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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맥 OS X 20주년에 바치는 헌사, '필사적인 노력에서 태어난 혁신'

2021.03.29 Jason Snell   |  PCWorld
어느 한 티셔츠를 보면, 애플이 1990년대 중반 느꼈던 절박함을 이해할 수 있다. 앞면에는 입체 도형으로 그려진 숫자 8이 있었다. 뒷면에는 맥 OS 8 로고와 함께 ‘핸즈-온 익스피리언스(Hands-on Experience, 직접 경험)’라는 글자가 있었다.

1996년 6월 개최된 애플 월드와이드 개발자 컨퍼런스(Worldwide Developer Conference)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미래의 맥을 경험했다. 참가자들은 애플의 혁신적이면서 새로운 운영체제 테스트를 기념하는 티셔츠도 받았다.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 맥 OS를 대체해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할 운영체제였다. 코플랜드(Copland)라는 별칭이 붙여진 이 운영체제는 결국 출하되지 못했다. ‘핸즈-온 익스피리언스’ 티셔츠와 함께 배부된 ‘맥 OS 8 정보(Mac OS 8 Revealed)’라는 책자는 아주 좋았다.

어려움에 봉착하고 내부 소프트웨어 개발이 실패하면서 이때의 애플은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맥 OS X 10.0이라는 좋은 운영체제를 만들어냈다. 20년 전 이번 주에 있었던 일이다.
 

사라져야 했던 클래식 맥 OS

OS X 이전 맥 운영체제였던 클래식 맥 OS는 토대가 튼튼하지 못했다. 오리지널 맥처럼 혁신적이었지만 198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탓에 1990년대 말에 보편화된 기능들을 제공하지 못했다.

이 운영체제는 원래 작은 메모리 용량에 맞춰 설계되었고, 한 번에 하나의 앱만 실행할 수 있었다. 멀티태스킹 시스템이 문제였다. 메뉴 표시줄(Menu bar)의 한 항목을 클릭해서 마우스 버튼을 길게 누르면 전체 컴퓨터 작동이 중단됐다. 메모리 관리 시스템이 원시적이었다. 애플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한 윈도우 95와 현대적인 OS에 기반을 둔 윈도우 NT를 앞세워 애플을 몰아붙였던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갈 수 있는 새롭고, 더 빠르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티셔츠가 만들어진 것은 바로 이 시점이다. 코플랜드는 맥 OS 8이 되고, 1996년 중반에 출시될 예정이었다. 선행 멀티태스킹, 보호된 메모리, 여러 테마가 도입된 새롭게 디자인된 인터페이스, 지능형 검색, 광범위한 OpenDoc 지원 기능들이 제공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출시일이 1997년 중반으로 밀렸고, 코플랜드의 야심 찬 기능과 특징 가운데 일부는 이것보다 더 늦은 OS 9 일명 거쉰(Gershwin) 출시 시점으로 미뤄졌다. 그리고 애플이 티셔츠를 나눠준 지 몇달이 지나자 이 프로젝트가 완전히 무산됐다.
 
1996년 WWDC 참가자에게 증정됐던 맥 OS 8 코플랜드 티셔츠의 복각판 ⓒ Dr. Kevin Purcell (via Twitter)

그 대신 1997년 여름 코플랜드가 입던 옷을 걸친 클래식 맥 OS 버전인 맥 OS 8이 출시됐다. 고급 검색 기술, 재설계된 파일시스템, 개선된 멀티태스킹, 메모리 보호 기능이 빠진 운영체제였다. 시스템 7보다 나아진 부분이 있지만, 맥 OS 8은 애플 운영체제가 갖고 있던 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

이 초라해진 시점에 애플은 운영체제를 라이선싱하거나 인수하거나, 최소한 새 맥 OS 버전의 토대로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해줄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질 아멜리오 CEO와 엘렌 핸콕 CTO 등 애플 경영진은 애플 내부에서는 차세대 맥 OS를 구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감한 아이디어들이 여럿 나왔었다(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NT 커널을 기반으로 맥 OS를 구축하는 것, 자바를 이용하는 플랫폼을 재구축하는 것 등). 그러나 가장 명백한 타깃은 애플이 원하는 현대적인 기능을 갖춘 운영체제를 보유한 작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었다. 둘 다 전직 애플 임원들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였다.

첫 번째 회사는 장 루이 가세가 운영하는 비 주식회사(Be, Inc)였다. 비는 완전히 새롭고 현대적인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개발하고 있었다. 당시 애플이 이용했던 것과 같은 파워PC(PowerPC)에서 실행되는 인터페이스이다. 일부 파워 맥(Power Mac) 모델에서는 맥 OS에서 비OS(BeOS)로 리부팅도 가능했다. 비OS는 시대를 훨씬 앞선 첨단 검색 기능을 제공했으며, 멋지고 빠른 OS였다. 부담은 미완성 OS라는 점이었다. 인수할 경우에는 개발에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넥스트 인수와 함께 애플은 현대적인 맥 운영체제를 갖게 되었고, 스티브 잡스도 다시 애플로 돌아오게 되었다. ⓒ TIME

두 번째 회사는 스티브 잡스가 설립한 넥스트(NeXT)였다. 비OS보다 덜 ‘첨단’이지만, 넥스트스텝(NextStep)은 더 완성된 패키지였고, 여기에 더해 스티브 잡스라는 가산점도 있었다. 아멜리오와 핸콕은 확신을 가졌고, 넥스트를 4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잡스를 고문으로 다시 데려왔다.

이후 잡스에게 일어난 일은 알고 있을 것이다. 고문에서 이사회 이사가 되었고, 임시 CEO가 됐다. 그리고 자신이 사망한 2011년이라는 시점에는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평판 높은 기업 중 하나로 탈바꿈시켰다.

넥스트를 인수해 얻은 넥스트스텝은 맥 OS X의 핵심이 되었다. 1990년대 넥스트와 관련되었던 소프트웨어 관련 결정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맥은 물론,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 워치, 애플 TV 등 모든 애플 장치에 코드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OS X까지의 긴 여정

애플은 1996년 12월 넥스트를 인수했다. 맥 OS X 10.0은 2001년 3월 출시됐다. 넥스트스텝만큼 강력하고 세련된 새로운 애플 소프트웨어 조직이 만들어졌다. 넥스트의 아비 테바니안이 통솔하는 조직이었다. 인수부터 맥 OS X 완성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20년 전 이번 주를 되돌아보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 필자는 맥 OS X로의 전환이 종료된 시기를 2002년 4월로 판단한다. OS X가 충분히 좋아지면서 스티브 잡스가 맥 OS 9의 장례식을 치른 시간이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맥 사용자가 새 운영체제를 수용하도록 맥 SO를 닮도록 넥스트 인터페이스를 개선해야 했기 때문이다. 맥 OS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지점이다. 이후 프리뷰가 릴리즈될 때마다 넥스트의 영향이 조금씩 사라졌다. 현재 맥OS에 남은 인터페이스 측면의 가장 큰 유산은 아마도 도크(Dock)일 것이다. OS X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구성 요소다.
 
넥스트의 가장 큰 유산은 아직도 모든 맥에 남아 있다. 바로 독이다. ⓒ APPLE

잘못된 출발도 있었다. 넥스트스텝과 맥 OS의 이상한 하이브리드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랩소디와 맥 OS X 서버를 예로 들 수 있다. 애플은 넥스트의 앱 개발 환경인 옐로우 박스(Yellow Box, 현재 애플 코코아의 조상격)를 출시하면, 모든 맥 앱 개발자가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새 플랫폼에 맞게 다시 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었다.

대신 애플은 기존 맥 OS 애플리케이션 환경의 현대적인 버전인 블루 박스(Blue Box)와 함께 (옴니 그룹 같은 넥스트스텝 개발자가 맥 개발자가 될 수 있는)옐로우 박스를 공존시키는 운영체제 계층을 만들어야 했다. 맥 개발자들은 현대적인 맥 스타일 인터페이스인 카본(Carbon)을 만들어, 기존 앱을 완전히 다시 쓰지 않고, 맥 OS X에서 실행되도록 앱을 수정할 수 있었다.

수정되지 않은 앱을 실행할 수 있는 오리지널 맥 OS의 가상화 버전인 클래식(Classic)도 있다. 클래식 환경과 사용 경험은 이상했지만, 기존 소프트웨어를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연결 고리를 제공했다.

이는 맥 OS X가 세상에 공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큰 이유들 중 하나다. (현재까지도 애플 플랫폼에 남아있는)넥스트 앱 방식을 업데이트하면서 맥 소프트웨어에 여러 호환성 계층을 제공해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가 OS X 버전의 앱을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하기 전까지, 애플이 이 과업을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됐었다.
 

스티브 잡스 이상의 것을 기념하라

애플과 넥스트 거래에서 가장 값진 자산은 스티브 잡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후 애플이 경험한 성장을 감안하면, 여기에 반론을 제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대로 수긍하는 것도 불공평하다. 지난 20년 간 애플 운영체제 전략의 토대로 사용된 것은 넥스트스텝이었다. NSObject, NSString, NSArray 같은 클래스를 사용하는 모든 아이폰 앱 개발자들이 직면하는 것이 넥스트스텝의 NS 접두사다.

맥 OS X 20주년을 기념할 때 무엇을 기념하는지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정점인 소프트웨어 릴리즈를 축하하는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사용하는 운영체제를 축하하는 것이다. iOS, 아이패드OS, tvOS, 워치OS의 토대를 축하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주는 단순히 맥 OS X 10.0 20주년이 아니라 현대적인 애플의 20주년 기념 주간이다. 애플이 자사 운영체제조차 바로잡지 못했던 어두운 시대가 종식된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 자리에 있었고, 이를 목도했고, 티셔츠를 받았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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