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사장 겸 최고법률책임자 브래드 스미스는 안면인식 기술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개발될 경우 미래가 비관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주 시드니 대학교 행사에서 스미스는 “조심하지 않으면 이 기술은 생각 없이, 법적 규제 없이 발전하고 2024년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면 조지 오웰의 <1984>에서나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안면인식 기술은 이미지나 동영상 피드에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기술로 ‘말 그대로 전대미문의 규모로 그 누구라도 가는 곳마다 추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반이상향적인 상상은 현실과 그리 멀지 않다. 중국의 '스카이넷(Skynet)' 감시 시스템은 안면인식 기술과 대규모 카메라 네트워크를 이용해 지명 수배 중인 탈주범부터 무단횡단자까지 모든 사람을 추적한다. 호주 정부는 전국 안면인식 서비스('전국 생체 안면 매칭 기능')를 구축 중이다. 호주 인권위원회로부터 국민의 사생활에 ‘전례 없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를 받은 바 있는 서비스다.
스미스는 “현재 이 기술이 호주은행(NAB) 현금 인출기, 웨스트필드(Westfield) 쇼핑센터, 주요 공항 등 그 활용 장소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무언가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수개월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조치를 구체화해 왔다. 지난해 7월 블로그 게시물에서 안면인식 기술 규제를 촉구한 데 이어 12월에는 이 분야의 자체 업무에 적용되는 6대 원칙을 공개했다.
최근에는 여러 정부기관을 직접 로비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법제화를 통해 안면인식 기술이 스미스의 표현을 빌리면 “태양 아래 거래라는 것을” 하는 모든 업체의 “바닥을 향한 경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단, 그 어떤 규제도 독립적으로 제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애틀 본사가 있는 미국 워싱턴주에서 올해 초 사내 6대 원칙과 흡사한 법안을 지원했다. 최근 스미스의 표현에 따르면 주 정부는 “그것 참 좋은 방식이니 그걸 바탕으로 법률을 통과시켜 보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다소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밀어붙인 주 정부의 최초 법안에는 인종과 성별에 따른 인증 정확도의 일관성 등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정부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원한 법안은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혔고 규제 정도가 훨씬 덜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안타깝게도 마이크로소프트는 그저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에 반영된 6대 원칙 중 하나는 기술 사용자가 매장 입구의 표지판 등을 통해 기술 사용 여부를 ‘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ACLU는 1월 사설에서 “아무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안면인식이 널리 퍼진 세상에서 그런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스미스는 지난주 시드니 대학교의 미국학 연구소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올해 5월쯤에 법제화를 낙관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상상해 보자. 기술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규제 또는 입법적 해법을 제안한 후 이를 12월에 공개하고 다음 해 5월이면 새로운 법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인터넷 속도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