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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톤 아이디어를 전사적 플랫폼으로’ 美 발전기 제조업체 제너락 CIO 팀 딕슨의 혁신 철학

2022.12.09 Michael Bertha  |  CIO
통념에 따르면 CIO는 혁신하기 전 기본부터 다져야 한다. 미국의 발전기 제조기업 제너락(Generac)의 CIO 팀 딕슨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혁신에 필요한 자원은 이미 생각보다 많고, 기존 직원은 생각보다 뛰어나며, 막상 해보면 혁신은 생각보다 별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Getty Images Bank

큰 회사의 로비에 들어서면 대형 TV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위스콘신에 있는 에너지 발전기 제조업체 제너락(Generac) 본사는 다르다. 제너락의 로비에 있는 85인치 TV는 특별하다. 이 화면에는 광고나 회사 문화를 자랑하기 위한 사진 슬라이드쇼 대신 회사가 최근 도입한 파워인사이트(PowerINSIGHTS) 플랫폼이 표시된다. 

제너락은 예비 발전기 업계의 대표 기업으로 가정·산업·휴대용 발전기 등을 생산한다. 미국 가정용 발전기 시장에서 7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한다. 이런 회사가 최근에 구축은 파워인사이트 플랫폼은 미국 전역에 제너락 발전기를 표시하는 오렌지 색 점을 흩뿌려놓는다. 유틸리티 스코어, 파워스코어(UtilityScore, PowerScore) 등 다양한 에너지 관련 수치가 같이 표시된다. 단순하지만 밀도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이 플랫폼은 특정 지역의 에너지 발전 현황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시장의 추세를 한눈에 보여준다. 또한 이 플랫폼은 사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사용자가 자유자재로 지도를 확대해 특정 지역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다. 
 
ⓒGenerac

제너락의 CIO 팀 딕슨은 “매우 사무실에 출근할 때마다 일면식도 없었던 직원이 이 화면을 보고 피드백을 전해준다. 2021년 인수한 스마트 온도계 스타트업 이코비(Ecobee) 측에서 제안한 내용은 이미 반영됐다”라고 전했다. 

에너지 관리 분야에서 전력망 인텔리전스의 난이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기존 제너락 발전기를 비롯해 태양광, 전기 같은 분산형 에너지 자원(DER) 등의 새로운 변수가 전력망의 복잡성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훨씬 더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 소스가 불규칙적으로 작동하므로 이 모든 것이 어떻게 관리, 사용, 분배되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나타낼 플랫폼이 필요했다. 제너락의 파워인사이트 플랫폼이 시기적절한 이유다. 

제너락의 개발 전문가 및 파워인사이트 플랫폼의 관리자인 아모드 고얄은 “이 플랫픔으로 잘 보이지 않는 에너지 자원까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다”라며 “예컨대 고객이 판매하고자 하는 유후 전력이 어디에 있는지 신속히 알아채 허리케인 피해 지역 같이 긴급히 전력이 필요한 곳에 먼저 공급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모든 작업은 외부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고객 식별 정보를 보호한 채 이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이토록 거대한 인텔리전스 시스템을 보고 있자면, 회사 측에서 오래전부터 꼼꼼히 계획해 고되게 완성했으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파워인사이트 플랫폼에 대한 초기 아이디어는 CIO 팀 딕슨과 IT 팀이 2020년 진행한 해커톤에서 나왔다. 사실 이 해커톤은 CIO 팀 딕슨이 부임하자마자 진행한 첫 이니셔티브 중 하나였다. 

일반적인 통념에 따르면 CIO는 혁신을 시도하기 전 일단 IT의 기본 사항을 숙지해야 한다. IT 헬프데스크가 기차역처럼 척척 운영돼고 인터넷 연결이 절대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팀 딕슨의 생각은 달랐다. 동료나 부하직원이 일제히 ‘이제 이 정도면 됐으니 혁신을 고려해 볼 차례다’라고 말할 때는 이미 늦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CIO의 기본’은 누가 정의한 것일까? 아무도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주변 사람을 괴롭히며 처음부터 혁신에 목을 매는 CIO도 많다. 하지만 혁신에 대한 의지가 아무리 투철해도 자원이 부족하면 어떡해야 할까? 

팀 딕슨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혁신을 계속 진행하라고 말했다. 그 결과는 거의 항상 예상보다 좋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해커톤과 파워인사이트 플랫폼의 개발을 이끌어 낸 딕슨은 크게 세 가지 조언을 건냈다. 자원은 항상 생각보다 많고, 직원은 항상 생각보다 더 뛰어나며, CIO가 혁신을 일상화하지 않으면 나중에 생각보다 크게 후회하리라는 점이다. 
 

자원은 생각보다 많다 

혁신은 구글이나 테슬라 같은 거대 기업의 사치스러운 취미가 아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요리를 하기 위해 꼭 새로운 부엌이 필요하지는 않다. 있는 재료를 새롭게 조합해도 창조할 수 있다. 

제너락의 파워인사이트 플랫폼이 산증인이다. 딕슨에 따르면 이 플랫폼을 구성하는 데이터는 원래부터 있었다. 또한 이 데이터를 지리적으로 시각화하는 기능은 회사가 이미 쓰고 있었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플랫폼에 숨겨져 있었을 뿐이었다.  

혁신의 단초는 회사가 구축한 생태계에 이미 자리하고 있을 수도 있다. 딕슨은 해커톤이 끝난 후 아이디어를 후원할 벤더를 모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브릭스를 비롯한 벤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제너락의 직원을 업스킬링 할 전문가를 보냈다. 직원들은 이 과정에서 흥미로우면서도 회사에 필요한 데이터 애널리틱스 역량을 쌓을 수 있었다. 다른 부서의 직원들도 소식을 듣고 교육에 참여해 모든 임원이 꿈꾸는 범부서적 비즈니스 파트너십이 성사됐다. 

혁신은 종종 뒤돌아보면 당연해 보인다. 팀 딕슨은 결국 자원이 이미 충분하다고 굳건히 믿고 직원들에게 그 자원을 활용할 기회를 주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은 생각보다 뛰어나다

CIO의 역할이 IT 관리자에서 혁신 주도자로, IT 팀의 역할이 기술 문제 해결해서 기술 혁신으로 부상하며 요구되는 역량이 상향 평준화됐다. 이제 IT 리더는 단지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주체성, 창의성, 총체적 사고, 뛰어난 학습 능력 등을 갖춘 고급 인재를 기대한다. 분명히 높은 기대치는 그만큼 IT 분야가 사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좋은 신호다. 

하지만 유니콘 같은 인재를 향한 갈망은 혁신 부재를 정당화하는 이유로 남용되기도 한다. 새로 부임한 CIO일지라도 ‘그럴만한 인재’가 없다며 혁신을 포기할 수 있다. ‘그럴만한 인재’를 뽑으려면 훨씬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므로 그럴듯한 변명거리가 된다. 

그러나 기존 직원이 이미 모든 임원이 그토록 바라는 주체성, 창의성 등의 역량을 이미 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 단지 이를 분출할 통로가 없어서 아직 빛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은 없을까? 적어도 딕슨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혁신 해커톤을 열었다. 그는 “16개가 넘는 팀에서 나온 직원 70명이 해커톤에 참여했다. 내를 놀라게 한 것은 혁신에 관심 있는 직원이 이렇게 많았다는 점이다. 혁신에 대한 열망이 해소되지 않은 채 쌓여 있었다”라고 말했다.

회사는 결국 CoE(Center of Excellence) 팀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팀은 회사에 어떤 직원이든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다는 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딕슨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오래 지속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혁신을 위해 인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인재를 찾기 위해 혁신할 필요도 있다. 딕슨은 가만히 앉아서 인재를 기다리는 대신, 인재가 일어나서 자신을 뽐낼 무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에 마이크를 덜렁 갖다 놓으면 아무도 나서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신나는 반주다. 신나는 반주를 틀어줘야 스타가 자리를 박차고 무대로 나온다”라고 비유했다. 
 

해보면 생각보다 쉽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일상이 곧 자아다”라고 말한 바 있다. 팀 딕슨은 이를 ‘부족하더라도 매일 매일 무엇을 하느냐가 나를 정의한다‘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딕슨은 만지고 볼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기만 하면 그게 아무리 부족해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파워인사이트 플랫폼도 첫 버전은 매우 허접했다. 이것 또한 그냥 아이디어로 남을 뻔한 해커톤의 산물을 현실로 만들려는 딕슨의 노력 덕에 가능했다. 부족하더라도 일단 무언가를 만들어 보려는 의지가 없었다면, 파워인사이트 플랫폼은 ’이런 아이디어도 있었어’라는 이야깃거리 정도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라고 그는 전했다. 

딕슨은 “직원들은 처음에 미심쩍어했지만 파워인사이트 플랫폼의 첫 버전이 나오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직접 써볼 수 있는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CEO가 데모를 본 뒤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제안하며 그때부터 이 프로젝트의 주요 참여자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더해 파워인사이트 플랫폼은 레거시 플랫폼을 현대화하는 데도 힘을 실었다. 파워인사이트 플랫폼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클라우드 인프라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딕슨이 부임했을 때 제너락은 아직도 전부 온프레미스 인프라를 쓰고 있었다. 

CIO들은 혁신을 위한 ‘완벽한’ 준비는 없다는 소리를 종종 들을 것이다. 또한 제너락의 파워인사이트 또한 결과론적으로 성공했기에 헛발질이 아닌 골로 인정받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파워인사이트 플랫폼이 실패했더라도 CIO 팀 딕슨의 조언은 참고할만하다. 프로젝트의 성패는 어차피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어차피 머리를 써야 한다면, 안될 이유보다 될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낫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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