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무부, 양자 컴퓨팅 등 첨단기술 수출통제 강화··· 조치 개정안 발표

미국 상무부(DOC)가 중국, 러시아 등의 진출을 막기 위해 38개 이상의 동맹국으로 구성된 연합에 예외를 시행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첨단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미국 상무부는 양자 컴퓨팅, 반도체 제조, 적층 제조 관련 24개 품목을 통제 대상에 추가한 수출 통제 조치 개정안을 지난 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미국과 동일한 통제를 시행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해당 품목을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있게 하는 예외 조항(IEC)도 신설됐다. 최종 확정 전까지 60일간의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을 둔다.

산업보안국(BIS) 차관보 앨런 에스테베즈는 발표문에서 “양자 및 첨단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면 적들이 집단 안보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배포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규제에 중국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점은 곳곳에 암시됐다. 다만 과거에도 중국은 엔비디아 칩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 제한을 우회해 왔기에 실제 효과는 미지수다. 상무부는 이번 수출 통제 조치가 러시아와 그 ‘지원국’인 이란, 벨라루스의 군사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테크인사이트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제임스 샌더스는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모두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수출 통제를 활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신 조치에 양자 컴퓨팅이 추가된 것은 인공지능용 고성능 칩에 대한 액세스 제한의 확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가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 해결
BIS는 다음과 같은 특정 항목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시행한다.

• 양자 컴퓨팅: 양자 컴퓨터, 관련 장비, 부품, 재료, 소프트웨어 및 양자 컴퓨터 개발과 유지에 사용되는 기술
•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첨단 반도체 장치 생산에 필수적인 도구 및 기계
• GAA 전계효과 트랜지스터(GAAFET): 슈퍼컴퓨터용 고성능 컴퓨팅 칩을 생산하거나 개발하는 기술
• 적층제조(AM) 품목: 소프트웨어 및 장비, 금속 또는 금속 합금 부품을 생산하는 기타 구성 요소를 포함

샌더스는 양자 컴퓨팅의 상업적 및 학술적 작업이 대부분 38개 이상의 동맹국 연합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최대 규모이자 주목할 만한 예외”는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퀀텀 컨소시엄과 같은 기타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수출 ‘허가 면제’를 자동으로 받지 못하는 국가에서 운영 중인 기업과 마찬가지로 이번 조치에 의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DOC는 이번 수출 통제 조치의 목표가 적대국이 발전시킬 경우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술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인포섹 글로벌 연방(InfoSec Global Federal)의 수석 기술 전략가인 필립 조지는 “BIS와 파트너 기관은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 혁신을 활용하려는 적의 역량을 제한해, 파괴적인 기술에 적대국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동시에 동맹국과 국제 파트너 간의 기술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규정”
샌더스는 충분한 성능을 갖춘 양자 컴퓨터가 인터넷 보안 통신의 기반이 되는 공개 키 암호화를 깨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고 언급했다.

조지는 암호화와 관련된 양자 컴퓨팅을 예상보다 빨리 개발할 경우 현재의 양자 내성 암호(PQC) 마이그레이션 및 채택 노력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초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양자 내성 암호화 표준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샌더스는 “기업이나 소비자 시스템에서 표준을 채택하고 구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암호화를 해독하려면 100만 개 이상의 ‘완벽한’ 큐비트를 가진 양자 컴퓨터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아직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가장 큰 활성 양자 시스템 중 하나인 IBM 콘도르 양자 처리 장치의 큐비트가 1,121개에 불과하며, 환경 노이즈에도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샌더스는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기반 고성능 AI 하드웨어에 대한 접근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규제가 “완벽하게 시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과거의 미국 정부의 조치가 더 높은 수준의 우려를 반영했다면, 새로운 규제는 양자 컴퓨팅 자체에 보다 구체적으로 초점을 맞춘다.

그는 “이 조치의 시행은 앞으로 지켜볼 가치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ciokr@i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