준비하면 구글, 퀄컴, 웨스턴 디지털, 엔비디아 같이 자금이 풍부한 경쟁업체의 도전에 부딪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인텔은 이번주 RISC-V 인터내셔널의 프리미어 회원으로 합류했다고 발표했다.

RISC-V 컨소시엄은 칩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신생 업체 수백여 곳으로 구성돼 있다. RISC-V 명령어 세트를 기반으로 고성능 AI 추론 가속기를 개발하는 에스페란토 테크놀로지(Esperanto Technologies)도 이중 하나다.

에스페란토는 이번주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의 실리콘과 칩릿 패키지 기술을 활용해 RISC-V 기반 기술을 발전시키고 클라우드부터 엣지 컴퓨팅까지 대규모 병렬 AI 가속 실리콘을 제공하는 제휴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모랄레스는 ARM이 2009년 이후 데이터센터 시장 개척에 열을 올렸지만 몇 가지 장애물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ARM 아키텍처의 데이터센터 분야 영향력은 자체 ARM 기반 아키텍처로 자체 클라우드 워크로드를 처리하는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에만 미칠 뿐이다. ARM 기반 칩 기술 대다수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 사용된다. 데이터센터 위주인 기존 업체는 인텔, AMD, 엔비디아를 선호한다. 

모랄레스는 데이터센터용 칩 판매량이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매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모랄레스는 “서버용으로 개발되는 칩이나 보급형 AI 칩은 수천 달러를 호가한다. SoC가 실제로 하나만 사용되는 스마트폰 매출은 대당 약 40달러밖에 하지 않아서 매출에서 커다란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월 미국 연방 거래위원회는 400억 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ARM 인수를 막으려는 소송을 제기했다. ARM이 애플, AMD,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 대다수 반도체 및 컴퓨터,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에 칩 설계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FTC는 자체 칩 개발 과정에 AMR의 컴퓨팅 기술과 설계를 활용하는 경쟁 업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리한 권리를 이미 세계 최대 칩 업체 중 하나인 엔비디아에 허용하는 것이 인수 조건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FTC는 “자동차나 데이터센터, 운전자 지원 시스템 기술 등 혁신적인 차세대 기술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골드 역시 거래가 무산된 것이 ARM 라이선스 생태계의 승리라고 진단했다. 골드는 “애플, 퀄컴, 심지어 인텔까지 포함한 주요 업체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골드는 엔비디아의 주요 경쟁 업체나 ARM 지적재산권 라이선스를 사용하는 퀄컴, 애플 등의 업체가 엔비디아가 ARM 기술에 영향을 미치고 라이선스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분석했다. 또는 경쟁업체의 ARM 지적재산권 사용 현황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수집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는 “물론 엔비디아는 ARM을 독립 운영체제로 남겨두고 간섭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작은 영향이 있을 경우의 위험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합의가 무산되면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가 선지불한 12억 5,000만 달러를 기존에 합의된 분할 수수료로 확보하게 된다. 소프트뱅크는 6년 전에 320억 달러를 ARM를 인수했으나 이후 ARM의 성장 폭은 크지는 않았다. 2021년 12월에 엔비디아는 협력업체에 인수가 완료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렸다.

영국 CMA를 비롯해 여러 국가의 반독재 규제 기관이 “ARM의 비즈니스 모델이 변경되고 엔비디아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하나의 회사로서는 아니지만 향후에도 계속 ARM과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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