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canvas

HR / 개발자 / 비즈니스|경제 / 아웃소싱 / 훈련|교육

정철환 칼럼 |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간다

2023.04.05 정철환  |  CIO KR
미국의 한 회사에 근무하는 개발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개발 업무를 개인적으로 중국에 있는 업체에 위탁한 뒤 자신은 업무시간에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하면서 하루 일과를 보내다가 적발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미국 프로그래머, 중국 회사에 일 대신시키다 발각

자신은 회사에서 수십만 달러를 받으면서 중국의 회사에는 일년에 5만 달러 정도만 보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개발자가 늘 깔끔한 프로그램을 제시간에 제출하여 근무평가에서 우수평가를 받았으며 최고 개발자의 지위에까지 올랐다고 한다.

2013년의 사건이긴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인 개발자 구인난 상황에서 단순한 화제로 치부할 만한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20세기 들어 선진국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이룩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후진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기반으로 한 생산공장의 해외 이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후진국이 빠른 시간내에 경제 발전을 통해 중진국의 위치로 올라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대한민국의 1970년대 급속한 경제 발전의 배경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에서는 21세기 들어서 웹 환경이 크게 성장하고 모바일 앱 수요가 확대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개발자들을 이용하는 해외 아웃소싱 개발이 크게 확대되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대한민국도 치솟는 개발자 인건비와 부족 현상을 감당하지 못하고 베트남 등 해외의 개발업체인력을 활용하는 사례가 수년전부터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2013년의 사례와 같이 자국 개발자 대비5분의 1정도 수준의 인건비를 기대했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개발자의 해외 활용이 늘어나면서 실질적인 국경이 없는 인터넷 환경에서의 개발자 활용 비용은 해당 국가의 국민총생산(GNP) 수준이나 평균 임금 수준과는 무관하게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베트남 개발자의 경우 한국의 개발자 대비 50~60%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러한 배경에는 개발도상국에서도 선진국의 개발자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개발자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도 중요한 이유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산업은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보면 진입하기 좋은 분야다. 제조업의 경우에는 막대한 초기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은 PC와 사람의 두뇌만 있다면 가능한 산업이며, 단순 코딩을 위한 개발자 역량은 충분한 교육 기회만 주어진다면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영역이다. 

물론 개발도상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쉽게 양성할 수 있다고 해서 선진국 수준의 소프트웨어 기업을 만들고 경쟁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는 것과 일부 영역을 의뢰 받는 것은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과는 달리 적은 초기 자본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영역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는 것처럼 개발자의 해외 인력 활용도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은 개발자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국내 중소기업이나 SI 기업의 입장에서 경쟁력 있는 인력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상대국의 입장에서도 좋은 사업기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니 윈-윈이라고 볼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이러한 해외 개발인력의 활용이 증가하게 되면 국내 개발자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미래 경쟁력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이미 단순한 프로그램 개발은 인공지능이 담당할 수 있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개발자의 생산성은 이전보다 훨씬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밤 새우게 재미있더라”··· 깃허브, 자연어 기반 AI 코딩 도구 코파일럿 X 출시’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개발자의 생산성이 최대 10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하니 향후 개발자 시장을 둘러 싼 현재의 상황은 크게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것은 단순 프로그램 개발자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발전하면서 더 이상 개발도상국의 저렴한 인건비가 제조업체에게 크게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게 되어가는 상황과도 유사하다. 따라서 해외 개발인력을 활용하는 것도 단순한 비용 경쟁력에 따른 것보다는 근본적인 개발 능력과 수준을 갖춘 경우에만 유용하게 될 것이다.

한 국가에서 부족한 자원이나 인력을 다른 국가에서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다면 이는 분명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라는 중요한 요인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정철환 상무는 삼성SDS,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그룹 IT 계열사의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SI 프로젝트 전문가로 가는 길>과 <알아두면 쓸모 있는 IT 상식>이 있으며, 삼성SDS 사보에 1년 동안 원고를 쓴 경력이 있다. 한국IDG가 주관하는 CIO 어워드 2012에서 올해의 CIO로 선정됐다. ciokr@idg.co.kr
 
CIO Korea 뉴스레터 및 IT 트랜드 보고서 무료 구독하기
Sponsored
추천 테크라이브러리

회사명:한국IDG 제호: CIO Korea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등록번호 : 서울 아01641 등록발행일자 : 2011년 05월 27일

발행인 : 박형미 편집인 : 천신응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